어두운 시대의 사람들 한길그레이트북스 161
한나 아렌트 지음, 홍원표 옮김 / 한길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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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재 소장가치 : 상

- 독서 난이도 : 중 / 논문형식 및 전기형식(인용이 많으며 읽기 빽빽한 느낌이 있음)

- 분량 : 약500페이지, 다소 두꺼운 분량

- 암흑의 20세기 속에서 빛된 존재로 살아가고자 했던 어느 14인의 삶에 대한 전기적 기록 모음집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 1906.10.14 ~ 1975.12.4.)

독일의 유대인 여성 정치철학자

대표저서

-전체주의의 기원1,2

-공화국의 위기

-혁명론

-인간의 조건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어두운 시대의 사람들 서평]

한길 대학생 서포터즈 1기

박동재

이 책은 1955년부터 1968년 사이에 출간된 연설문, 논문 그리고 에세이들로 구성되어 있다. 아렌트는 레싱을 제외하고 20세기에 활동했던 시인, 작가, 철학자, 혁명가 그리고 성직자 등을 우리에게 소개하고 있다. 이들은 아렌트의 표현대로 "시대정신의 대변자"는 아니라 하더라도 어두운 시대에 빛을 밝히려고 했던 인물들이다.

17p

한나 아렌트의 책을 읽다보면 머릿속의 정신이 심오해지는 순간이 많다. 아렌트는 그의 관심대상중 하나였던 인간군상에 대해 속임없이 날카로운 관찰로서 본성적 측면을 가감없이 들춰냈기 때문이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의 '악의 평범성'이라는 개념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의 결여로 발생하는 근본악의 점화에 대해 그는 간결하면서도 묵직한 반성의 스트레이트를 날리는 한방을 글로서 길게 잘 녹여내는 능력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이번에 돌아볼 책은 기존의 그의 특유의 문체와는 사뭇 다른 점을 보여주는 것 같다. 주로 인간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주된 작업으로 했지만 이 책은 인간을 다루되 인간을 다룬 문체의 방향이 다르다. 『어두운 시대의 사람들』

그것은 20세기의 두 차례의 세계대전이라는 전쟁, 학살 및 각종 인종주의 차별과 배제로 무너져가던 인간성의 늪에 빠져있던 현대의 암흑시기를 살고 있었던 어느 의미심장한 사람들의 삶의 기록이다.

살아있는 동안 아렌트는 그의 삶에 있어서 '빛', '대화', '사랑', '공공', '세계'라는 단어에 큰 애정을 품었던 사람이었다. 그 외 저서들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암흑시대 속의 무너져 가는 어둑한 인간성을 비판하면서 그 가운데에서 암흑을 덮을 빛을 캐내는 것을 그의 삶 전반이었던 철학적 사유의 핵심 목표가 아니었나 했을 정도이다.

이 책은 그러한 그의 목표의 사유가 담겨있는 큰 걸작이라 할 수 있다. 20세기 암흑시대는 과연 암흑만이 건재했을 것인가에 대한 물음을 뚫는 희망적 서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어둠이 있으면 그 반대인 빛이 있다. 신화에서든 종교에서든 이야기에서든 그외 인간관계 상의 구도에 있어서든 하나의 세상에는 두가지가 이원적 차원으로 존재한다. 그 대표적 표상이 '어둠'과 '빛'이다. 어둠은 부정적이지만 빛은 긍정적이다. 근본적으로 어둠을 좋아하고 찬양할 인간은 없을 것이다. 밝고 희망적인 것을 좋아하는 기본적 욕망을 갖춘 그러한 인간이 빛을 고대하는 것은 생애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인식이다.

이 책은 드러한 어둠과 빛의 대립을 통해 어둠과 같았던 20세기에 빛된 존재로 살아가고자 한 아렌트가 눈여겨볼만했던 인물들의 삶의 이야기를 담았다. 다시말해 어두운 항구에 비유하자면 시대의 흐름이라는 배가 안전하게 흐를 수 있도록 빛을 비춰주는 '등대'된 존재들의 사유를 관찰해보는 작업의 시간들의 묶음인 셈이다.

500페이지의 어마어마한 분량이 담겨있다. 그러나 이들의 이야기를 담아내기엔 500페이지만으로도 부족하지 않나 싶을 정도로 묵직하고 강렬한 사유와 삶의 궤적들이 담겨있다. 레싱, 로자 룩셈부르크, 안젤로 주세페 론칼리, 카를 야스퍼스, 이자크 디네센, 헤르만 브로흐, 발터 베냐민, 베르톨트 브레히트, 발데마르 구리안, 랜달 자렐, 마르틴 하이데거, 로베르트 길벗, 나탈리 사로트, 위스턴 휴 오든 등 14명의 삶의 기록들을 하나의 책으로 압축되어있는 것이다.

이중에서는 아렌트가 직접 만났던 사람들도 있고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이 있다. 만났던 사람들의 경우는 그가 직접 만나면서 대화를 나누며 느낄 수 있었던 그들의 삶과 사유에 대한 기록과 평가가 담겨있으며, 그렇지 못한 경우는 그가 구한 그들의 삶에 대한 자료들을 토대로 논문형식 혹은 전기형식으로 인물에 따라 그 성격에 맞게 기술되었다. 아렌트가 보기에 그들의 삶은 어둠 속의 등대된 빛의 사명자적 인간으로 산 것으로 평가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들이 살아간 모습은 제각기 다르다는 흥미로운 지점을 발견해볼 수 있다. 철학적 사유, 종교적 사유, 시적 사유, 기타 다양한 사유의 측면에서 각자의 방식대로 어둠속에 휘말리지 않기에 자신만의 인간됨의 자기철학을 기반으로 쌓아 당당하게 살아가고자 했던 모습들이 인상적으로 다가옴을 알 수 있다.

개인적으로 책의 처음으로 소개된 '레싱'이라는 인물의 삶에 큰 매력을 느꼈다. 마치 오늘날 내가 살아가고 있는 모습, 내가 추구하는 삶의 모습과 매우 흡사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레싱은 세계에 대하여 긍정하거나 부정하는 태도를 취하지 않고 철저하게 비판적인 태도를 취했는데, 그 시대의 공공영역에 대한 이러한 태도는 완전히 혁명적이었습니다. 그러나 그의 태도 역시 세계의 존재 덕택에 형성되었으며, 결코 세계의 확고한 기반을 버리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감상적 이상주의라는 극단에 빠지지 않았습니다.

