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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을 읽는다는 것은 - 테리 이글턴의 아주 특별한 문학 강의
테리 이글턴 지음, 이미애 옮김 / 책읽는수요일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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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문체부의 통계에 따르면, 작년 한 해 우리나라 성인의 평균 독서량은 9.1권이었다. 연 평균 독서율은 66%에도 이르지 못해, 쉽게 말하자면 전 국민 셋 중 한 명은 1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다는 이야기였다. 이런가 하면, 각종 온라인 독서 카페, 독서 관련 SNS에는 몇 십권씩 책을 읽어내는 사람들도 많다. 소설책, 심지어 시집마저 '떼듯이' 훌훌 읽는 독서 능력자들도 많이 목격된다. 이를 나타내듯이 작년 한 해 책을 1권 이상 읽은 성인 기준으로는 연 평균 독서량이 14권으로, 전체 평균보다 다소 높았다. 흔히 사회에서 빈부 격차의 양극화가 이야기되고 있는 것처럼, 독서 실태에서도 거의 읽지 않는 사람과 엄청나게 읽는 애서가들의 양극화가 나타나는 것이다. 요약하자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독서 실태는 불균형하며 정상의 궤도에서 벗어나 있다.

 범위를 문학을 좁혀 더 들어가보자. 소설이나 에세이, 시집은 일반적으로 비문학작품보다 빨리 읽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어떤 이는 한 권을 반나절에 읽어낸다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하지만 빠른 속도로 한 권을 '떼고' 금방 다음 새 책을 집어드는 식으로 읽으면서 과연 작품을 제대로 즐길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새 책을 집어들고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 아마 이전에 읽었던 작품의 내용은 희미한 기억의 안개속으로 사라져버리지 않을까. 책읽기가 한낱 시간때우기에 불과하다면, 이해가 안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문학은 단순한 오락거리 이상이다. 따라서 문학은 좀 더 신중히, 꼼꼼히, 찬찬히 읽어볼 필요가 있다. 뜯어먹고, 씹어먹고, 튀겨먹고, 숙성시켜먹을 필요가 있다. 이렇게 경종을 울려주는 것이 이 책이 전달하고자 하는 바라고 생각된다.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여,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문학 작품은 『위대한 개츠비』이다. 웨스턴에그와 이스턴에그를 잇는 잿빛 골짜기의 황량함과 그곳에 걸린 커다란 눈이 그려진 간판의 으스스함이 내포한 메시지, 개츠비가 하염없이 내다보는 먼 곳의 초록 등대빛에 비추는 아련함. 처음 읽었을 때는 마지막 장을 넘기며 펑펑 울기도 했다. 이후에는 소설을 읽을 때마다 서사보다는 인물이나 배경이 암시하는 바, 작품이 나올 시기와 비교하여 시사되는 바에 좀 더 초점을 두고 읽는 것이 나름의 묘미가 되고 있다.

 비평가로서 저자 테리 이글턴은 이처럼 문학 작품 속에 숨겨진 장치들을 어떻게 요리조리 살펴볼 수 있는지 그 길잡이가 되어준다. 그 숨겨진 장치들이란, 작품의 도입부, 인물, 서사, 해석, 가치라는 다섯까지 큰 줄기로 각각 나뉘어 설명된다. 예컨대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의 유명한 첫 문장 "많은 재산을 소유한 독신 남자가 아내를 얻고자 한다는 것은, 보편적으로 인정된 진실이다."가 역설적으로 엘리자베스 일가의 속물적인 여성들을 암시하고 있는지를 제시하며, 작가가 심혈을 기울이는 도입부의 메시지를 어떻게 온전히 해석해낼 수 있을지 등을 말이다. 챕터별로 세부 주제로 나누고 다시 주제별로 다양한 작품의 예를 들며, 문학 작품을 읽는 풍부한 기술적 힘을 길러준다는 면에서 문학도를 위한 입문서와 책읽기를 좋아하는 일반 독자를 위한 대중서의 중간정도에 위치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아쉬운 점도 있다. 영문학을 중심으로 전개된 비평이라 우리나라 독자로서는 낯선 작품들에 대한 분석 사례도 상당히 많고, 따라서 영문학 원서에서 오롯이 느낄 수 있는 묘미를 해설한 부분도 있어 공감이 되기에 언뜻언뜻 부족한 부분이 나오기도 한다. 그래도 이 책에서 알려주는 소위 '읽는 법'을 터득한다면 어떠한 문학 작품을 읽더라도 작가와 대화를 하고, 때로는 머리싸움을 하는 듯 한 더 진한 재미를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가수 아이유는 틈틈이 소설책을 읽는 것으로도 알려져있는데, 그녀의 독서습관은 작품의 가장 마지막 문장을 먼저 읽고 처음으로 돌아가 책을 읽어내려간다고 한다. 그리고 마지막 문장에 다시 다다랐을때, 그 문장이 주는 의미가 새롭게 다가온다는 것이다. 반면 이런 사람들도 있다. "현실에서도 머리아파 죽겠는데 뭐하러 그렇게 번거롭게 책을 읽어?"라며 하루 한 권씩 술술 읽어나가는 사람들 말이다. 자기 나름의 독서법을 가지고 있다면 분명 책읽기는 즐거운 지적, 감성적 유희가 될 것이며, 다독 속독 하는 이들의 방법도 어쩌면 그들 나름의 방법일 것이다. 하지만 작품에서 좀 더 깊은 맛을 느끼고 싶다면, 작가와 좀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다면 조바심내지 말고 천천히 음미하며 읽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스토리'에만 치중하여 빨리빨리 읽어제끼기에 이미 우린 현실 속에서 많은 일들을 빨리빨리 해내고 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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