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독서 - 책은 왜 읽어야 하는가
서민 지음 / 을유문화사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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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종이가 상당히 얇다. 뒷장에 인쇄된 글자도 살짝 비친다. 나는 두껍고 투박한 종이보다 이렇게 얇은 종이가 좋더라. 사락사락거리는 소리는 귀를 즐겁게 한다. 또 조심조심 신경 써서 책장을 넘겨야 하니 책을 존중할 수밖에 없다. 온몸으로 '나를 소중히 대해주세요!'라는 책의 주장. 그래, 당당히 주장해라. 


2. 글의 스타일은 칼럼 느낌 조금, 에세이 느낌 다분. 


3. 『서민 독서』는 서민 교수님이 독서의 중요성을 설파하며, 독서를 강력하게 권유하는 책이다. 그의 독서 인생과 책, 독서에 대한 생각이 듬뿍 담겨 있다. 

- 1부에서는 '책 읽으세요! 책 안 읽으면 ○○처럼 될 수 있고, △△처럼 될 수 있어요. 그리고 머지않은 미래에 극 소수의 바보가 지배하고, 절대 다수의 바보들로 가득 찰 세상(이래나 저래나 다 바보들)이 될지 몰라요!'라고 말한다. 

- 2부에서는 '책을 읽으면요, 이래서 좋고, 저래서 좋아요. 그리고 요런 능력을 키울 수 있고, 또 죠런 능력도 키울 수 있죠. 그러니까 책을 읽읍시다!'라고 주장하며, 독서의 길로 들어오라고 유혹의 손짓을 한다. 

- 3부에서는 '책을 읽으세요! 그리고 이왕이면 고전이 좋답니다. 고전은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검증 과정에서도 살아남은 책입니다. 그러니 추천합니다! 물론 고전이라고 다 좋은 것은 아니에요. 고평가된 고전도 있으니 본인에게 잘 맞는 책을 고르세요.'라고 한다. 


4. 책이라는 것은 보통, 하얀 바탕에 까만 글자가 빼곡히 채워진 물건이다. 펼치면 글밖에 없는데, 그 글 속에 이야기의 배경이 있고, 주인공이 있으며, 이야기가 있다. 그리고 글을 쓴 사람의 흔적도 글에 묻어있다. 재미있는 것은, 책마다 저자의 존재감이 제각각이다. 어떤 책은 책의 전면에 저자가 튀어나와 있고, 어떤 책은 아무리 샅샅이 뒤지고 찾아봐도 저자일랑은 1도 찾을 수 없다. 이 책은, 아니 서민 교수의 책은 책 어디를 펼쳐도 서민 교수님이 있다. 여기에도 있고, 저기에도 있다! 페이지 한가운데 우두커니 서서 '이러저러'니 하며 말을 붙이고, 다른 페이지를 펼쳐도 여기 구석, 저기 구석에서 툭툭 튀어나와 얼굴을 내밀고 이러구 저러고 말씀한다. 

다른 책에서도 종종 언급된 어린 시절의 존재감 때문인지, 아니면 교수님의 전공 분야인 기생충, 그러니까 미물인 기생충을 공부하고 가르치는 일을 업으로 삼고 계신 분이라 그런지도 모르겠다. 교수님의 웬만한 책, 웬만한 페이지, 웬만한 책의 위, 아래, 중간, 구석 어느 곳이고 서민 교수님이 계시다. 없는 곳이 없고, 교수님으로 꽉 차 있다. 서민 교수님 글 스타일인 듯하다. 게다가 교수님 성함을 브랜드화했달까. 그래도 『서민의 쉬운 글쓰기』에 비해서는 존재감, 정체성에 대한 서술이 많이 들어든 느낌이다. 


5. 그러니까 서민 교수님에 대한 호불호가 강할 것 같다. 이 책에 대한 반응도 비슷할 것이라 예상한다. 그리고 서민 교수님의 생각과 주장의 논리 전개가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좀 있다. 잘 쓴 글도 많지만, 근거나 주장이 빈약하거나, 비약된 글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예전보다는 글의 논리 전개와 설득력이 많이 좋아졌다. 글에 투사된 서민 교수님의 존재감도 예전보다 많이 줄어든 듯하고. 성장이 눈에 보이네요. 앞으로도 지금처럼 책 열심히 읽으시고, 글도 많이 쓰시길 바란다. 더 탄탄한 논리력, 더 탄복할 설득력, 더 빵빵한 배경지식으로!


+ 완벽한 사람, 절대적으로 옳은 주장을 하는 사람보다 좌충우돌하더라도 배움과 깨침의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이 세상을 더 나은 세상으로 만든다. 용기와 부지런함이 없으면 안 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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