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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슬 / 오멸, 김금숙 (그림)

 

이념과 역사에 희생된 ‘제주 4.3사건’을 그려낸 <지슬>은 선댄스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묵직한 흑백과 오묘한 흐름의 연출이 인상적이었던 오멸 감독의 작품이 수묵화의 그래픽 노블로 다시금 나왔다. 세월호 참사 또한 시간이 지워가겠지만 우린 우리의 비극을 오래도록 기억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망각에 거부하는 행동을 이 아름다운 그래픽 노블로, 그리고 오멸 감독의 영화로 기억하는 것은 문화가 제공하는 가장 우아한 방식이다.

 

 

 

 

 

 

2. 낭비 사회를 넘어서 / 세르주 라투슈

 

언젠가부터 우린 돈이 없으면 사지 않는 것이 아니라 싸게 사는 것에 목을 매는 것에 익숙해졌다. 특히 전자제품에서 대해선 날이 갈수록 줄어드는 교체 사이클에도 불구하고 꾸준하게, 그리고 충실하게 소비해낸다. ‘계획적 진부화라는 광기에 관한 보고서’라는 소제목은 개인의 소비가 결코 단순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의미한다. 대표적인 탈성장 이론가인 저자는 성장 중독에 빠진 사회가 어떤 소비와 낭비, 계획적 진부화를 촉진시키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자원은 한계를 드러내고 소비로 인해 생기는 쓰레기는 어쩌란 말인가. 미래를 위해, 그리고 이 사회의 현명한 소비를 위해 하는 경고이자 독려이지 않을까 싶다.

 

 

 

 

3. 음악의 기쁨 / 롤랑 마뉘엘

 

작곡가이자 음악학자인 롤랑 마뉘엘과 피아니스트 나디아 타그린이 3년 동안 매주 일요일 라디오에서 나눈 대화를 옮긴 책이다. 만만한 책이라고는 볼 수 없다. 다만 음악전공자가 읽을 만한 특별한 깊이가 들어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담 형식이라 음악애호가들이 읽기에도 큰 부담이 없다는 것이 이 책의 미덕이다. 대담은 매우 근본적인 질문에서 시작되지만 다분히 수더분하고 유쾌한 수다를 내내 이어간다. 1947년 출간되었던 이 고전은 클래식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익히 읽혀졌던 책이기도 한데 마침내 번역본으로 출간되었다. 총 4권 중 2권까지 출간되었고, 깔끔하게 떨어지는 북디자인은 덤이다.

 

 

 

 

 

4. 러시안 다이어리 / 안나 폴릿콥스카야

 

한창 기자를 꿈꾸던 때 그녀의 죽음을 접했고 내가 기자라는 직업에 가졌던 모든 태도와 생각을 되짚었던 기억이 난다. 기자이자 인권운동가였던 그녀는 러시아군에 의해 인권을 유린당하는 체첸의 실태를 조명하는 기사를 써냈다. 푸틴을 비판하기도 했고, 때문에 푸틴으로부터 정치적인 압력을 받기도 했다. 그리고 2006년 10월 7일, 괴한의 총격에 피살당한다. 정치적 타살이라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됐으나 아직 밝혀진 바는 없다. <러시안 다이어리>에서 그녀는 2003년부터 2005년까지 러시아 내의 굵직한 사건들을 다루면서 러시아 민주주의의 위기를 다루고 있다. 한 국가 내에서 자행되는 민주주의의 몰락과 그 속에서 끝내 펜을 쥐었던 신랄한 저널리즘의 풍경 또한 담겨있다. 국내에 번역된 책은 <더러운 전쟁> 뿐이었는데 새롭게 번역되어 출간된 이 책이 정말 반가울 따름이다. 당신들의 ‘푸간지’가 이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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