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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을 읽는다는 것은 - 테리 이글턴의 아주 특별한 문학 강의
테리 이글턴 지음, 이미애 옮김 / 책읽는수요일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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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느리게 읽기

 

 

 

 

청소년을 위한 필독서, 20대를 위한 책들, 명작 30선, 00대 추천도서 100권……. 우리에게 주어진 읽을거리는 너무나 많다. 이러한 목록들을 보면 당장이라도 구입해 읽어야만 할 것 같은 부담감에 사로잡힌다. 어느 순간부터 책은 음미하고, 탐독하는 것이 아니라, ‘읽어야만 하는 것’, ‘의무적인 것’이 되어버렸다. 책을 읽고 얼마나 감동 받았는지,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가 아니라, 몇권을 읽는지, 얼마나 두꺼운 책을 읽는지가 중요하게 되었다.

 

 

나는 책을 천천히 읽는 편이다. 며칠째 바뀌지 않는 나의 책을 보며 친구들은 종종 ‘너 아직도 그 책 읽니?’라고 물어왔다. 평생에 거쳐 읽은 책도 사실 그리 많지는 않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읽어 온 책들 하나하나에는 책을 읽던 그 시절의 기적들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한자 한자 세아리며 읽었던 그 책들은 아직도 잊을 수 없는, 지금도 나에게 큰 영향을 주는 책들이다. 이 책 또한 내가 느꼈던 그러한 천천히 읽기, 생각하며 읽기의 소중함에 대해 환기시킨다. 한 권의 책이 얼마나 많은 것들을 안겨다 줄 수 있는지, 책 읽는 즐거움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이 책은 셰익스피어부터 해리 포터까지 광범위한 작가와 작품을 다루며, ‘섬세한 읽기’란 무엇인지 알려준다. 섬세한 책읽기는 스스로에게 집중하고 새로운 세상을 향하는 길을 열어준다. 천천히 그것을 음미하며 받아들일 때 소통과 공감이 가능한 것이다. 텍스트는 작가의 손을 거쳐 우리에게 다가왔을 때, 그것은 작가가 부여한 의미와는 다른, 또 다른 의미를 갖게 된다. 마치 김춘수의 ‘꽃’처럼 말이다. 작품은 단순히 작가가 만들어내는 것에 그치는 것이아 니라 천천히 음미 하면서 그 속에서 의미를 발견할 때 진정으로 독서가 이루어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천천히, 조금 느리게 다가가는 것이 필요하다.

 

 

읽는 것과 보는 것은 다르다. 어쩌면 우리는 빨리 빨리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여유를 위해 찾은 독서 속에서도 읽는 것이 아닌 ‘보는 것’을 택한 것은 아닐까. 조금만 천천히 여유를 가진다면 우리에게는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책 속에서 의미를 찾고, 그것을 되새길 때, 책은 또 한번 새로운 가치를 지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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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후감]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덕후감 - 대중문화의 정치적 무의식 읽기
김성윤 지음 / 북인더갭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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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쿠의 눈으로 대중문화를 바라보다

 

 

 

한 때는 어떤 것에 열중하는 사람들을 일컬어 ‘오타쿠’ 혹은 ‘덕후’라 부르며 그들을 조롱하며 희롱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늘날 소위 이 ‘오타쿠’와 ‘덕후’들은 경제적인, 사회적인 면에서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덕후들을 위한 특별 패키지를 출시하면 며칠 아니, 몇시간도 안돼서 품절이 되고, 효과적인 덕후질을 위해서 집단으로 움직이기도 한다. 최근의 대중문화는 덕후들에 의해 움직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재치 있는 책 제목 대로, 내용 또한 매우 재치 있다. 어렵고 딱딱한 용어가 아닌, 친근하고 편안한 용어들로 대중문화를 설명한다. ‘빠순이’, ‘일코’, 라는 용어를 인문학 서적에서 보게될 줄 누가알았을까? 이 책은 소녀시대, 엑소, HOT 등 다양한 팬덤 문화에서, ‘비정상회담’, 무한도전, 슈퍼 스타 k 등 다양한 방송에 이르기까지, 우리 일상생활에서 쉽게 보는 대중문화들을 통해 우리 사회에 녹아있는 다양한 정치적인 의미들을 찾아낸다. 그 속에서 생기는 어떠한 권력 관계라든지, 사회적인 문제들을 낱낱이 파헤치고 있다.

