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나에게 ‘행복’이니 ‘하나님 앞에 선 인간의 불완전성’이니 하는 말을 읊어대서 나에게 좀 꾸중을 들었다. 행복을 인생의 목표로 삼는다는 것은 인간의 불행이나 고통, 고뇌, 불가항력적인 고난이나 재난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것이고, 하나님의 존재를 모든 논리의 선행조건으로 앞세운다는 것은 인간학적 깊이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정치는 신앙의 고백이 아니다. 정치가는 자신의 개인적 신앙이 어떠한 것이든지 간에 종교적 간판을 탈색시키는 것이 정당하다. 정치가는 ‘여민동락(與民同樂)’을 추구해야 하고, 보편적 가치를 표방해야 한다. 민주주의가 가장 진전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프랑스 제5공화국의 헌법, 제1조는 “프랑스는 비종교적, 민주적, 사회적 공화국”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 삼자는 불가분의 것이라고 말한다.

 

다시 말해서 공화국의 민주주의적 성격과 사회주의적 성격을 동등하게 인정했는데, 그 양자에 앞서 제일 먼저 말한 것이 바로 ‘비종교적’이라는 것이다. 종교를 근원적으로 탈각하는 성격을 민주의 근본으로 인식한 것이다. 그리고 또 말한다. “프랑스는 어떠한 신조든지 존중한다.” 민주사회에서는 특정한 신앙의 우선 순위가 있을 수 없다. 나는 정치인이 나와 같이 식사를 할 때 성호를 긋거나 기도를 하면 하류로 취급한다. 그는 정치의 기본을 잘 모르고 있는 것이다.   - 김용옥 대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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