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영작가의 쇼코의 미소를 읽고 두 번째로 만나게 된 소설이다.작가의 작품들은 자극적이지 않은 소재의 이야기를 담담하지만 섬세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인물들의 감정들에 때로는 공감하기도 하고, 때로는 왜 그랬을까하는 의문과 답답함이 느껴지기도 했었다. 명확하지 않은 어떤 것들을 시간이 지난 후 다시 들춰보고 싶은 소설이라서 그녀의 작품에 눈이 간다. <내게 무해한 사람> 이라는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이 책은 무해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상처주기보다는 묵묵히 상처를 감내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서로 상처를 주고 받으며 살아가는 것이 필연적이라 보다 더 현실감있게 느껴지기도 한다.. 특히 가까운 사이일수록 상처에 더 민감하고, 상대방에게 상처를 더 쉽게 주고 받게 된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다.7개의 단편소설로 이루어진 이 소설은 상처에 관한 이야기, 사랑에 관한 이야기, 여성에 관한 이야기들이 수록되어있는데, 마지막 이야기 '아치디에서'라는 작품이 왠지 여운이 있는 것 같아 인상 깊었다. 마지막에 헤어지면서 그들은 메일 주소를 주고 받지 않는다. 왜 그랬을까? 이해가 되면서도 안타깝기도 했다. 두 사람이 서로에게 진심으로 대하는 를 향해 진심으로 모습은 아름다웠다. 그러나 현실속에서 두 사람의 진심은 진심 그대로만 판단되어질 수 없기에 그랬던 것 같기도 하다. 그 감정이 이어져서 퇴색되기보다, 그 순간의 아름다운 기억을 서로의 마음에 간직한 채 살아가기로 한 두 사람의 모습이 의연해보이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해서 더 마음에 와 닿는다.이 소설들을 읽으며누군가에게 무해한 사람이 된 적이 있을까? 누군가에게 그런 믿음을 준 적이 있을까? 라고 생각을 해보게 된다. 쉽지 않은 일이고, 그 사람에 대해 속속들이 알수록 그런 믿음을 갖기가 더 힘들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는 내게 무해한 사람' 이라는 생각을 서로 갖게 된다면 얼마나 안심되고 행복한 일일까?설마 소설 속 미희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무지 속에서만 믿음과 행복이 존재한다면 그야말로 씁쓸한 일일것도 같다."진희와 함께할 때면 미주의 마음에는 그런 식의 안도가 천천히 퍼져나갔다. 넌 내게 무해한 사람이구나. 그때가 미주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절이었다. 미주의 행복은 진희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진희가 어떤 고통을 받고 있었는지 알지 못했으므로 미주는 그 착각의 크기만큼 행복할 수 있었다." - p.196이 소설을 통해 여러가지 사랑의 모습에 대해 접해보면서 다양한 감정들을 느껴보게 되었다. 화가 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한 사랑의 무채색 빛. 현실에서 사랑은 핑크빛만 있는 것이 아닌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