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준하 - 민족주의자의 길
박경수 지음 / 돌베개 / 2003년 8월
평점 :
절판


장준하의 삶은 그 자체가 우리 민족의 아픈 역사이다. 소년 시절 브나로드 운동에 참여하였고, 일본 유학시절 일본군에 징집되자 탈출하여 중국 대륙 6000리 길을 걸어 임시정부에 도착, 광복군 활동을 하였다. 그의 투쟁은 해방 후에도 계속되는데 어두운 지식인들의 등대가 된 [사상계]를 발간하여 이승만 정부에 대항하였고, 전국민의 민주화 염원을 군홧발로 짓이기고 등장한 박정희의 군사독재에 맞서 아홉 번 옥고를 치른다. 그 와중에 제 7대 국회의원에 옥중출마하여 당선이 되고, 필리핀에서 언론 문화부문 막사이사이상(아시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을 수상하기도 한다 (장준하와 함께 막사이사이상을 함께 수상한 사람 중에는 테레사 수녀도 있었다)

[장준하 : 민족주의자의 길]
절로 숙연해 지고, 때로는 가슴을 치며 분노하다가도, 마지막엔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는 책
두말할 나위 없이 이 땅의 젊은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

‘장준하’는 이제 내 삶에 꺼지지 않는 등불이 되었다
그 눈부신 빛 앞에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도록 노력할 것이다
(아울러 어서 빨리 장준하의 사인(死因)이 규명되기를 소망한다)

덧붙임 : 박정희가 김재규의 총탄에 죽었을 때 일본의 한 신문에 ‘일본의 마지막 군인이 죽었다’는 기사가 나왔다고 한다. 그 기사의 요지는 박정희가 그렇게 오랫동안 군림하면서 정치적 파벌을 만들지도 않고, 사유재산을 따로 모아놓지도 않았다는 점에서 ‘사무라이 정신’을 실천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따지자면 (그 ‘사무라이 정신’이라는 것은 쓰레기통에 쳐박아 놓고 보더라도) 광복군이자 임시정부의 요직에 있었으면서도 해방 후에 그 어떤 정치적인 요직도 거절하고 언론운동에 투신한, 그리고 박정희 정권의 그 부패한 시대에 국회의원을 하면서도 (장준하 역시 처음에는 당에 소속되어 있었으나 파벌 싸움에 실망한 나머지 탈당하여 무소속으로 활동한다) 항상 빚에 쪼들려야 했던 장준하야 말로 진정한 위인이 아니겠는가. (또한 박정희가 사유 재산을 챙겨놓지 않았다는 말은 검증이 필요하다)

“대한민국 대통령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단 한 사람, 박정희는 자격이 없다”
장준하 선생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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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통 극장
이와이 슌지 지음, 남상욱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3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독백이다. 이 책은 독자와의 소통을 위한 이와이의 말걸기가 아니라 철저히 자기만의 추억에 잠겨 있는 그의 혼잣말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봤는가가 아니라 언제 봤는가이다'라는 본문 속의 말처럼 이와이는 시종일관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며 회상에 잠기는데, 이 책의 유일한 재미는 그 회상 가운데 그가 이따금씩 흘리는 [러브레터] 나 [언두], [스왈로우테일] 같은 영화들의 단초를 줍는 일이다. 그러므로 이 책은 오직 이와이의 팬을 위한 책이며 만약 이와이의 팬이 아닌 사람이 읽는다면 분명 이런 반응을 보일 것이다. '뭐 이런 시시껄렁한 얘기들을 책으로 묶어냈담'
(물론 나는 이와이의 팬이므로 재밌게 읽었다)