 

 

사람들은 대중문화는 그저 소비하는 것이고, 유희적인 목적에 의해 사용될 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중문화는 그리 가볍게 여길만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대중문화는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소망을 담고 있다. 또한 그 소망을 통해 우리의 정치적 무의식을 들여다볼 수 있다고 필자는 말한다. 억눌린 욕망은 막장 드라마로 표출되고, 내재적인 성적 호기심은 아이돌에 대한 관심으로 나타나듯 말이다.

 

 

텔레비전을 보고, 음악을 듣고, 물건을 살 때, 그러한 과정들이 단순히 그저 나의 즉각적인 반응이 아닌 어떠한 무의식에서 출발했을지도 모른다는 것, 그리고 그 무의식 또한 어떠한 사회적인 구조 속에서 만들어졌을 지도 모른다는 것. 앞으로 그러한 대중문화들을 받아들일 때, 마냥 웃고 떠들진 못할 것 같다. 내가 그것들을 소비할 때, 그것들 또한 나로부터 세상을 읽게 되기 때문이다. 여러모로 대중문화로부터 정치적인 무의식으로 접근한다는 점은 신선했지만 여러모로 조금 아쉬운 이야기였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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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업사회]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무업 사회 - 일할 수 없는 청년들의 미래
구도 게이.니시다 료스케 지음, 곽유나.오오쿠사 미노루 옮김 / 펜타그램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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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할 수 없는 그대여,

 

 

‘일할 수 없는 청년들의 미래’라는 부제가 나의 가슴에 콕하고 박혔다. 졸업을 얼마 남기지 않은 학생 신분의 나에게는 ‘취업’이라는 건 무거운 짐처럼 여겨졌다. ‘88만원 세대’, ‘3포 세대’, ‘7포 세대’ 등 지금의 청년들을 지칭하는 말은 수없이 많다. 그만큼 ‘청년실업’이라는 말은 정말로 우리들의 현실이 되어버렸다.

 

 

‘한국은 10년 전 일본이라는 말’이 있다. 모든 역사가 비슷한 연결고리의 순환을 반복하듯, 일본과 비슷한 흐름으로 우리나라가 흘러간다는 것이다. 그 예로 일본에서 오래전부터 문제가 되어 오던 청년실업이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대가 넘어서면서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이는 오늘날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로 화두 되고 있다. 무업사회란 ‘누구나 무업 상태가 될 가능성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무업상태에 처하게 되면 그로부터 빠져나오기가 힘든 사회’를 말한다. 지금의 우리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현재 청년세대 앞에 놓인 상황은 과거 어느 세대도 경험하지 못했던 상황이라 할 수 있다.

 

 

갈 곳 없는 청년들이 일자리를 달라며 목터져라 소리 치던 모습을 뉴스에서 종종 본적이 있다. 그럴때면 몇몇 기성세대들이 쯧쯧 혀를 차며 ‘열심히 안해서 그래’하고 손가락질 하던 모습에 속상했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과거와 열심히 노력한 만큼 고생을 보상받을 수 있었던 시대와는 달리, 오늘의 시대는 소위 말하는 대기업 입사 스펙을 갖고서도 서류 전형 하나 제대로 통과 못하는 경우도 많다. 과연 청년들의 눈이 너무 높아서 그런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저자가 말했듯 인간은 기계가 아니다. 자리가 먼저인 것이 아니라 사람의 재능이 먼저여야하는 것이다. 최소한 기본적으로 근로할 수 있는 여건과 환경을 제공하지도 않고서 그 자리에 사람을 끼워맞추려고 하는 것은 인간으로써 인간을 기계 부품 이하로 취급하는 것과 다를바가 없다. 이러한 인식은 사회 전반에 걸쳐 비생산적인 결과만을 낳을 뿐이다.

 

 

어느 순간 정규직과 계약직이라는 명칭이 아주 자연스레 사용되기 시작했다. 예전만 하더라도 대학을 졸업한다는 것은 취업을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대학 졸업은 곧 계약직 인생을 의미하는 것이고 그곳에서 오랜시간 경력을 쌓아야만 정규직이 될 수 있다. 사회에 뛰어든지 10년이 넘은 청년들 중에서는 여전히 정규직이 되지 못한 채 비정규직 삶을 영위하는 경우도 많다. 신입 채용 공고에서 경력직을 요구하기도 한다. 이제 갓 사회에 뛰어든 청년들이 어떻게 겅력이 있단 말일까? 참 우스꽝스러운 세상이다.