68p

레싱은 자신이 살았던 세계와 결코 화해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편견에 도전하고 궁중의 아첨꾼들에게 진리를 말하며" 즐겁게 지냈습니다. 그는 이러한 즐거움에 값을 끔찍이 치르긴 했지만, 이 비극적 기쁨은 글자 그대로의 즐거움이었습니다.

69p

즉 그의 사유는 진리를 향한 탐구가 아니었습니다. 사유과정의 결과인 모든 진리는 필연적으로 사유의 이동을 중단시키기 때문입니다. 레싱이 세상에 유포시킨 인식의 효모는 결론을 전달하기 위한 것이 아니고 다른 사람들에게 독립적인 사유를 하도록 자극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75p

아렌트가 바라본 레싱의 삶은 다양성을 존중하며 진리라는 개념에 대해 일관된 논리와 이론으로서 가공하여 그것에 힘을 싣고 다양한 독립적 사유를 방해하는 사람들을 경계하고 사유의 다양성을 위해 온몸으로 부딪쳤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던 모양이다. 필자 역시, 1세기가 지난 21세기에서 그러한 삶을 살고자 하는 철학을 몸에 담고 있는데 레싱이라는 인물과 매우 흡사해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또한 철학계에서 널리 알려진 독일 실존주의 철학자였던 '카를 야스퍼스(Karl Jaspers)'의 경우에도 한나 아렌트의 학문적 스승이자 그의 삶에 큰 영향을 끼쳤던 인물 중 한명으로서 그에 대한 평가는 이 책에서 유난히 등대적인 빛된 인간의 모범으로 이 책을 통해 크게 언급이 되어있기도 하다.

야스퍼스의 경우 책임은 짐이 아니며 도덕적 명령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오히려 책임은 증명을 하고 애매한 것을 명화기 하며 어둠을 밝히는 것을 천성적으로 즐거워하는 데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옵니다. 공공영역에 대한 그의 주장은 궁극적으로 그가 빛과 명확함을 사랑하고 있는 결과일 뿐입니다. 그는 아주 오랫동안 빛을 사랑해 왔기 때문에 그 빛은 그의 인격 전체를 드러나게 합니다. 우리는 위대한 저자의 작품 속에서 그 자신에게만 특유한 은유, 즉 전 작품을 한꺼번에 수렴할 수 있는 일관된 은유를 찾게 됩니다. 야스퍼스의 저작 속에서 그러한 은유는 "조명"입니다.

75p

이 책을 읽으면서 느껴볼 수 있었던 한 가지는 '과연 21세기의 오늘날을 사는 나는 이들에 비해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었다. 생각해보니 나는 어느 한 대학교의 사회학도로서 나만의 사회학적/철학적 사유로 세상의 궁금한 점, 이해할 수 없는 점들을 규명하고 잘못된 것을 비판하고 대안을 이끌고자 하는 나만의 칼과 방패를 가지고 살아가는 것 같다. 다만 그것이 내 주위에서 감당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 다소 외로운 위치에 있는 것 같지만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꿋꿋히 나만의 빛된 삶을 위해 살아가고자 지금 이 순간에도 사유로서 펜으로서, 그리고 컴퓨터의 자판으로서 갈고 닦고 나가고 있는 것 같다.

21세기가 암흑이나 빛이냐를 진단하는 것은 학자마다 다르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한 번 가정해보자. 지금 이 시대가 나름대로 어둠이라 여겨질만한 자신만의 근거를 통해 이 세계를 상정해보는 것이다. 그리고 차근 차근 떠올려 사유의 깊이를 키워나가보자. 그러한 어둠의 상황 속에서 나는 한줌의 빛인가 그런 빛된 인간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아니면 어둠속에 편승되어도 별 문제가 없다고 느끼는 상황인가. 정답은 없다. 어디까지나 일종의 개인적 사유의 역할극이다. 그래도 이러한 사유를 해봄에 있어서는 득이되면 되지 손해볼 일은 없을 것이라 본다. 빛이나 어둠이냐가 중요하다기보단 이 세상에서 나는 얼마나 깨어있는 인간이자 그러한 현존재(Dasein)으로서 이 세상과 조우하고 있느냐가 더 근본적인 핵심일 것이다. 이 책이기에 이 책을 읽음으로서 던져볼 수 있는 커다란 섹션인 만큼 읽는 내내 흥미로운 시간이 될지도 모른다. 이 책으로 하여금 그렇게 14인의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어내며 인간으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폭넓은 사유의 경험을 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끝 부분에는 본서에 사용된 용어에 대한 해설이 첨부되어 있어 독자의 이해를 높인다

개인적으로 이 책은 오히려 논문적 형식으로 소개된 사람들의 삶을 읽어내는 것이 보다 논리적이고 명쾌하게 읽혔던 것 같다. 대부분은 전기형식으로 작성되어있되 다소 문학적인 뉘앙스의 문장들이 주를 이루었다보니 개인적으로 그들의 삶을 읽어내는 데 다소 어려운 점이 있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20세기의 암흑시기 속에서 좌절과 노예적 수동의 삶이 아닌 주체적이고 그러한 소용돌이에 휘감기지 않으려 발버둥치고 있었던 그들의 빛된 삶이 돋보이는 것은 분명하다. 책의 후반부에는 500페이지의 두꺼운 분량 을 채운 주요 단어들에 대한 명쾌한 해석이 되어있어 읽는데 큰 도움을 준다.

평소 철학적 사유에 관심이 많거나 시대와 인간성에 대한 연관을 밀접하게 가져보는 기회가 많은 분들께 다소 두껍지만 이 책을 크게 권하고 싶다. 쉽다곤 할 순 없지만 그리 어렵지도 않게 충분히 잘 읽힐 수 있는 책으로서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그 모습의 다양성, 해결방식의 그 깊이에 큰 매력을 느껴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어떻게 살든 자유이되, 이성적 사유를 하는 하나의 인간으로서 보다 진지하고 의미있게 살아가고픈 본래의 욕망을 충족해보기 위한 하나의 중요한 작업일 수 있으니 읽어서 소장해보는 것도 분명 좋을 것이다.

