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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한 자전거 여행 ㅣ 창비아동문고 250
김남중 지음, 허태준 그림 / 창비 / 2024년 12월
평점 :
책의 마지막 '작가의 말'까지 읽고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
난 웃고 있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우리 가족 함께 자전거 여행을 가고 싶다'
'가족 모두 자전거 여행 일정을 맞출 수 있을까?'
그보다 먼저
'과연 우리 아들이 간다고는 할까?'
ㅎㅎㅎ
책의 시작에서 아무도 없는 으스스 한 집에서
가장 시끄러운 방송을 찾아 튼다는 호진이...
그러나 기다리던 엄마 아빠와 만나면
들리는 건 웃음소리가 아닌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는 칼날같이 날카로운 말들이었다.
가족이 없으면 외롭고, 만나면 속상한 일뿐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춘기 아이의 복잡한 마음을 느낄 수 있다.
호진이가 부모님의 갈등으로 느끼는 혼란스럽고 슬픈 감정을
책에서는 다양한 비유를 통해 느끼게 한다.
작가님의 찰떡같은 비유가 호진이의 마음을 너무 잘 이해하게 했다.
그리고 서글펐다.
나는 고장 난 신호등이었다. 어쩔 줄 몰라 하는 내가 가운데 있었지만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 엄마 아빠 사이에 지난 몇 달 동안 한 말보다 더 많은 말이 오갔다.
- Page.17
방바닥의 머리카락만큼도 나한테 신경 쓰지 않는 엄마 아빠를 놀라게 할 수 있다면 뭐든지 괜찮다. 걱정하게 할 수 있다면 더 좋다. 후회하게 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다"
- Page.21
삼촌을 따라 갑작스레 하게 된 자전거 여행은
광주를 출발해서 구례, 진주, 창원, 부산을 거쳐
울산, 대구, 안동, 단양, 원주, 홍천, 속초, 통일전망대까지 가는
1100km, 11박 12일의 여정이다.
우리나라의 지리적 위치와 아름다운 풍경을 잘 표현하여
머릿속으로 지도를 그리며 자전거 여행을 따라가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대장정의 자전거 순례를 마치며
호진이는 가족 문제에서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무력감에서 벗어나
문제를 직면하고 극복하려는 적극성과 자신감을 갖게 된다.
제목은 불량한 자전거 여행이지만 전혀 불량하지 않은
몸도 마음도 튼튼하게 하는 건강한 자전거 여행이었다.
자전거 여행을 함께 하는 삼촌의 이야기를 통해
부모의 역할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흔들리는 사춘기엔 자신을 믿어주고 이야기를 들어줄 부모가 필요하다.
성장동화지만 부모님도 같이 읽으면 좋겠다.
주인공 호준이 또래의 아이들이 읽으면 공감되고 재밌어서 좋아할 것 같고
부모님이 읽으면 아이를 이해하고 가족의 의미를 생각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끝까지 너무 재밌게 읽었다.
이래서 15년간 스테디셀러인가 보다.
출간 15주년 기념 개정판으로 이번에 출간되었으니
초등 고학년, 중등 아이들이
꼭 한번 읽어보기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