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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이 노년의 삶을 어떻게 형성하는가>
고령화 사회를 거쳐 고령 사회로 진입해갈 수록, 의도된 바든 아니든 사회의 이데올로기는 세대 갈등을 부각시킨다. 경제 영역에서의 밥그릇싸움은 이제 동세대 간의 문제 뿐만이 아닌 노년층과 청년층의 경쟁으로 발전하게 된 것이 이를 부추겼다. 하지만 이것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의료기술의 발달과 물질적 풍요로 인한 여가시간의 증대 및 문화 선택의 폭 확장 등으로 노년을 어떻게 보낼것인가, 노년층을 어떻게 대우할 것인가는 개인에게는 물론 사회적으로 고민을 피할 수 없는 만국 보편의 문제가 된것이다. 저자는 미국 사회의 과거와 현재의 불평등이 노년의 삶을 어떻게 형성하였는지 분석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미국의 사례를 보며 눈 앞에 닥친 우리나라 노년층, 나아가 세대 문제에 발전적인 단서를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불안의 사회학>
현대 사회에 이르면서 물질적으로 풍요해질수록 정신적으로는 빈곤해지고 더욱 갈망하고 불안해한다는 인간에 대한 평가는 매우 구태의연한 표현이 되어버렸다. 못가진 자는 가지기 위해 그 수단과 방법을 강구하는데 초조함을 느끼고, 가진 자는 그 나름대로 기득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불안해한다. 요컨대 어떤 의미로든 불안을 느끼지 않는 현대인은 없다. 독일의 사회학자 하인츠 부데는 이 '불안'을 코드로 현대 사회를 읽어낸다. 하나의 사회 진단서로서 불안을 없애기 위한 방법을 제시하는지 여부는 봐야 알겠지만, 그의 진단이 상당한 보편성을 띠고 독일을 비롯한 유럽사회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맥락적 유사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 선정도서였던 <나는 불안과 함께 살아간다>가 불안에 관한 개인적 에세이 형식을 띠는 연구서였다면, 이 책은 좀 더 거대한 맥락으로 사회구조를 읽으려는 시도를 했다는 점에서 그 차이가 분명할 것이다.
<보는 눈의 여덟 가지 얼굴>
눈, 시각은 생물학적으로 망막에 어떠한 사물이 비쳐 뇌에서 인지하는 통로의 의미뿐만 아니라 사물이나 현상에 대해 인식하는 방식이나 방향 등 훨씬 넓은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사상적 견해의 차이에 따라 역사 혹은 사회 속에서 동일한 하나의 사건을 가지고도 의견이 갈릴 수 있다. 그러한 의미에서 이 눈 혹은 시각이라는 것은 우리를 갈라놓고, 때로는 결속시키는 도구이기도 하다. 연구 영역으로서 '시각문화'라는 것을 다루는 이 책은 우리의 시각이 '시신경의 작용'을 넘어서 사회에서 어떠한 의미를 갖고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작용해왔는지 여덟 갈래의 가지로 나누어 고찰해보는 흥미로운 저작이다.
<잡종사회와 그 친구들>
'아나키스트 자유주의 문명전환론'이라는 부제를 보자. 주류들이 상당히 못마땅해하며 불온하다고 면박을 줄것만 같다. 아나키스트 사회학자를 표방하는 저자가 지배권력을 거부하고 또한 그들의 시선에 굴복하지 않으며, 그 나름의 학문적 소신을 담아낸 두꺼운 저서이다. '잡종'이라는 코드를 사회학적으로 해석하여, 주류에 휩쓸리지 않고 개인성을 지키면서 그가 말하는 아나키스트 자유주의를 어떻게 실현시킬 수 있는지 들여다보고 싶은 사회이론서 같으면서 사회진단서같은 흥미로운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