모든 사람 스스로가 진리라고 생각하는 바를 말하게 하라.

그리고 진리 그 자체는 신에게 맡겨라!

106쪽 ; 「하인리히 라이마루스에게 보낸 레싱의 편지」(1778년 4월 6일) 『전집』 제18권 269쪽(재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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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는 페미니즘 My Little Library 8
박준우 지음 / 한길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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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재 소장가치 : 상

- 독서 난이도 : 하 / 매우 읽기 쉬움(비교적 편한 문체와 일부 노래가사 인용)

- 분량 : 약260페이지, 너무 짧지도 길지도 않은 읽기 적당한 분량


[노래하는 페미니즘 서평]



한길 대학생 서포터즈 1기

박동재



세계는 지금 페미니즘의 열기로 한창이다. 지금까지의 역사는 남성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왔던 것으로서 여성들이 다양한 방면으로 어떻게 억압되어왔는지를 추적하고 파헤치는 작업은 가면 갈수록 활발해지고 있다. 19세기 후반대를 중심으로 움직임이 일어나기 시작한 이래 페미니즘은 어느 한 지역에 국한된 것이 아닌 세계, 인류 모두의 공통적 움직임이자 미래의 역사를 향한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다시 본래의 균형을 맞추고자하는 노력은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진다.


흔히 캠페인, 서명운동, 집회, 세미나, 출판, 강의, 방송 등등 오늘날의 대중들은 페미니즘의 담론을 하나하나 받아들이며 보다 새로운 균형잡힌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열심히 고군분투 중이다. 그렇다면 음악에서는 어떨까. 음악을 통해서도 페미니즘에 대한 움직임이 있었을까. 막상 생각해보려 하니 잘 떠오르지 않는다. '정말 그랬나?', '있는 것 같기도 없는 것 같기도 하고' 등등. 아마 구체적으로 떠오르고 하진 않을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있었다. 다만 이러한 움직임이 어떻게 이루어져왔는지에 대해 우리가 아직까지 머릿속으로 잘 그려내지 못하는 것 같은 위치에 있을 뿐이다. 그래서 이번에 세계의 음악중에서도 아메리칸 '팝(pop)'을 중심으로 가사와 그 움직임 속에 드러난 페미니즘의 궤적을 추적한 책이 있다. 바로 '노래하는 페미니즘'이다.


모든 팝 음악가를 활동가라고 보긴 어렵지만 꾸준히 페미니즘 논의를 재생산하고, 기존의 논의를 존중하는 동시에 깨뜨려 한 단계 더 나아간 작업을 보여준 이들이 있다. 그래서 나는 팝 페미니즘을 좋아한다.

특히 팝 페미니즘의 세대교체가 꾸준하게 이뤄지고 있다. 마돈나와 신디 로퍼의 세대를 지나왔고 지금은 레이디 가가를 넘어 그 다음 세대로 향하고 있다. 즉 기존에 마돈나와 레이디 가가가 만들어낸 페미니즘 논의를 존중하면서도 그걸 넘어서려고 시도하는 것이다.

막연히 계승되거나 기성 논의에 무조건 저항하는 것이 아니다. 앞선 행동과 역사를 존중하는 동시에 그걸 깨는 것이다. 또한 팝 페미니즘은 여성의 임파워링에 관한 앤섬, 폭력, 퀴어등 다양한 분야를 조명하고 있다. 그게 내가 팝 페미니즘을 이야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8P / 책머리 - 팝 음악과 페미니즘, 팝 페미니즘에 관해 쓰는 이유 中

작가는 여성주의적 글쓰기를 평생의 과제로 삼으며 신중하게 이 책을 집필했다. 차례만 보아도 역사적으로 음악을 통해 얼마나 다양한 페미니즘적 움직임이 있었고 그것이 어떻게 발전하고 상호작용해왔는지를 읽기 쉬운 문체와 적절한 사진, 그리고 노래가사 인용을 통해 서술했다. 분량 역시 적지도, 길지도 않은 분량으로 읽기도 매우 편하다. 적절히 작가만의 전문성을 갖춤과 동시에 오늘날 우리가 꼭 알아야할 최소한의 교양적 수준으로 각 챕터 별로 내용들이 알차게 수록되어있다.


이 책을 통해서 읽어볼 수 있는 점은 흔히 알려진 페미니즘의 대상이 여성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LGBT등 오늘날 성소수자의 위치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목소리와 외침까지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다. 남성과 여성이라는 기존의 이분법적 구분방식으로 세상을 정의하고 미래를 지향하는 사고방식을 벗어던져 과거 남성중심적 지배가 이루어져왔던 역사를 새롭게 만들어 내기 위해 여성뿐만이 아닌 LGBT에 해당되는 사람들까지 포함한 모두가 골고루 평등하고 균형잡힌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담론들이 함유되어 있다.


이 부분은 필자에 있어서도 일반론적인 페미니즘의 인식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느껴졌고 읽어나가면서도 페미니즘에 대한 이해에 좀더 다양성과 깊이 있는 이해를 할 수 있었다. 이 책에서 말하고 싶은 페미니즘의 정의는 모두가 목소리를 당당히 외칠 수 있는 차별과 배제를 종식시키는 평등사회로의 이행정신이 아닌가 싶다. 그것을 음악을 통해 설명하고자하는 시도는 매우 흥미롭고 거부감 없이 문장의 박자와 선율에 맞춰 흘러가는 한마리의 물고기 처럼 느껴진다.


'노래하는 페미니즘' 그러니까 이 책은 우리가 일상 속에서 흔히 듣는 귓 속으로 아련히 울려퍼지는 음악에서 마저도 세계 곳곳에서 감추어진, 배제되었던 여성들의 움직임이 평등과 균형잡힌 사회와 그러한 인식이 자리잡기 위한 그들의 절실한 외침이 음악을 통해 끊임없이 나타났다는 사실을 우리는 그들의 행적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그것은 발라드, 댄스곡, 힙합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나는 데,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다면 바로 이 책을 통해 확인해보는 것은 어떤가.

