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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연대기 - 현대 물리학이 말하는 시간의 모든 것
애덤 프랭크 지음, 고은주 옮김 / 에이도스 / 2015년 1월
평점 :
품절


경이로운 인간과 우주의 시간 이야기 <시간 연대기>

 

풋풋했던 첫사랑 이야기부터 해야겠다. 상냥하고 친절하고 위트까지 있었던 그녀에게 한 눈에 반해버린 나는, 결국 고백하기로 결심했다. 첫사랑이었고, 처음으로 하는 고백이었기에 얼마나 두근거렸었는지 모른다. 그런데 고백은 해야겠는데 연락할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물어물어 번호를 확인한 나는 삐삐라 불리는 무선호출기에 고백과 함께 00곳에서 몇 시에 기다릴테니 나와 달라고 음성을 남겼었다. 그리고 만나기로 한 장소에서 몇 시간을 계속 기다렸었다. 오직 삐삐라는 음성메세지에 의존한 채, 올지 안올지도 모르는 그 몇 시간이 나에게는 얼마나 길었는지 모른다. 시간이 정말 가지 않는 듯 했던 그때.

 

가끔씩 그때를 생각하면 웃음이 난다. 그 와 달리 삐삐나 공중전화가 사라지고, 스마트폰이 대체된 요즘은 약속 시간이 칼 같다. 정확한 시간과 장소를 이야기하고, 1분 1초를 스마트폰으로 확인한다. 정해진 시간에 늦거나 또는 빠르면 몸이 들썩이고 불안해진다. 또한 끊임없이 시간을 체크하고 이메일을 확인하며 뉴스를 실시간으로 검색한다. 지나가버린 시간과 메일과 뉴스는 그리 매력적이지 않다. 시간이 정말 빠르게 간다. 시간에 중독되어 정밀한 시간의 시대 속에 잡혀 살고 있는 요즘이다.

 

그런데 궁금하다. 왜 이렇게 같은 시간(흔히 우리가 물리적으로 이야기하는)에 있었던 우리는' 빨리 감과 느리게 감'을 느끼는 것일까. 단순히 그냥 느낌에 불과한 것인가. 시간의 개념이 희미했던 목가적 낭만을 그리워하면서도 왜 시,분 단위로 나누어지지 않으면 일상 생활이 낭비된다고 느끼는 것일까. 시간이란 원래 존재하는 것일까. 존재한다면 어디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며, 존재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지금 말하는 그 '시간'이란 진정 무엇이란 말일까.

 

<시간 연대기>는 현대 물리학자인 애덤 프랭크가 물리학의 관점에서 이러한 시간의 비밀을 풀어내기 위해 쓴 책이다. 인류의 시간과 우주의 비밀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 태초의 시간부터 지금까지의 시간의 장면을 연속적으로 기술해 나간다. 자연 시간의 일부분으로서의 인간이 자연에서 떨어져나와 시간을 갖게 되고, 그 시간을 조립하고 만들어 내는 일련의 인류 역사를 방대하게 기술해 놓았다. 문화와 시간의 상관 관계와 그 속에서 물질이 어떻게 시간을 바꾸고, 문화를 바꾸어 놓았는지에 대해 정밀하게 설명한다. 즉, 이 책은 우주의 시간과 인간의 시간을 다룬다.

 

시간은 문화와 떨어질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임과 동시에 우리가 속해있는 우주를 바라보는 관점과도 뗄레야 뗄 수 없다. 더욱이 물리학자이자 천문학자인 저자가 우주의 기원과 우주의 시간을 이야기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 책은 우주를 다루고 우주의 시간과 공간을 다룬다. 덕분에 이 책은 시간과 문화, 물질의 이야기임과 동시에 우주의 이야기까지 확장하며 책 한권이 인류의 시간 전체를 다루는 듯한 방대함이 느껴진다.

 

태초의 우주는 무엇이었을까. 시작이라는 시간이 과연 우주에서는 어떻게 어떻게 작용할 까를 수많은 물리학자와 천문학자 등이 고민했다. 과학적인 발견과 놀라운 지식의 축적으로 우리는 우리 지구만이 유일한 우주임이 아님을 알고 있다. 수많은 은하와 점점 넓어지는 우주 속에서 우리는 끝과 시작이 도대체 무엇인지를 알지 못한다. 한때 '빅뱅'이라고 물리는 우주 폭발 기원설이 그럴듯했으나 갑자기 폭발해서 생겼다는 빅뱅이론은 '이전'이 없는 우주와 갑자기 시간이 발생했다는 비논리에 막혀 있다. 그래서 현재 끊임없이 브레인 우주론, 인플레이션이론, 다중우주론, 끈이론, 루프양자우주론 등 대안 이론들이 나타나서 대체하려고 햐고 있으나 이론들 역시 완벽하지 않고 진화중이다. 그 속에서 시간의 개념은 아직도 둥둥 떠나니고 있는 듯하다.