 

약한 청년들이 가득한 세상, 지금의 청년 무업사회는 사회의 문제를 청년들의 문제로 전가시켜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고령화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상황 속에서 국가의 경제를 짊어진 우리 청년들이 경제적 생산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곧 국가 경제 악화로 이어질 것이다. 친구들은 내게 말한다. 그냥 평범하게 살고 싶다고. 지금 청년들의 꿈은 잘 먹고 잘사는 부자의 삶이 아니라, 취직을 하고 가정을 꾸리는 아주 일상적인 삶일 뿐이다. 일하고 싶지만 일할 수 없는 사회, ‘무업사회’는 우리에게 또 한번 경각심을 일깨워준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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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문을 두드리며 - 우주와 과학의 미래를 이해하는 출발점 사이언스 클래식 25
리사 랜들 지음, 이강영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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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세상으로,

우리의 세상을 바라보다

 

 

 

 

고등학교 시절, 사이먼 싱의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라는 책을 읽고서 수학에 대한 엄청난 환상을 가졌던 적이 있었다. 그 당시 호기심 많고 궁금증이 많았던 내게 잘 맞을것이라 판단하여 이과계열을 지원했었다. 그 선택은 중학교 과학에 대한 흥미의 연장선이었는데, 사실우리나라 교육과정은 그리 친절하지 못했다. 너무나도 궁금한 것이 많았던 사춘기 시절의 나는 매번 과학 시간 마다 선생님들의 골머리를 앓게 했고, 이는 또한 나에게까지 큰 어려움으로 다가왔다. 결국 나는 과학과 수학에 대한 나의 갈망은 마음에 품고, 또 다른 호기심을 해결하기 위해 문과반으로 전향하게 되었다. 졸업 후 시간이 오래 지난 지금, 과학과 수학은 잊은 채 인문학 하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다.

 

 

처음 이 책을 받았을 때 입자 물리학과 관려된 책이라는 사실에 매우 당황했다. 왜냐하면 내가 가장 약했던 과목이 바로 ‘물리학’이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과학’과는 담을 쌓은지 오래였다. 이따금씩 이공계열의 친구들을 만나기도 했었는데, 그때마다 나는 그들이 신기할 따름이었다. 화려한 한 폭의 우주를 꿈꾸며 나름 지구과학을 좋아하기도 했지만, 알 수 없는 기호와 숫자들로 가득했던 물리는 내 관심 밖의 학문이었다. 그때는 왜 몰랐을까. 이 넓은 우주와 그 알쏭달쏭한 기호들 사이에는 세상을 구성하는 어떠한 원리가 숨어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천국의 문을 두드리며’는 내게 또 한번 과학의 문을 두드려보는 기회를 안겨다 주었다. 인문학도에게 세상을 이해하는 기본적인 학문이 ‘철학’이라면 이공학도에게 있어서는 ‘수학’ 과 ‘물리학’일 것이다. 과학은 단순히 세상을 돌아가는 법칙을 발견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이해하는 또 다른 차원의 문을 여는 것이다. 리사 랜들은 입자 물리학의 이야기로부터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우리가 몸 담고 있는 이 세계에 대해 풀어나간다.

 

 

중간 중간 나오는 어려운 물리학적 이야기들과 특정 용어들은 읽는데 어려움으로 와닿기도 했지만. 하지만 그녀가 보여주는 흥미로운 이야기들은 시선을 끌만했다. 그녀는 우리가 직관적으로 알고있는, 초·중·고등학교를 거쳐 배워왔던 아주 단순하고 이론적인 사항들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제시함으로써 책의 시작을 알린다. 특히 흥미로웠던 것은 여성 저자의 면모가 두드러지는 서술들이었는데, 비교적 불친절했던 다른 과학 책들과는 달리 아주 섬세하고 상냥했다.