이러한 노래를 페미니즘과 엮어서 이야기하는 이유는 기존의 사회적 역할 속에서 정형화된 남성성과 여성성 때문이다. 이때 페미니즘적 태도는 '순종적 여성' 관념에 대항하는 것일 수도 있고, 같은 맥락에서 기존의 남성성에 대항하는 것일 수도 있다. 특히 이를 가부장적 남성이 지닌 강압적 태도와 이별을 '당하는' 여성에게 부과되는 순종적 자세에 저항하려는 의지로 해석한다면, 이러한 작품이 그리는 이별에 대처하는 자세는 페미니즘과 관련될 수 있다. 관계의 주체를 다시 규정하려는 시도이자, 타자화된 시선을 벗어나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100p

2014년 이후, 팝 음악시장에서 페미니즘에 관한 논의는 좀더 구체적으로 정돈된 한편 깊이 있는 담론으로 확장되었다. 비욘세는 블랙 페미니즘을 구체화했다. 흑인여성으로서 미국사회에서 살아 갈 때 어떤 어려움에 직면했는지, 여러 문제가 교차할때 어떤 메시지를 낼 것인지, 또 무엇이 필요한지 이야기했다. 흑인사회 내에서 여성들이 어떤 시선을 받고 있으며 어떤 위치인지도 'Lemonade'의 뮤직비디오에서 잘 보여줬다.

211p

한편, 다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 책은 팝송을 중심으로 가사 속에 드러나있는 페미니즘의 궤적들을 그려나간 것에 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한국의 사례도 다루어졌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그것이 이번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 제대로 파헤쳐주기를 바라는 긍정적인 마음과 기대를 가진다.


그렇다 해서 이 책이 읽을 가치가 없다는 것이 아니다. 이 책은 시대와 현상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페미니즘적 역사와 그 미래에 대한 방향성, 지평에 대해 알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반드시 읽어보아야할 필수도서라 생각한다. 지금까지 수많은 팝, 대중음악에 대한 역사를 다룬 책들은 많았지만 이를 오늘날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는 페미니즘적 시각에서 음악의 역사적 궤적을 추적해본 것은 이번이 꽤 흥미로운 첫 시도로 보고 있다.


필자는 음악을 좋아한다. 팝가수 중에서 '비욘세'의 음악을 즐겨 듣는다. 그의 음악을 즐겨 듣는 이유는 비욘세 그만의 강력한 무언가가 내 가슴속과 머릿속에 울려퍼지게 하는 진동이 있기 때문이다. 때론 섹시한 매력을 때로는 파워풀한 매력을 갖추고 있지만 그러한 모습들을 아우르는 비욘세만의 비욘세이기 때문에 연출할 수 있는 독자적인 힘이 있다. 가사의 뜻까지는 해석의 과정을 거치지 않는 이상은 당장은 알 순 없겠지만 굳이 가사를 알지 못하더라도 음악 그 자체만으로 이미 하나로 통하는 것 같다. 음악 역시 남성중심적으로 이어져왔지만 그 가운데에서 고스란히 빛나는 하나의 거대한 로켓과도 같은 여성 아티스트들은 내 가슴 속에 이렇게 빛이 난다.

왜냐하면 난 깨달았어, 나 자신을 가졌다는 걸.

결국 가진 건 그것 뿐이야, 그게 내가 알아낸 거야, 울 것도 없지.

지금부터 맹세하는 데 난 나만의 친구가 되겠어.

내 자신을 실망시키지 않을 거란 걸 알아.

Beyonce / 5p

이에 역시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음악이 가지는 한가지 강력한 힘을 이야기 하고자 한다. 음악은 국적과 인류를 넘어서 모든 세상과 손을 잡는 연결성을 가지고 있다. 다시말해, 음악은 '흥겨운 인터넷'이다. 노래로 모두가 하나되는 것을 우리는 다양한 매체와 감각을 통해 이미 확인하고 있다. 그 흐름의 물결을 타서 이젠 페미니즘이다! 전 세계가 주목하고 활발히 움직이고 있는 페미니즘, 그들의 페미니즘, 균형잡힌 세상을 위한 그들의 외침은 어떤 모습으로 이루어졌는지 궁금하다면 바로 이 책, 노래하는 페미니즘의 일독을 적극 권한다.


또한 이러한 페미니즘이 어느 하나의 영역으로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진짜 우리가 원하는 세상, 모두가 평등하게 균형잡힌 삶을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꾸기 위해 해나가야할 중요지점으로서의 페미니즘이 보다 다양하게 노출되고 읽히고 해석되어 보편적인 무언가로 향할 수 있는 방향을 찾아나갔으면 한다.

비욘세는 성공한 팝스타로서 페미니즘을 더욱 많은 이에게 알렸다. 혹자는 비욘세의 페미니즘이 힙하고 쿨하다고 하고 또 다른 누군가의 페미니즘은 그렇게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비욘세의 페미니즘이 힙하고 쿨하고, 심지어 '소비'되는 것이라 하더라도, 페미니즘은 더 많이 이야기되어야 하며 더 많은 이에게 노출되어야 한다. 누군가의, 또는 어떤 형태의 페미니즘만이 옳다고 볼 수 없다. 비욘세가 지금까지 보여준 페미니즘은 중요하고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189-19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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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산책할까요 - 내 인생에 들어온 네 마리 강아지
임정아 지음, 낭소(이은혜) 그림 / 한길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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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 서재 소장가치 : 중상

- 독서 난이도 : 하 / 매우 읽기 쉬움(일기 형식 + 일러스트)

- 분량 : 270페이지 내외 아담한 크기와 적절한 두께


[우리 산책할까요 서평]


한길 대학생 서포터즈 1기

박동재


나는 강아지를 좋아한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키워본 경험은 없다. 기껏해야 중학교 3학년 시절 우연히 얻은 새끼 햄스터 1마리를 키운 게 전부라 해야할까. 아무튼 요즘 들어 동물에 대해서도 사람들의 인식이 많이 변화하고 있는 것 같다. 애완동물로 생각했던 것에서 사람과 삶을 곁에서 함께하는 ‘반려동물’로 인식이 변화하여 하나의 인간적 존재에 버금갈 만큼 가족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추세다.

