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개츠비 생각뿔 세계문학 미니북 클라우드 1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안영준 옮김, 엄인정 해설 / 생각뿔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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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들은 각 시대마다 끊임없이 나타나고 사라지는 것 같다. 2008년 미국 발 세계경제 위기로 홍역을 치렀음에도, 꿈을 이루기 위해 미국 뉴욕으로 몰려드는 수많은 젊은이들. 그곳에서 자신과 맞는 부류, 혹은 좀 더 나은 형편의 사람을 만나고 성공을 향해 달려간다. 그 사람들은 개츠비만큼 극적으로 많은 돈을 벌진 못해도, 스스로 인정하고 남들에게 인정받을 만큼 커리어를 쌓고 상식과 교양을 갖추며 중산층이 되어 간다. 

아마 그렇기 때문에, 『위대한 개츠비』는 스테디셀러를 넘어 고전에 들었다. '성공'에 대한 갈망이 있는 젊은이라면 마음 한 편에 개츠비가 있고, 그래서 자신의 욕망이 투사된 『위대한 개츠비』를 좋아하는 것 같다. 




어렸을 때는 『위대한 개츠비』가 왜 인기 있는지 몰랐는데, 나이를 조금씩 먹으니 왜 이 책이 인기 있고, 왜 고전인지 조금 알 것 같다. 어렸을 때 내가 '개츠비 같은' 꿈과 목표가 없어서 오랫동안 개츠비를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다. 부유하고 매력적인 남자에게 반한 적이 없고, 누군가를 진심으로 좋아해 그 사람이 원하는 것을 내가 쟁취해 보여주겠다는 꿈도 꾼 적이 없고, 부를 선망해 본 적도 없으며, 성공에 대한 갈망도 크게 없었으니까(그래서 내가 개츠비처럼 극적이고 다채로운 삶을 살지 못하고 그냥 밋밋하게 시간을 흘려보내며 살고 있는 것 같다). 

어쨌든 데이지의 연인이 되겠다는 열망 하나로 개츠비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번다. 그 결과 부유한 사람들도 놀랄 만큼 엄청난 부를 쌓는다. 하지만 그 부가 개츠비에게 어떤 의미가 있었을까. 오로지 데이지라는 초록색 불빛, 초록색 꿈이 있을 때만 그것이 의미가 있었다. 그래서 개츠비는 미국식 물질만능주의와 부도덕성의 표본이지만 누구보다 순수했고 그래서 그의 죽음이 많이 쓸쓸했다. 누구도 슬퍼하지 않는 죽음. 근데 그의 죽음이 쓸쓸해도 그의 인생까지 쓸쓸하고 가치 없었던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오히려 톰이나 데이지보다 의미 있게 살았다 보고, 톰과 데이지가 잠깐 위기를 모면했을 뿐이지만 그들의 삶이 개츠비의 인생만큼 역동적이고  기대에 의한 설렘과 행복이 있는 삶은 살지 못하리라 본다. 

어차피 인생은 어떤 삶을 택하든 그냥 자신이 선택하고 살아가는 것이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후부터 돈이 얼마나 중요한지, 돈 쓸 때의 맛을 알아버려서 돈이 많으면 참 좋겠다 싶지만, 나는 개츠비처럼 순수하지 못해서 늘 안이한 선택을 하며, 어제와 똑같은 오늘을 살고 있다. 내게 불만이 들 때면 개츠비의 순수함과 목표 지향적 삶이 부러워진다. 좀 속물적이면 어떠냐고. 개츠비는 법을 어기긴 했으나, 그 당시 법(ex. 금주법)이 좀 어처구니없는 면이 있었고 부귀를 쌓는 목적이 본인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면 어느 정도 용인이 된다. 물론 법을 어기지 않는 한에서. 

어렸을 땐 개츠비가 이해도 안 되고, '참 바보 같은 인간이다' 생각했는데 점점 그가 이해된다. 그리고 지금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다시 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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