촬영현장이란 불가사의한 장소라서 보통은 있을 수 없는 우연이 종종 발생한다. [러브레터] 때는 눈(雪)이 그랬다. 눈 내리는 장면이 그렇게 많은 영화인데도 두 달에 걸쳐 촬영하는 동안 눈이 내린 것은 단 몇 번 뿐이었다. 10월부터 11월에 걸쳐 몇차례 눈이 왔는데, 그곳 사람들은 단 몇번이든 눈이 왔다는 것만으로도 운이 좋았다고 했다. 우리는 웬일인지 눈이 오는 날에만 눈 오는 씬 촬영을 계획하고 있었던 것이다. 첫번째 눈이 왔을때는 '음, 앞으로는 이렇게 운이 좋을 리 없어'라고 했다. 그런데 두 번째도, 세 번째도, 눈이 필요한 장면이 되면 전날밤부터 흐려지더니 아침엔 한 편의 은세계가 펼쳐져 있었다. 네 번째도 적중하고 나서 다섯번째가 다가오자 오히려 으스스한 기분이 들었다. 다음에도 또 내리면 그야말로 '로열 스트레이트 플러쉬'다. 영화 속에 '후지이 이츠키 로열 스트레이트 플러쉬'라는 대사가 나오는데, 그런 대사가 있다는 것마저 묘한 우연으로 생각되어, 모두 마른침을 삼키며 촬영날을 기다렸다. 그리고 눈은 내렸다.
- 본문 중에서

하지만 아무리 그래두 '영화 도서'의 외피를 하고서, 또 영화 제목들로 목차를 나누고서, [킹콩]부분에서 영화 [킹콩]에 관해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은 건 좀 심했어 -.-;;

http://rno.netia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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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살의 선택, 맨땅에 헤딩하기
유수연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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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정체가 불분명한 책이다. 자서전은 아니고, 에세이라 하기엔 동어반복이 지나치며, 영어 지침서라 하기엔 너무 단순하고, 그냥 해외 취업 안내서라 하면 저자가 섭섭해 할 거 같다.

언제부터 억대 연봉이 우리가 본 받을 만한 덕목(!)이 되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하여튼 이 책의 표지엔 이렇게 써 있다.
'치열한 자신과의 싸움으로 억대 연봉자가 된 유수연식 해외 취업 성공기'
음, 그렇다면 이건 해외 취업에 성공하여 외화벌이를 하고 있는 당찬 여성의 드라마로군, 하면 오해다.

그녀는 지금 한국에서 영어강사를 하고 있으니까. 결국 억대 연봉은 국내 학원강사로 있으면서 받는 돈이고, 해외 취업은 그녀가 '한때' 하얏트 호텔에 호텔리어로 있었던 것을 말하는 것이다. 근데 그게 책 낼만큼 대단한 일일까?... 하면 좀 의구심이 들지만, 따지지 말고 '치열한 자신과의 싸움으로'에 방점을 찍이 이 책을 읽는 다면 그래두 꽤 읽어볼만 하다.

아직은 가진 것이 없고, 아는 것이 없고, 경험한 것이 없어서 현명할 수 없는 20대들이, 이 좁은 땅에서, 좁은 시야로 매겨진 평가에 연연하여 자신의 미래를 성급히 규정 짓은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아주 구체적으로 언급할 수는 없지만 나는 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이 땅을 벗어나 보는 건 어떻겠느냐고. 자유롭게 클 수 있도록 스스로를 한번 놔주는 건 어떻겠느냐고. 진보할 수 있고, 진정으로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찾기 위해서 말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라는 말은 아니다. 외국으로 나간다고 해서 성공이 두 팔 벌려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니니까. 그곳에서도 모든 것은 자기 하기 나름이다. 하지만 적어도 한국에서처럼 백그라운드에서 좌우되지 않는 이점은 있다. 이것은 우리의 도전의식을 자극한다.
(p.199)

물론 나는 이 땅을 떠날 생각이 없지만, 스물 셋이라는 어린 나이에 학벌과 배경만으로 자신을 규정하는 한국을 미련없이 떠난 저자의 용기는 분명 본 받을 만하다. 외국에서의 피눈물 나는 노력들 또한.

하지만 한자지 의문을 지울 수 없다. 그녀가 이 땅을 떠났던 이유는 사회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 거 아니었나. 그런데 지금 기득권의 자리에선 그녀는 그 사회를 바꾸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단지 자신의 신분 상승을 성공 사례로 들며 '청년들이여, 이 땅을 떠나라'라니..

곰씹을 수록 고개가 갸우뚱 해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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