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6월 1주

블록버스터의 시즌입니다!
슈퍼 히어로 시리즈가 <토르>에 이어 현재 <엑스맨>의 프리퀄이 개봉했고 앞으로도 <그린 랜턴>과 캡틴 아메리카의 이야기인 <퍼스트 어벤저>까지 줄줄이 대기중이다. 여름에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캡틴 잭도 새로운 <캐리비안의 해적>시리즈의 시작을 알렸으며 한국 형민우 작가의 만화가 헐리웃 영화로 재탄생한 <프리스트>와 환타지 위주의 대작들 사이에서 독보적인 로봇 SF 블록버스터의 위용을 자랑하는 <트랜스포머>, 장대한 시리즈의 대막을 장식할 <해리 포터> 마지막 편까지 곧 만날 수 있다. 

블록버스터 영화들은 물론 반드시 극장에서 필관해야 할 웅장한 스케일과 화려한 특수효과가 빵빵 터지는 영상이 최대의 볼거리지만, 이렇게 큰 시리즈를 이끌어갈 주인공급 배우들 역시 초미의 관심사이기 마련. 이미 스타인 경우도 있고,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와 스타로의 도약을 하는 경우도 있고, 혜성같이 등장한 무명의 신인이기도 한 여러 블록버스터 배우들을 한번 훑어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캐리비안의 해적> 잭 스패로우 역 / 조니 뎁  

요즘 빼놓을 수 없는 최고의 블록버스터, <캐리비안의 해적>시리즈의 조니 뎁. 그는 잭 스패로우 이전에도 이미 대표적인 유명 인기 배우였다. 하지만 그의 필모그라피를 잘 살펴보면 <가위손>같은 흥행작을 빼면 그는 대체로 주류라고는 할 수 없는 작품들에 출연해왔으며, 그 <가위손>조차 포함하여 대체로 강렬하고 독특한 개성을 표출하는 캐릭터들을 연기해왔다. 그에게 따라붙는 유명한 수식어 중 하나도 기괴한 상상력으로 유명한 '팀 버튼 감독의 페르소나' 아닌가. 조니 뎁은 완전한 메이저급 흥행배우는 아니었던 것이다. 그의 인기는 그의 마이너한 취향을 사랑하는 매니아층과 '조니 뎁'이라는 배우 자체의 히피스러운 매력을 사랑하는 팬들로부터 나오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런 그가 생각지도 못한 블록버스터의 주연으로 나오더니 엄청난 흥행과 함께 헐리웃에서 톱을 달리는 스타가 되어버렸다. 무엇보다도 의미있는 점은, 무려 '디즈니표' 주류 블록버스터에서 조니 뎁 특유의 개성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이전보다 더 폭넓은 사랑을 얻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간 일관되게 갈고닦아 온 그의 비주류 연기 내공이 이렇게 주류 속에서도 조화를 이루며 오히려 독보적인 시너지 효과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진화한 것이 아닐까.  

 

그럼 이번에는 저 유명한 '잭 스패로우' 이외에 조니 뎁의 색다른 연기를 볼 수 있는 영화를 한번 소개해볼까. <비포 나잇 폴스>의 주인공은 조니 뎁이 아니다. 우리나라 포스터에서는 떡하니 조니 뎁이 나와 있지만, 이 영화는 사실 하비에르 바르뎀에 의한, 하비에르 바르뎀을 위한, 하비에르 바르뎀의 영화다. 조니 뎁은 까메오 출연을 하는데, 그럼에도 이 영화를 꼽은 이유는 그가 여기서 맡은 1인 2역의 두 캐릭터가 모두 굉장히 강렬하기 때문이다. 그 하나는 감옥 안의 우상인 여장남자 '봉봉'으로 잠깐이지만 걸음걸이 하나만으로도 교태넘치는 그가 깜짝 재미를 준다. 그보다 더욱 압권인 연기는 바로 동성애자인 주인공을 혐오하며 유린하는 '빅터 중령'으로, 역대 조니 뎁의 연기 중 가장 소름끼치는 마초 변태 연기의 진수를 볼 수 있다.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
찰스 자비에(프로페서 X) 역 / 제임스 맥어보이
에릭 랜셔(매그니토) 역 / 마이클 패스벤더

