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11월 4주
하트비트 (Heartbeats, 2010)
감독: 자비에 돌란
주연: 닐 슈나이더, 모니아 초크리, 자비에 돌란
- 남자 하나, 여자 하나, 게이 하나
다비드 조각상을 닮은 아름다운 금발 곱슬머리에 자유분방하고 거침없어 보이는 매력적인 한 청년이 있다. 같이 수다를 떨고 같이 쇼핑을 하는 단짝 친구인 마리와 프랑시스는 한눈에 그 청년-니콜라에게 관심을 갖지만, 겉으로는 쿨한 척 '내 타입이 아니야'라고 말한다. 하지만 무관심하게 일하는 척 하면서 서로 번갈아 은근슬쩍 니콜라를 쳐다보는 두 사람의 뒷모습은, 앞으로 그려질 세 사람의 관계의 서막을 알려준다.
두 친구에게 각각 우정인지 사랑인지 헷갈릴만한 모호한 태도로 다가오는 니콜라의 앞에서, 마리와 프랑시스도 각각 우정을 연기하려 하지만 그들의 짝사랑은 숨길래야 숨길 수가 없다~ 오드리 헵번을 좋아하는 니콜라의 취향에 맞춰 마리는 점점 헵번 스타일로 복고풍 패션을 선보이고 프랑시스는 우연을 가장해 니콜라와 자꾸 만남을 만든다. 특히나 서로를 누구보다 잘 아는 마리와 프랑시스가 그 티나는 행동들을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다. 그로 인한 은근한 경쟁과 질투 등의 미묘한 심리를 포착해낸 것이 바로 이 영화의 묘미! 우정과 사랑의 애매한 경계에서 셋이 한덩어리로 뒤엉켜 어울리고 있지만 언제 어떻게 감정이 폭주할지 긴장감은 팽팽하다. 뻔한 삼각관계의 그렇고 그런 로맨틱 코미디 쯤으로 전락할 수 도 있을만한 소재지만, 어린 나이에 배우이자 감독으로 재능을 과시하고 있는 자비에 돌란은 감각적이고 과감한 영상과 연출로 젊은이들의 진지하면서도 가벼운 연애관을 재미있게 풀어냈다.
몽상가들 (The Dreamers, 2003)
감독: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주연: 마이클 피트, 에바 그린, 루이 가렐
- 남자 하나, 쌍둥이 남매 하나
68혁명의 기운이 태동하고 있는 1968년의 프랑스. 미국에서 온 유학생 매튜는 자유분방하고 개방적으로 보이는 프랑스인 쌍둥이 남매 이자벨과 테오를 만나 매료된다. '영화광'이라는 공통분모로 친해진 이들은 부모님이 여행을 간 사이 함께 살면서 영화의 한장면을 재현하기도 하고 돌발적으로 영화 퀴즈를 내고 벌칙을 수행하는 장난을 치며 지낸다. 그리고 이들의 장난은 자유와 일탈을 넘어 방종의 단계로까지 치달아 간다.
이자벨과 테오는 보통의 남매와는 달리, 강력하게 자기들만의 세계를 형성하고 마치 유아기 때같은 상태로 서로에게 집착한다. 이들의 세계에 일원으로 받아들여졌던 매튜는, 이자벨과 연인사이가 된 후로는 쌍둥이의 사이에 더 직접적으로 관여하게 된다. 특히 그가 테오와 이자벨을 구분하고 이자벨만의 사랑을 갈구하면서부터는 매튜는 두 사람의 사랑을 받는 존재인 동시에 한편으로는 두 사람의 절대적인 관계에 충돌하는 존재가 된다. 복잡 미묘한 세 사람의 심정적인 관계와 젊은이들의 혁명이 몰아치는 시대배경 속에서 이상과 현실을 방황하는 청춘들의 이야기는 사람마다 해석하기 나름. 어떻게 해석하든지간에 -이상(꿈) 속에 사는 테오와 이자벨, 그리고 그들에게 감화되면서도 이상만 있고 행동은 없는 테오를 비판하고 그들을 꿈에서 '성장'이라는 현실로 끌어내려던 매튜- 파격적인 관계만큼이나 각각 재기발랄함과 묘한 사랑스러움을 지닌 세 사람을 볼 수 있는 영화다.
내 남자의 여자도 좋아 (Vicky Cristina Barcelona, 2009)
감독: 우디 알렌
주연: 레베카 홀, 스칼렛 요한슨, 하비에르 바르뎀, 페넬로페 크루즈
- 여자 둘, 남자 하나, 전처 하나
역대 최고 짜증나는 번역제목 순위에 올라갈만한 제목이다... 원제는 <비키 크리스티나 바르셀로나>. 비키와 크리스티나라는 두 친구가 바르셀로나에 여행을 가서 겪는 일에 대한 영화다. 정작 이 주인공 둘 보다 바르셀로나에서 만난 인물들-하비에르 바르뎀과 페넬로페 크루즈의 매력이 철철 넘쳐흘렀던 영화이기도.
낭만보다는 현실주의자인 비키와 예술적 감성과 로맨스를 찾아헤매는 크리스티나. 바르셀로나에서 만난 화가 후안 안토니오가 두 사람에게 직구로 작업을 거는데, 크리스티나는 그에게 매력을 느끼지만 비키는 그를 경계한다. 하지만 의외의 젠틀함을 보이는 그에게 비키는 한순간의 낭만에 취해 홀랑 넘어가고 만다. 비키는 흔들리는 마음을 애써 누르고 약혼자와 결혼을 하고, 크리스티나는 후안 안토니오와 연인이 되는데 이때 그의 전처 마리아 엘레나가 나타난다. 크리스티나가 예술적 영감을 얻던 안토니오도 실은 마리아 엘레나의 영향을 받았던 것일 정도로, 그녀는 예술의 끼가 넘쳐흐르는 자유인이었다. 조울증을 넘나드는 불안정한 정신의 소유자이기도 하지만, 세 사람이 함께함으로써 그들은 서로에게 보완과 충족을 시켜주며 균형을 이룬다. 가는 여자 안잡고 오는 여자 안막는 후안 안토니오와 세 여자의 관계는 막장이라면 막장이지만 참 우디 알렌 답게 꼬여있으면서도 안정되어 있고 시종 밝은 터치로 유쾌하게 그려진다. 바르셀로나의 이국적이고 낭만적인 정취와 함께 한여름밤의 꿈같은 두 여자의 예측불허 로맨스의 결말에 대한 기대도 흥미진진하게 즐길 수 있는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