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또는 스릴러와 학교와의 교집합

스터디 위드 X ㅣ 창비교육 성장소설 9
권여름 외 지음 / 창비교육 / 2023년 7월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제일 좋아하는 장르가 호러 내지는 스릴러이다. 이 책은 호러또는 스릴러와 학교와의 교집합에서 피어나는 불안, 공포, 어두움의 이야기들이다.

학교는 왜 공포의 대상일까. 획일적인 문화, 강압적인 분위기, 성적 지상주의? 이것말고도 원인은 또 있다. 그것은 바로 지나친 수평관계 때문이다. 가정에서 나와 수평관계에 있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쌍둥이가 아니라면 말이다. 직장생활도 마찬가지이다. 나와 동갑은 아주 드문 관계일 것이다. 그러나 학교 생활은 나와 동갑이 30명, 40명씩 있다. 그 안에서 별 탈 없이 살아남는 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공부로도, 끼로도, 어떠한 재주로도 그 수평관계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야 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공부하는 브이로그를 찍는 전교 1등의 영상에 나타나는 존재는 그녀의 걱정인형일까? [이유리, 스터디 위드X], 나에 대한 가해자가 결국 응분의 댓가를 치르게 만드는 고마운 존재가 만들어준 카톡 단체방[윤치규, 카톡 감옥], 가장 슬프고 처연했던 무서운 이야기[은모드, 벗어나고 싶어서], 성적 지상주의 한국의 현실을 가장 잘 보여주는 [권여름, 영고1830]는 가장 매력적인 이야기라고 볼 수 있다. [나푸름, 하수구 아이]는 그 수평의 관계에서 조금씩 조금씩 밀려난 학창 시절의 기억을 더듬어가는 이야기이다.

이 소설집은 단순한 호러물이 아니다. 이 호러물에서 나타나는 학교의 모습에서 나는 어느 위치에 있는지 묻게 한다.

어쩜 저렇게 열심일 수가 있을까. 그런 수아를 보다 보면 뭔가가 가슴 속에서 찡-하고 울리는 것 같았다.

문제가 있는 건 핸드폰도 카카오톡도 아닌 그저 자신의 인간관계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자신은 그걸 무시하고 계속 상대방을 부를 수 있는 버그를 알고 있다고 했다.

그 애에게 상처를 남긴 사람은 뒤에서 하수구라고 놀리는 아이들이 아니라 나일 거라고 여길 뿐이었다. 나는 그 애기 가장 절박할 때 내민 손을 밀어 낸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