사람마다 동물에 대한 인식은 분명 다를 것이지만 나는 사실, 강아지를 따로 키워본 적은 없기에 강아지와 같은 반려동물을 키워나가는 사람들이 그들에게 실제로 어떤 마음을 갖고 살아가는 지 알 방도가 없었다. 가령, 어느 외국인 부부가 강아지 2마리에게 분홍색 옷을 입혀 유모차에 태우고 다니는 모습이라던가 앙증맞은 캐릭터 옷을 입히는 모습들을 보면 키우는 주인의 입장에서 볼 땐 사랑과 애정이겠지만 그렇게 하는 행위에 대한 이유에 대해 깊이 공감하긴 쉽지 않았다.

우연한 기회에 강아지를 키워나가는 어느 한 사람의 기록이 담긴 책을 읽어볼 수 있게 되었다. 교사로 활동 중이신 임정아 작가의 ‘우리 산책할까요’라는 강아지 일기를 쓴 작품이다. 이 책은 작가가 걸어온 삶 속에서 함께 했던 4마리의 강아지에 대한 솔직한 사유와 그 순간의 감정들이 고스란히 녹아든 관찰기라 해야겠다. 나처럼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의 그 동물들에게 가지는 마음을 간접적으로 나마 기록의 언어를 통해 들여다볼 수 있는 그런 창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나에게 사랑이었다.

강아지 네 마리가 내 인생에 들어오면서 생겨난 ‘성가심’에 관한 이야기는 나만의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의 강아지들과 함께 웃고, 울고, 뒹굴며 지내는, 성가셔 죽겠지만 그 성가심을 기꺼이 껴안으면서 날이면 날마다 좌충우돌하며 강아지 일기를 써 나가고 있는 모든 이웃의 이야기다. / 책 뒷표지 내용 中

나는 이 책의 줄거리를 여기서 굳이 말하고 싶진 않다. 여기서 말한다면 이 책의 가치와 감동은 분명히 떨어질 것이라는 것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 책을 통해 확인해볼 수 있는 것은, 그러니까 이 책을 통해 느껴볼 수 있는 한 가지 특징은 일생의 오랜 기간 동안 우리에게 친근한 존재인 ‘강아지’와 가족으로 함께 살면서 그들에게 느끼는 감정과 그 진심어린 사유를 끝 없이 느껴볼 수 있다는 것이다.

보기만 해도 수수하고 가슴뭉클한 분위기를 느껴볼 수 있을 것같은 소박한 그림과 색감을 갖춘 표지, 페이지 한 장 한 장을 넘길 때마다 나타나는 강아지 그림들을 바라보며 강아지에 대한 작가의 사랑을 한 바짝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그런 기분이 든다. 나는 실제로 이 책을 읽으며 ‘이런 마음을 가지면서 지금껏 살아오셨구나’하는 궁금증의 해소와 함께 거울 속에 비친 나의 훈훈한 미소를 확인해볼 수 있었다.

왜 그런 것일까. 그 원인은 ‘사랑’에 있다. 이쯤에서 보면 사랑의 힘은 대단한 것 같다. 특히 사람이라는 것은 그 대상이 무엇이든 살아 있는 것이든 살아 있지 않은 것이든 자신의 마음이 가는 대상에 따라 진심이 담긴 애정의 감정을 표한다. 거기에 진정성이 담기면 그것을 ‘사랑’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사람 간의 사랑도 뭉클하고 설레는 일이지만 강아지의 경우에도 그런 가슴 뭉클한 애정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것 같다. 한편으론 사람에 대해서 보다 한층 더.



어쨌든 이 책은 내게 내가 경험을 통해 알지 못했던 강아지를 키운 사람들의 이야기들 중 하나의 아름답고 가슴 따뜻한 사례를 간접적으로 경험하여 그들의 마음에 대해 이해해 볼 수 있었던 책이었고 문장 하나하나와 그 사이에 그려진 그림들 하나하나들에서부터 큰 울림을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지금은 여건 상 반려동물과 함께하고자 하는 여유가 갖추어지진 못했지만, 언젠가 여건이 된다면 시바견 한 마리를 키우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자나깨나 시바견과 함께 뛰고 함께 놀고 함께 잘 수 있다는 모습들을 상상한다면 그리 방긋 웃는 내 모습을 안 볼가 없다.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내가 먼 미래에 생각하고 있을 그런 훈훈한 감정과 이 작품에서 나타난 그런 모습과 비슷한 심정일지 모르겠지만 그 진정성에 대한 부분 만큼은 변화 없이 동일할 것이라 생각한다.


“바람아, 괜찮아. 엄마가 네 옆에 있어. 엄마는 항상 0.1초 대기조야. 걱정말고 코 자요”

토닥토닥 다독여주면 다시 새근새근 잠들던 순한 아이.

“바람아, 우리 집에서 행복하니? 너한테 더 잘할게, 한숨 쉬지마”

나는 그 작음 몸뚱이를 꼬옥 품에 안으며 중얼거리곤 했다. / 268p


바쁜 나날 속에서 따뜻하고도 노란 뭉클함 속에 휴식과도 같은 수수함, 사랑의 의미를 되짚어보는 즐거운 쉼을 느껴보고자 한다면 ‘우리 산책할까요’ 일독을 욕심내어 힘을 싣고 권해보는 바이다. 주로 인문/철학 도서를 중심으로 출판하는 한길사에서 일상속의 이러한 훈훈한 스토리가 담긴 따뜻한 책을 출판한 것은 생각 지 못했던 의외의 매력의 지점이라 생각한다. 그런만큼 책 속에 담긴 내용 역시 쉽게 공유하긴 그런 의미심장한 내용들로 가득 채워져 있을 것임을 이 책을 읽어본 하나의 독자로서 확신과 그에 따른 적극적 권장을 표하는 마음이다.



별이 마저 내 곁을 떠날 날이 분명 오겠지만 그때에도 바람이, 샘이, 별이, 이 놀라운 푸들 가족과 함께하며 기쁘고,

슬프고, 설레고, 힘들었던 날들, 그 멋진 추억들이 내 인생의 선물로 주어진 것을 감사해 할 것이다.

그 아이들이 반짝이는 생명력으로 나에게 안겨주었던 기쁨, 생명이 주는 예측할 수 없는 떨림과 감동.