이제 <캐리비안의 해적>의 바통을 이어받아 흥행몰이 중인 블록버스터, 휴 잭맨, 할리 베리 등의 쟁쟁한 배우들을 모두 스타로 만든 <엑스맨>시리즈의 프리퀄에 해당하는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이다. <엑스맨>시리즈의 주인공은 아니었지만 본편의 가장 중요한 두 축을 형성하는 핵심인물인 프로페서 X와 매그니토의 젊은 시절 이야기이자, 동시에 본편의 세계관이 형성되게 되는 원인과 과정을 보여주는 이야기이다. 어찌보면 엑스맨의 주인공이었던 울버린의 과거를 보여주었던 프리퀄 <울버린>이 더 외전처럼 느껴질 정도로,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는 시리즈의 내용상으로도 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며 그만큼 더 흥미진진하다. 서로 대립하면서도 단순히 적대하기 보다는 서로를 인정하고 의견의 차이를 안타까워하는 모습을 보여 인상깊었던 두 리더의 청년시절을 맡은 것은 제임스 맥어보이와 마이클 패스벤더. 일단 외견상으로도 본편의 두 중견배우가 구축해놓은 이미지에 잘 어울리며, 무엇보다도 둘 다 스타는 아닐지라도 꾸준히 자신만의 필모를 쌓아올려 온 배우라는 점에서 신뢰감이 간다. 그리고 그 신뢰에 부응하듯 둘은 본편에서는 볼 수 없는 '찰스'와 '에릭'으로서의 젊은 시절의 개성과 우리가 익히 아는 그 '프로페서'와 '매그니토'로서의 특징을 훌륭히 하나로 이어주고 있다. 아마도 이 프리퀄을 보고 다시 본편을 본다면 점잖고 고결하여 감히 범접하기 어렵기만 하던 프로페서에도 치기어린 시절이 있었음을, 냉혈하고 무자비해 보이는 매그니토에게서는 그가 이렇게 독해지기 전에 가슴아픈 일을 겪은 청년이었음을 떠올리며 더욱 깊이있는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제임스 맥어보이는 <어톤먼트>, <원티드> 등으로 이제는 제법 인지도가 높아진 배우. 알려진 몇몇 유명한 작품 외에도 사실 그는 그다지 비중이 없는 조연부터 주연까지 여러가지 역을 쉬지않고 맡으며 차근차근 성장해왔기에 이미 작품수가 상당하다. 그중에서 맥어보이가 얼굴과 손가락 2개를 제외하곤 모두 마비된 장애인으로 출연한 <인사이드 아임 댄싱>은 작품 자체와 배우 모두 무척 특별했던 영화이다. 장애에 갇혔지만 누구보다 자립과 자유를 원했고 그것을 실현했던 '로리'를 꼭 만나보시길. 그리고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 나니아 시리즈 첫번째 이야기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에서 꼬마 루시가 처음 만난 나니아의 친구 미스터 툼누스가 바로 제임스 맥어보이였단 사실. 이제는 과연 다시 그런 순진무구하고 귀여운 역을 할 수 있을지... ㅎㅎㅎ 

 

마이클 패스벤더는 맥어보이 보다 아직은 좀더 인지도상 갈길이 남은 배우였는데, 아마도 이번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로 누구보다 멋지고 강렬하게 뇌리에 남게 되지 않을까 싶다. 매그니토도 그렇고, 그는 지금까지 주로 강하고 남자다운 이미지의 역할들을 맡아왔다. 그런 그의 필모에서 눈에 띄는 고전적인 시대극 하나. 바로 얼마전에 개봉했던 미아 와시코우스카 주연의 <제인 에어>이다. 그는 거칠지만 열정적이고 속은 따뜻한 제인의 영원한 사랑 '로체스터'를 맡았다. 그간 영화속 로체스터들이 어딘가 로체스터라기에 부족한 부분들이 보였던 데 비해, 그는 원작 소설에 무척 근접한 이미지를 구현해낸다. 그리고 또한 역대 로체스터 중 가장 잘생겼다는 평을 듣기도. ㅎㅎㅎ 앞으로도 시대극 포함 더 다양한 장르에서 다양한 연기를 볼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프리스트> 프리스트 역 / 폴 베타니

개봉을 앞두고 있는 헐리웃 블록버스터 영화. 우리나라에서는 특히나 형민우 작가의 만화 <프리스트>를 원작으로 한 것이기에 더욱 기대와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여러 모로 SF적으로 각색했다고도 하고, 실제로 포스터 이미지나 공개된 자료들을 보아도 엄청난 각색이 느껴진다. 아무래도 어둡고도 심오했던 원작의 매력보다는 헐리웃의 자본이 들어간 오락성 위주의 전형적인 블록버스터로 탈바꿈했으리라고는 예측된다.
주인공을 맡은 배우는 폴 베타니. 이름만 들어서는 누구?? 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얼굴을 보면 아마 낯익은 배우일 것이다. 그는 <기사 윌리엄>에서 나체로 휘적휘적 걸으며 충격적인 등장을 했던 제프리 초서, <뷰티풀 마인드>에서 주인공의 망상의 산물이었던 가상친구 찰스, <다빈치 코드>에서는 알비노의 섬뜩한 암살자 사일러스 등, 주로 강렬한 조연으로 인상을 남겨왔다. 개인적으론 그가 주인공이라면 헐리웃 블록버스터화된 <프리스트>가 아니라 원작 <프리스트>에도 어울리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그의 최초 블록버스터 주연이기도 하고, 우리나라 원작이란 점도 있고 하니, 부디 원작과 별개의 작품이 될 지언정 오락물로서라도 괜찮은 영화이기를 바랄 뿐이다... 

 

폴 베타니의 주연작 중 가장 잘 알려진 영화일 <윔블던>. 앞에서 잠깐 언급했듯이 폴 베타니도 상당히 강한 개성을 자랑하는 역할들을 맡아온 배우이다. 그래서 이미지가 무섭고 센 편이었는데, 그런 그의 완전 의외의 귀여운 면모를 볼 수 있는 영화가 바로 <윔블던>이다. 한때 반짝 전성기를 지나 지금은 관심조차 받지 못하는 은퇴 직전의 테니스 선수지만 늘상 밝고 명랑한 성격이 보는 사람도 유쾌하게 만들어준다. 참고로... 앞서 소개한 제임스 맥어보이가 폴 베타니의 찌질하고 철없는 동생으로 출연하여 잔재미를 주고고 있기도 하다. 두 배우의 색다른 면모를 볼 수 있는 일석 이조 영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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