 

 

책에서 설명하고자 하는 핵심 구조는 작은 입자 물리학이 거대한 우주를 이해하는 것으로 이어진다는 것인데, 극도로 작은 입자에 적용되는 은하와 우주와 같은 큰 곳에도 똑같이 적용된다는 것이다. 이는 우주의 법칙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는 큰 실마리가 된다. 어렸을 때 ‘우리가 거인 세상의 일부분이 아닐까’하고 생각했던 것이 마냥 틀린것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본적으로 작은 세상을 통해 큰 세상을 조망할 수 있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작은 세상을 통해 바라보는 큰 세상, 더 나가서 초월의 세상. 리사 랜들은 그렇게 우리들 세상의 문을 두드려왔다. 비록 한권의 과학 책이지만 그 속에는 세상을 이해하고자하는, 새로운 발견을 우리에게 안겨다주고자 하는 리사랜들의 고민의 시간들이 담겨있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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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적 불감증 - 유동적 세계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너무나도 소중한 감수성에 관하여
지그문트 바우만.레오니다스 돈스키스 지음, 최호영 옮김 / 책읽는수요일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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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아픔을 재단하다 

- 지그문트 바우만, 레오니다스 돈스키스 '도덕적 불감증'

 

 

 

항상 여기저기서 이름이 오르내리지만 직접 공부해보지는 않았던 ‘지그문트 바우만’. 사실 처음 책을 받아들고 생각보다 흥미로운 제목에 시선이 끌었지만 어딘가 마음을 무겁게 만드는 두 저자의 이름에 선뜻 책을 들기가 힘들었다. 대부분의 철학책들이 그 명료한 의미를 전달하고자 하다 보니 번역이 매끄럽지 않아 읽는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이 또한 내용이 다소 복잡한 것인지 번역의 문제인지 마냥 쉽게 읽히지만은 않았다. 교양서적을 가장한 철학서적에 가깝다.

 

 

최근에 성폭력 범죄와 관련된 기사에서 이런 댓글을 본적이 있었다. 피해자의 얼굴을 들먹거리며 ‘그래도 괜찮다’는 식의 비아냥 거림이었는데, 피해자에 대한 공격적인 화살들을 보고 꽤나 큰 충격을 받았다. 나날이 늘어나는 범죄들 속에서 사람들은 여러 사건의 피해자들의 고통을 비교하며 피해자에게 도덕의 잣대를 들이밀고, 그 가해자의 형량에 따라 피해자의 아픔을 쉽게 재단하고 만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닌데 말이다. 우리는 왜 이리도 차별과 소외, 폭력에 무덤덤한 것일까. 특정한 사태에 대해서는 그렇게도 분노하면서 만연하는 문제점들에 대해서는 무감각한 것일까.

 

 

이처럼 현대사회는 헤어날 수 없는 ‘도덕적 불감증’에 빠져있다. 폭력을 매일 보면 그것은 더 이상 경악이나 혐오를 불러일으키지 않는다. 반복적인 비도덕적인 상황속에 노출되다 보면 도덕에 있어서 어느 감정도 불러낼 수 없다. 흔희 공포영화와 같은 선정적인 영화를 감상할 때, 처음에는 우리에게 엄청난 충격과 경각심들을 일깨우지만 곧 접하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우리는 그것에 무덤덤해지고 만다. 사회적인 문제들 또한 똑같다. 너무나도 익숙해진 나머지 더 이상 문제로도 인식되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는 특정한 사건들 보다 다양한 편견과 소외와 같은 문제들이 곳곳에 만연해 있다. 그러나 오래전부터 시작되어 온 일상적인 편견들이 일상 깊숙이 파고들어 이것이 편견인지 아닌지를 인식하지 못할 정도의 망각 상태에 빠져있는 것이다. 더더욱 사이버 세상 속에서는 특수한 ‘익명성’과 함께 잘못된 도덕성이 여실히 드러난다. 이러한 상황은 개인주의화되어가는 사회의 어두운 면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것은 개인주의의 문제이기 보다는 집단 이기주의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집단이라는 이름 뒤에 숨어 개인의 이기심을 드러낼 뿐이다.

 

 

사회를 관통하는 문제점을 제시한 것은 좋았지만, 후반부에 결말을 짓는 부분이 어딘가 어색하다. 물론 제목이 말해주듯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점을 지적하는 데에 집중을 했기 때문이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다. 과연 우리가 말하는 도덕이라는 것, 그것은 무엇이며, 도덕적 불감증을 해결하기 위한 또다른 방법은 무엇일까. 한동안 고민해볼거리를 내게 안겨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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