이 모든 것은 나에게 사랑이었으니. / 276-27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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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아시아 건축기행의 특징]















 

서재 소장가치 

독서 난이도 중하 읽기 쉬움

분량 : 300페이지 내외 적당한 두께

 

여행기행문으로 교양적 느낌의 비교적 읽기 편한 적절한 분량의 도서

적절한 양의 충분한 사진자료 첨부로 시각성 부각 및 가독성 가미

- 아시아 건축으로 하여금 아시아에 대한 새로운 사유의 가능성을 발견

- 종교와 건축과의 관계에 대한 흥미로운 감상과 지식의 배양

- 아시아 건축을 통한 우리 건축의 의미에 대한 고찰 및 반성의 계기 제공

- 아시아 건축의 특징을 통해 그들의 생활상과 가치관에 대한 깊은 이해

- 해당지역에 대한 배경 설명 건축물에 대한 특징 소개 작가의 사유(메세지)

 

 

 

 

 

[아시아 건축기행 서평]





 

  1. 아시아로 떠나다어느 건축사학자의 묵직한 동기

 

그래서 한국건축이 뭔데요? / 8p

 

 한국 건축이 무엇인가 라는 물음으로 이 책의 서두를 알리는 짧고도 강렬한 문장이다이는 당연한 듯 동시에 우리에게 생소한 사유일 수도 있다글쎄그러고 보니 나도 잘 모르겠다한국사람이에도 한국 건축이라고 확연히 말할 수 있는 그것을 과연 무엇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인지를당연히 작가는 보다 크게 의문을 품었을 것이다유감스럽지만 이 책은 한국 건축이 무엇인지를 헤쳐 나가는 책은 아니다건축사학자라는 독특한 여력을 갖고 있는 작가는 한국 건축 자체를 돌아보려 하기 보다는 보다 넓은 아시아적 영역으로 문제의식을 확장한다.

 

 시야를 아시아권으로 넓히면서 상황은 더욱 심각해졌다. ‘도대체 아시아건축이란 무엇인가?’

부끄럽게도 한국에서 아시아건축에 대해 가르치는 대학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우리의 교육은 유럽중심주의에 경도되어 왔다. / 8~9p

 

 건축이라 한다면 다들 서양의 건축서양에서 주로 볼 수 있는 화려하고도 압도적인 스케일의 건축양식과 분위기들을 떠올릴 것이다그런데 우리들은 그러한 건축들을 일반적인 건축건축의 이상과 보편이라 생각하게 되는 상황에 머무르게 된다탈서양적 건축동양적 건축이라 하면 주로 불교사찰이나 전통 한옥 등으로 밖에 생각할 수 없는 듯 하다.

 그렇다면 이 건축들이 동양적 건축이라고 딱 잘라 말할 수 있을까그렇지만은 않을 것인데분명 커다랗고 근본적인 동양아시아적인 뭔가가 존재할 것인데 우리는 왜 그러한 동양에 대한 사유를 크게 할 수 없는 걸까이에 대한 의문은 위의 문장처럼 작가가 품고 있는 근본 문제의식에 해당된다유럽중심주의에 경도된 우리들이 기존의 서양 중심적 건축을 벗어나서 한국을 포함하고 있는 아시아의 건축과 그러한 아시아적 건축을 통해 어떤 사유와 어떤 부분들을 관찰할 수 있는 지에 대한 직접적 탐구를 위해 작가는 아시아로 직접 떠나게 되는 것이 이 책의 페이지를 넘기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2. 종교(宗敎), 아시아 건축을 설명할 귀중한 토대


 아시아 건축을 설명하는 데 있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종교인 것 같다문화(Culture)를 정의하는 방법은 관점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될 수 있지만 오랜 과거의 문화의 표출방식은 종교에서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물론 서양의 건축에 있어서도 역사적으로 중세에는 기독교를 중심으로 한 성스러움을 표방한 웅장하고 높게 솟은 건축물들이 많이 세워졌지만 르네상스(부흥)의 도래로 인식의 중심이 인간중심적으로 크게 변화하면서 그에 맞게 바로크로코코고전주의 등등의 과정을 거쳐 발전해왔다.

 동양의 경우에도 작가는 아시아 건축을 바라보기 위한 핵심 요소로 종교에 주목한다첫 번째자이나교다자이나교는 인도의 좁은 지역세 소수 신자들만의 독특한 종교로 인식되는데 작가는 대표적으로 빈디야기리라는 거대한 돌산을 예로 든다.

 

 사원은 바위산의 정상부에 소재한다아찔한 경사계단을 맨발로 디디며 숨이 턱에 차오르는

고행을 통해야만 만날 수 있다중간에 관문 같은 쉼터가 없었다면 등정을 포기했을 지도 모른다.

신자라면 이 정도 고행쯤이야 당연한 과정이었으리라극단적 고행을 통해 해탈에 이르는 방식은

자이나교의 핵심교리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 31p

 

 과거 인도의 그들은 자이나교 교리를 통하여 해탈에 이르기 위한 생각과 인식들을 가시적으로 표출하고 정립시키기 위해 뙤약볕에 달궈진 614개의 계단을 올라야 했고 그것의 교리를 지키는 자이나교인으로서 긍지와 사명을 다하기 위한 방식으로 건축이 이루어졌다.

 둘째로는 캄보디아의 앙코르 와트이다앙코르 와트도 역시 인도에서 기원한 힌두교라는 종교를 통해 건축이라는 가시적 형태로 옮긴 대표적 건축물이라 할 수 있다작가는 앙코르 와트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서술한다.

 

 앙코르 와트는 9세기 이후의 이 지역에서 시도해온 다양한 건축양식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다.