 

놀랍고도 흥미로운 우주 이론과 물리학 이론이 사방에서 튀어나와 기초 지식이 부족하면 따라가기 버거운 점도 있을 수 있으나, 그것을 굳이 분석하지 않고(분석의 정밀함은 물리학도와 천문학도에게 넘기고) 그냥 이야기라고 받아들이면 쉽게 읽을 수도 있겠다. 무엇보다도 매력인 것이 시간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이 겉핥기 수준이겠지만 맛볼 수 있다는 것이다. 코페르니쿠스, 갈릴레오, 뉴턴, 아인슈타인 등의 시간을 바라보는 다양한 이론들은 정말 흥미롭게 경이롭기까지 하다. 특히 과학 혁명을 이끈 뉴턴과 아인슈타인의 시간 이론은 놀라움의 연속이다. 개인적으로는 상대성이론을 막연하게 인식하는 정도였는데 이 책을 통해 좀 더 시공간의 장이 펼쳐지는 상대성이론을 접할 수 있어서 지적 줄거움이 컸다.

 

우리가 우주 속에서 시간을 바라보는 관점과 그것으로 인한 물질의 창조, 그리고 문화의 변화는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수많은 과학자와 철학자의 각고의 노력과 헌신으로 이루어진 연속된 시간 속의 집단 지성의 힘이다. 그래서 우리는 진화하고 있으며 과학 속에서, 잡힐 것 같지 않는 보이지 않는 우주와 시간의 실체에 대한 이야기를 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집단 지성의 놀라운 힘에 감탄한다. 그리고 과학 지식이 부족한 범인인 나에게더 큰 세상과 우주를 볼 수 있는 창을 제공해주고 있는 수많은 과학자들에게 감사하다.

 

드넓은 밤 하늘을 바라보다 문득 '지금 여기'의 나를 발견할 때 경이롭다. 이 책에 나와있는 줄리안 바버의 주장대로 '지금'이라는 나의 시간만이 계속 존재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각자의 '지금' 이 시간이 곧 우주의 시간일지도 모르기에, 과거의 우둔함과 아쉬움은 접어놓고, 미래라는 시간의 불안을 털어버리며 삶을 살아가야 아닌가 하는 생각이 더욱 강렬히 든다. 아득한 시간과 문화와 과학의 위대함 속에서 우주의 아름다움을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책읽기다.

 

 

밑줄 긋기

 

" 질문1. 우주는 하나인가, 여러 개인가?  질문2. 우주 공간은 무한한가, 한계가 있을까?  질문3. 우주공간은 스스로 존재하는가?  질문4. 시간은 스스로 존재하는가?  질문5. 우주에는 시간적으로 시작과 끝, 아니면 둘 중 하나라도 있을까? (p100)

 

" 달의 주기인 29.5306일을 태양의 주기인 365.2422일에 맞추려는 활발한 노력이 대부분의 달력의 역사를 진행시켰다. 1년을 달로 나누면 12.3683이라는 수가 나온다. 로마 사회가 점점 더 복잡해지자, 끊임없이 연속적으로 계산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다. 1년을 12개월로 만들자는 점에서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것은 비교적 쉬었다. 그러나 나머지 0.3683월을 그냥 무시해버릴 수는 없었다...(중략)대신관은 날짜와 계절이 서로 어긋나지 않도록 윤달이라는 27일짜리 달을 별도로 삽입해 주기적으로 달력을 조정하는 일을 했다. 이는 물질이 개입하여 새로운 제도가 만들어지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인데...(p110)

 

"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발견은 중대한 뉴스였다. 유럽에서 일본을 거쳐 미국까지, 허블의 발견은 숨 쉴 틈도 없이 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했고, 당시 혁신적인 언론매체였던 라디오에서도 모두를 열광케 하는 이 소식이 전해졌다. 허블이 우주의 시공간이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던 그 순간, 라디오는 인간 세상의 공간을 서로 좁혀놓고 완전히 새로운 시간을 경험하게 만들고 있었다는 것은 결코 작은 아이러니가 아니었다.(p251)

 

"그러나 항상 그리고 영원히, 우주론을 만들어내는 일은 인류 문화의 창조와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인간의 시간과 우주의 시간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고...(p464)

 

" 우리가 시간을 발명했고 계속 재창조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함으로써, 우리 스스로가 시간을 다시 한 번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p465)

 

덧붙임.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물론 솔직한 리뷰이기도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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