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8월 4주

아무리 지구촌세상이고 서구 문화화 되어 입맛이 맥도날드에 길들여지고 미국 시트콤 <프렌즈>에 깔깔댄다 한들, 그래도 보통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밥을 먹어야 배가 부르고 개그콘서트를 보며 더 많이 웃는다. 웃음은 전세계 공통이라지만 그 웃음을 어떻게 만들어내느냐의 문제는 또 다르다. 대부분이 이해할만한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배어나오는 웃음이 아니라, 인간의 원초적인 부분을 쿡쿡 찔러주어 포복절도하게 만들 코미디물은 더욱 적나라하고 극적으로 치닫기 마련이고, 그럴수록 그 나라만의 '코드'가 강하게 드러나기 마련이다. 일명 '화장실 유머'로 무장한 미국식 코미디 영화는 그래서 호불호가 명백히 갈리기 쉬운 장르 중 하나이다. 질펀하게 성적인 농담을 던지거나 더럽거나 징그럽거나 - 보기 불편한 것들을 과감하고 직설적으로 꺼내놓는 것에서 당신은 통쾌함을 느끼는가? 아니면 웃음은 커녕, 과격하게 말해 '토 쏠리는' 기분이 드는가?
웃거나 싫어하거나 - 미국식 유머 코드 가득한 코미디물 세 편을 소개해본다.  

 

행오버2

1편은 미국에서 역대 코미디 영화를 통틀어 1위에 올랐지만 청소년관람불가 딱지에 한국인들이 거부감 가질 수도 있는 화장실 유머들이 난무하기 때문인지 애초에 국내에서는 개봉이 되지 않았었다. 하지만 미국에서의 엄청난 인기와 그로 인한 입소문 덕분인지 또는 행오버 시리즈에서 맹활약을 펼친 한국계 배우 켄 정 덕분인지 2편은 국내 극장에서도 볼 수 있게 되었다.
'숙취'라는 뜻의 제목이 말해주는 것처럼 행오버 시리즈는 세 남자가 술을 퍼마시고 필름이 끊긴 뒤 벌어지는 사건 사고를 그린 내용이다. 대놓고 '진상 코미디'라고 말하는 이 영화. 고주망태들이 벌이는 각종 진상짓들과 엽기적 상황의 퍼레이드들이 이어진다. 이게 말이 돼? 하고 혀를 끌끌 차게 되지만, 술로 사고 한번쯤 쳐 본 사람들은 좀더 재미있어 하는 듯. 우리 주변에만 해도 사실 별별 희한한 술버릇이나 사건들이 있지 않은가. 술 진상은 멀리 있는 남의 얘기가 아닌 것을~
2편의 무대는 방콕. 이번에도 얼간이 주인공들은 총각파티를 벌이며 '딱 한잔만'하다가 또 필름이 끊겨버린다. 깨어나자 신랑은 손가락 하나만 남긴 채 사라진 상태고, 이들은 사라진 전날밤의 기억을 재구성하기 위해 애쓴다... 기억을 잃은 지난밤을 추적해가며 나름 미스테리 스릴러적인?? 구성을 취하고 있는 점은 꽤 흥미롭다. 하지만 내용을 짜맞추어 가는 재미보다는 초강력 황당무계한 사건들에 정신이 혼미해지기 쉽다. 게다가 이미 잘린 손가락이라는 '신체훼손'부터 시작한 이 영화... 충격의 노출씬에 태국 트랜스젠더와의 나체쇼에, 미국식 화장실 유머의 저속함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비위 약한 사람은 애초에 이 영화에 도전하면 안될지니. 
참고로 미국에선 이미 3편 제작까지 확정되었다. 과연 3편도 국내개봉이 가능할지는 2편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들을 지켜봐야 싶을 듯 하다... ^^;; 


- 충격과 공포의 켄 정 ㅋㅋ 3편에선 비중이 주연급이 된다고 한다.