바콩 사원에서부터 시도된 힌두교적 세계관즉 만다라의 정확한 개념이 적용되었다사방의

바다를 상징하는 해자는 폭리 무려 200미터에 이른다해자를 뺀 사원의 외곽은 성벽으로 둘러

있는데 가로 815미터세로 1,000미터에 달하니 사원이 아니라 도시의 규모로 보아야 한다. / 155p

 

 정확히 어떤 목적으로 세워졌는지는 지금까지도 불가사의 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하지만 그러한 장엄한 건축과연 인간의 힘인간의 사유를 통해 이룩해낸 건축의 형태라고 하기에 실로 표현할 수 없을 놀라운 규모로 만들어진 앙코르 와트의 외관을 바라본다면그것은 종교에 의해서 이루어졌다고 말할 수 있겠다또한 그 당시 사람들의 생활상을 추측해본다면 해당 종교에 대한 종교적 실천과 사유가 삶의 중요한 부분으로 차지했었을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아시아 건축을 설명할 또 다른 사례로서 미얀마의 슈웨다곤 중앙탑을 들 수 있다미얀마는 황금의 나라로 연상되곤 한다고 한다어지간한 사원의 불상들 중에 금으로 입혀지지 않은 것을 보기 힘들 정도라고 한다이에 대해서도 불교불교적 세계관이 전제하여 다음과 같은 압도적인 모습을 취한 건축을 보여줌을 알 수 있다.

 

 중앙탑은 거대하고 휘황찬란한 불탑의 위용으로 장엄한 부처의 세계를 연출한다크기를 가늠

하기 어려운 원형의 기단부는 끊임없이 순환하는 탑돌이 길을 만들고탑신부는 종 모양으로

우아한 곡선을 이루다가상륜부에서 마치 안테나처럼 하늘로 솟구친다마치 하늘세계와 교신

하는 모습이다거대한 규모를 우아하게 조형하는 경이로움을 보여준다형식으로는 미얀마 불탑의

전형적인 형상이나태양에 반사되는 황금빛은 비교할 데가 없다가히 불교문명사에서 가장

빛나는 불탑이라 할 수 있다. / 186 187p

 

 이렇듯자이나교힌두교불교 등을 통해 아시아의 건축을 말한다고 하는 것을 종교와 분리해서 생각하기엔 큰 무리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그리고 작가는 두 눈으로 바라봄으로서 종교적 실천을 큰 염원에 두고 살며 유지해왔던 당대 아시아인들의 사상과 건축을 이야기한다종교 없이 아시아 건축을 이야기 한다는 것은 아시아 건축을 설명하고자하는데 서론을 장식하기도 어렵다고 해야 할 것이다그러나 그것이 서양의 종교적 건축에서 볼 수 있는 규모의 건축이 결코 어디에 뒤지지 않을 만큼 그들만의 고유한 정신과 행동양식에 따라 정교하고 압도적인때론 감탄에 그치지 못할 수준의 건축형태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3. 좋은 건축에 대한 아시아적 사유유토피아를 향해

 

 화려하고 웅장함이 강조된 건축은 좋은 건축일까아님 사치를 부리지 않고 아담함과 절제를 지킨 것이 좋은 건축일까사람에 따라 건축은 다양한 방식으로 표방되는 것이지만 이상적 형태를 지닌 좋은 건축을 이야기함에도 역시 다양한 방식으로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다대표적으로 마이소르 마하라자라는 인도의 어느 건축물이 있다이 건물은 인도-사라센’ 양식에 유럽풍이 가미된 초호화판 건축으로 지어진 왕궁으로 1987년 영국인 건축가 어윈이 설계한 것이다사방은 화려한 장식의 문과 담장으로 둘러싸여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어있고내부는 호화스러움의 극치를 보여준다밤에는 아라비안 나이트의 궁전을 소재로 한 디즈니랜드의 만화적 연출로 화려하고 몽환적 분위기를 연출한다고 작가는 이야기 한다.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해야 할 점은 인도사회는 극단적인 계급차별과 경제적 양극화가 크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아직까지 문화적 관습으로서 남아있는 카스트제와 그에 따른 극과 극이 공존하고 있는 인도이나실제로 잘 사는 사람들 보단 여러 방면으로 좋지 못한 환경 속에서 사는 사람들이 더 많다만일 사치와 호화로움만이 강조된 건축과 공간이 이루어지고 있다면 그 건축에 대해서 분명 고민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이렇듯 인도의 마하라자 왕궁을 통해 작가는 다음과 같이 사유한다.

 

 이른바 시민의 공복들이 일하는 관청이 그리도 거창하고 화려할 필요가 있을까그 관청의

준공식에서 흔히 듣는 정치인들의 인사를 반추해본다얼마나 많은 예산을 따냈고 얼마나 위대한

과업을 완수했는지를 설파하는 자찬 속에는 공공사업을 자신의 치적으로 돌리려는 봉건군주의

인식이 투영된다그 관청에서 민원인들을 위해 어떤 서비스를 할지 예산낭비를 줄이기 위해

어떻게 노력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이제 그 거창한 건축물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공공사업의 목적과 과정에 대한 사회적 의미를 물어야 할 때이다. / 57p

 

 그렇다면 좋은 건축이란 무엇일까작가는 좋은 건축이라는 태제를 두고 어떤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더 자세히 말하자면 아시아 건축에서 지향하는 좋은 건축이라고 함은 무엇으로 말할 수 있을 것인가가 더 적합할 것이다이에 대해 작가는 유토피아(Utopia)’로 나아가기 위한 모든 정신적 움직임그것이 가시적으로 표출된 것으로서의 건축을 그들에게 좋은 건축으로 표현한다.

 

좋은 건축은 무엇을 의미하는가단연코 그것은 이상향을 추구하는 것이다물론 시대와 장소,

사회에 따라 이상향도 다르다좋은 건축이란 궁극적으로 그 시대와 장소사회가 꿈꾸는 이상향의

모습을 실현한 것이다그것은 건축적 장치를 넘어 인간과 사회장소를 둘러싼 환경이며 그것과

어우러지는 연출이어야 한다. ...(중략어떤 집을 지을 것인지를 궁구하기에 앞서 어떻게 살

것인지를 고민할 때 유토피아에 가까워 지는 법이다. /252p

 

 아시아 건축은 외부공간의 관계에서 탁월성을 갖는다는 점에서 유럽건축과 대조된다.(248p) 라오스의 루앙프라방이라는 도시에는 어느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은 한 카페가 있다외관상으론 허름하고 세련되지도 개성미가 넘치지도스펙터클이 동원되지도 않은 건축이지만 독특한 구조를 갖고 있다카페 안은 의자도탁자도 없으며 지저분한 매트 만 놓여있다그럼에도 손님의 대부분은 서양인들이며 오히려 누워 자거나책을 읽거나차를 마시거나멍하기 앙을 바라본다그렇다특별히 볼 것도 없고 이용할 것도 즐길 것도 마땅히 없지만 그곳에서의 사람들은 그 공간 속에서 있는 그대로 가만히 있는다어떻게 보면 휴식일 것이고 어떻게 보면 아무것도 하지 않음이지만 이 자체에 주목해야 한다바로탈구속의 상태이다.

