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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적 불감증 - 유동적 세계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너무나도 소중한 감수성에 관하여
지그문트 바우만.레오니다스 돈스키스 지음, 최호영 옮김 / 책읽는수요일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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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아픔을 재단하다 

- 지그문트 바우만, 레오니다스 돈스키스 '도덕적 불감증'

 

 

 

항상 여기저기서 이름이 오르내리지만 직접 공부해보지는 않았던 ‘지그문트 바우만’. 사실 처음 책을 받아들고 생각보다 흥미로운 제목에 시선이 끌었지만 어딘가 마음을 무겁게 만드는 두 저자의 이름에 선뜻 책을 들기가 힘들었다. 대부분의 철학책들이 그 명료한 의미를 전달하고자 하다 보니 번역이 매끄럽지 않아 읽는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이 또한 내용이 다소 복잡한 것인지 번역의 문제인지 마냥 쉽게 읽히지만은 않았다. 교양서적을 가장한 철학서적에 가깝다.

 

 

최근에 성폭력 범죄와 관련된 기사에서 이런 댓글을 본적이 있었다. 피해자의 얼굴을 들먹거리며 ‘그래도 괜찮다’는 식의 비아냥 거림이었는데, 피해자에 대한 공격적인 화살들을 보고 꽤나 큰 충격을 받았다. 나날이 늘어나는 범죄들 속에서 사람들은 여러 사건의 피해자들의 고통을 비교하며 피해자에게 도덕의 잣대를 들이밀고, 그 가해자의 형량에 따라 피해자의 아픔을 쉽게 재단하고 만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닌데 말이다. 우리는 왜 이리도 차별과 소외, 폭력에 무덤덤한 것일까. 특정한 사태에 대해서는 그렇게도 분노하면서 만연하는 문제점들에 대해서는 무감각한 것일까.

 

 

이처럼 현대사회는 헤어날 수 없는 ‘도덕적 불감증’에 빠져있다. 폭력을 매일 보면 그것은 더 이상 경악이나 혐오를 불러일으키지 않는다. 반복적인 비도덕적인 상황속에 노출되다 보면 도덕에 있어서 어느 감정도 불러낼 수 없다. 흔희 공포영화와 같은 선정적인 영화를 감상할 때, 처음에는 우리에게 엄청난 충격과 경각심들을 일깨우지만 곧 접하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우리는 그것에 무덤덤해지고 만다. 사회적인 문제들 또한 똑같다. 너무나도 익숙해진 나머지 더 이상 문제로도 인식되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는 특정한 사건들 보다 다양한 편견과 소외와 같은 문제들이 곳곳에 만연해 있다. 그러나 오래전부터 시작되어 온 일상적인 편견들이 일상 깊숙이 파고들어 이것이 편견인지 아닌지를 인식하지 못할 정도의 망각 상태에 빠져있는 것이다. 더더욱 사이버 세상 속에서는 특수한 ‘익명성’과 함께 잘못된 도덕성이 여실히 드러난다. 이러한 상황은 개인주의화되어가는 사회의 어두운 면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것은 개인주의의 문제이기 보다는 집단 이기주의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집단이라는 이름 뒤에 숨어 개인의 이기심을 드러낼 뿐이다.

 

 

사회를 관통하는 문제점을 제시한 것은 좋았지만, 후반부에 결말을 짓는 부분이 어딘가 어색하다. 물론 제목이 말해주듯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점을 지적하는 데에 집중을 했기 때문이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다. 과연 우리가 말하는 도덕이라는 것, 그것은 무엇이며, 도덕적 불감증을 해결하기 위한 또다른 방법은 무엇일까. 한동안 고민해볼거리를 내게 안겨준 시간이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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