 

트로픽 썬더

<쿵푸팬더>의 잭 블랙과 <아이언맨>으로 화려하게 재기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코미디 영화의 제왕인 벤 스틸러라는 조합이기에 한국에서도 개봉하지 않았을까 싶은 영화. (특히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아이언맨으로 주가 상종가를 쳤던 덕이 주효하리라 혼자 생각...)
이 영화는 각각의 개성과 사연이 독특한 배우들이 정글에 모여 한 베트남 참전용사의 실화를 영화로 찍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좌충우돌을 보여준다. 그게 그거인 속편을 거듭 찍으며 이젠 한물이 간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액션스타 터그, B급 코미디물로 떴지만 배우로 인정받고 싶은 마약중독자 제프, 그리고 DVD코멘터리를 녹음할 때까진 철저히 배역에 몰입해 사는 오스카 5회 수상에 빛나는 연기파 배우 라자러스. 여기에 배우를 컨트롤하느라 애먹는 초짜감독, 오래 동고동락한 내 배우와 실질적인 경제적 유혹 앞에 갈등하는 매니저, 수익에만 눈이 먼 저열한 제작자, 알고보니 실화가 아니라 사기꾼이었던 원작자가 합세한다. 한마디로 이 영화는 헐리우드의 영화계를 적나라하게 비틀어 보여주는 '영화'에 대한 영화인 셈이다. 아예 영화속 세 배우들의 출연 영화들을 실제 예고편처럼 만들어 넣어놓는 센스는 최고. 
초반의 다소 끔찍한 '신체훼손' 개그 몇 장면을 참는다면 그 뒤의 에피소드들은 화장실 유머일지라도 꽤 재미있게 볼 수 있다. 특히나 흑인연기를 위해 실제 흑인으로 수술까지 받고 점차 자아를 잃고 흑인화되어 가는 라자러스를 연기하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연기가 또 재미있는..(뭔소리??ㅋㅋ) 또 상스러운 욕설을 거침없니 내뱉는 대머리 제작자로 톰 크루즈가 열연하고, 존 보이트, 제니퍼 러브 휴잇 등의 까메오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 완벽한 흑인이 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연기는 이 영화의 백미.
공리와의 연기 경험 덕분에 중국어까지 할 줄 안다는 라자러스. ㅋㅋ  

 

오스틴 파워 제로
오스틴 파워2: 나를 쫓아온 스파이
오스틴 파워3: 골드 멤버

미국식 성인 코미디 영화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영화가 바로 <오스틴 파워>시리즈일 것이다. 영국 비밀요원 오스틴 파워스와 세계 정복을 꿈꾸는 악당 이블 박사의 대결을 그린 SF 코미디...라는 틀로 007을 패러디하고 있지만, 첩보물이나 SF의 느낌보다는 성적인 유머 코드가 가득한 영화이다. 아니 사실은 매 출연작마다 여자를 바꿔가며 사랑을 나누는 희대의 카사노바인 007을 이렇게 대놓고 비꼬아준다는 사실이, 개폼 잡는 007이 아니꼬운 1人으로서 신나긴 한다. 오스틴 파워는 절대 여자들을 홀릴만한 미남자가 아님에도 여자들은 모두 그의 마수에서 허우적대며, 몸매 받쳐주는 미녀 본드걸들 역시 성적 욕망에 불타고 있다...;; 포스터에서부터 키치적인 느낌 물씬 나듯이 영화는 일부러 더욱 유치하고 조악하게 꾸며져 있는데, 그 느낌이 또 70년대부터 시대를 풍미해온 고전물 007 시리즈와도 맞물려 재미있다. 오스틴 파워의 남성의 상징이자 힘의 원천인 '모조'는 마치 스타워즈에서 제다이들의 '포스'와도 같은 강력함과 신성함을 지닌다...;; 미국의 유명한 고전 작품들을 알수록 찾아낼 수 있는 패러디도 많고 유명인사들을 많이 알수록 알아볼 수 있는 카메오도 많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요소요소들을 가지고도, 이 배경 속에서 이 캐릭터들이 펼치는 행동들이 매우 미국식 유머코드라서 한국에는 그다지 먹히지 않았다는 사실. 비평가들에게는 온갖 분석거리를 제공해주고 미국의 6-70년대 문화를 알거나 미국식 유머코드가 맞는 사람에게는 즐거울 수 있지만, 대중적으로는 글쎄~ 영어식 말장난도 아무래도 번역만으로 이해하기엔 무리가 있고. 아마 그래서 대부분의 한국 관객에게 마이크 마이어스는 오스틴 파워가 아니라 슈렉으로 기억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 ㅎㅎ 
오스틴 파워 시리즈도 또 4편이 나온다고 한다. 나이 들어 다시 보는 오스틴 파워는 또 느낌이 다르려나~?


- 닥터 이블과 미니미 캐릭터에 재미를 기대했었으나 나로서는 그저 그랬던 기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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