 탈구속 상태에서 벗어나 있는 그대로를 사유하고 그저 자유로이 숨을 쉬고 나 외의 타자라는 자연 그대로를 느낄 수 있는 무동(無動)의 상태그로 인한 평화이다그렇다고 탈구속의 상태 자체가 핵심이 아니라그곳에서 지향하는 이상향이 연출될 수 있도록 하는 건축유토피아를 향하는 건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작가는 라오스의 위의 건축을 통해 그들이 추구하는 좋은 건축에 대한 사유를 새로이 발견하고 느꼈음을 보여준다이는 아시아 건축을 바라보는 의미있는 발견이자 관찰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집을 지을 것인지를 궁구하기에 앞서 어떻게 살 것인지를 고민할 때 유토피아에 가까워지는 법이다. / 252p

 

 

 


  4. 그렇게 아시아 건축그가 말하고 싶었던 것들

 

 그래서 아시아 건축이 무엇일까이에 대한 질문에 아시아 건축을 그렇다고 딱 하나로 엄밀히 정의내릴 순 없는 일이겠지만 작가가 직접 아시아의 여러 나라와 도시들을 바라보면서 느꼈던 점들을 통해 이야기 한다면 크게 종교와 유토피아라는 두 토대를 가지고 설명해볼 수 있을 것이다물론 그중에서는 절제미를 갖춘 건축들이 있지만 반대로 거침없는 화려함과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하는 건축 또한 볼 수 있었다그렇다 한들 이 고유한 두 토대를 두고 서양 중심적 사고방식으로 건축을 서양에 의거한 기준과 가치관을 두고 건축의 질과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은 분명 무리가 있는 일이다동양에서도다시 말해 아시아 건축을 통해서도 건축의 의미건축행위에 대한 사유를 보다 질적이고 깊이 있는 사유와 담론들을 생산할 수 있는 독창적 정신과 움직임그리고 이를 토대로 구축된 아시아적인 건축미학을 느껴볼 여지가 충분하고 이는 어디에 뒤지지 않는다고 외칠 수 있는 하나의 힘이 실린 변호가 될 수 있을 것이다그리고 그 변호인의 역할을 해주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아시아 건축기행이 아닐까 한다.

 한편 작가는 이 통해 오늘날의 한국건축이 어떤 위치에 있다고 보는 지나아가 한국 사람들이 다른 아시아 및 아시아 건축들을 통해 어떤 부분을 비교하고 있는지 그 심정을 솔직하게 토로한다.



건축양식도 지나치게 권위적이며 교조적이다사찰은 우리네 전통건축이라 주장하겠지만,

교회나 성당은 옛날 건축양식에 머물고 있다서구에서도 골동품 취급을 받는 고딕이나 로마네스크

양식이 한국에서는 끈질기게 지속되고 있다중국적 예제를 고수하려 했던 조선시대의 서원이나

향교건축과 다를 바가 없다. / 199 ?200p

 

너무 바쁘게 살아온 탓일까. ‘빨리빨리라는 말이 세계백과사전에 등재될 정도로 한국인의 시계는

유난히 빠르다일하는 것먹는 것노는 것이 모두 빠르다집을 짓는 것도 빠르지만지은 집을

허무는 것은 더 빠르다쉬는 것은 더 전투적이다뭔가 움직이지 않으면 무의미하다고 인식하는

한국인의 다이내미즘이다. ...(중략이곳에서는 아무도 바쁘게 움직이지 않는다라오스 사람은

시계를 찬 사람도 드물지만 심지어 보는 사람도 거의 없다버스가 언제 떠날지는 운전사

마음이고음식이 언제 나올지는 주방장 마음이다이 강변에 누운 사람들은 분명 시간을 잊지

귀해 온 사람들 같다시간에 속박되지 않은 나라에 와서 공연히 한국인들만 복장이 터지는

걸까. / 233p

 

위의 사유는 분명 무시하고 지나칠 수 없는 따끔한 관찰에 해당한다그렇다고 한국의 사유한국의 건축이 나쁘다잘못됐다고 해석하는 것은 작가가 의도하고자 하는 방향은 아닐 것이다이러한 사유들로 하여금 우리는 보다 한국적인 게 무엇이며 나아가 한국 건축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지에 대한 보다 한 걸음 나아가는 사유의 확장을 기대해보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서도 작가는 한국 건축에 대해서도 나름의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만큼건축에 대한 사유와 깊은 애정이 남다르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크고 번쩍인다고 해서 예술적종교적 감동을 주는 것은 아니다우리의 석탑은 중국,

일본은 물론 전 세계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독창적 예술품임을 자랑스러워 해야 한다. / 74p

 

 

 시작은 한국건축의 의미를 묻는 물음에서 시작했지만 끝은 아시아를 횡단하면서 그 지역의 역사와 건축을 들여다보는 사유의 시간여행으로 이어지는 이 책은 건축을 보는 눈을 보다 공시적 차원에서 확장시켜주는 흥미로운 기행문이라 할 수 있다우리가 지금까지 봐왔지만 무심히 지나쳤던 동양의 건축물들과우리 한국 건축에 대해서도 다시금 기억 속으로 나마 되감기를 해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는 역할을 맡기도 하는 동시에 내용상으로도 어렵지도 않고 꼼꼼한 작가의 배경지식과 건축에 대한 설명그리고 건축에 대한 솔직담백한 사유역시 흥미롭게 페이지를 넘기게 한다.

 끝으로 이 책을 통해 건축에 대한 사유를 보다 새로이 뽑아내어 동양의 이미지를 새롭게 발굴하여 그 숨결을 재발견하고 재고찰 함에도 큰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보며 강영환 작가그가 말하고 싶었던 건축에 대한 메시지와 사유를 독자들로 하여금 같이 공유하고 생각해볼 수 있는 사유의 장이 적극적으로 마련될 수 있는 환경이 적절히 조성될 수 있기를 작가의 글을 대신해 마무리를 짓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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