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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불안과 함께 살아간다 - 희망과 회복력을 되찾기 위한 어느 불안증 환자의 지적 여정
스콧 스토셀 지음, 홍한별 옮김 / 반비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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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의 불안함을 인정한다.

 

 

 

밑도 끝도 없는 불안감에 사로 잡혔던 적이 있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일상 속으로 밀려드는 오늘과 내일, 현재와 미래라는 거부할 수 없는 시간들. 어디선가 불어오는 그 불안은 알 수 없는 두려움이 되어 이따금씩 나의 숨통을 죄어오곤 했다. 마냥 초조하기만 했다. 어떻게든 그 불안 속에서 헤어나가고 싶어, 사람을 만나고, 여행을 떠나고, 하루 종일 방에 틀어 박혀 잠에 들어보기도 했다. 하지만 불안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것은 여전히 내 주위를 맴돌며 떠나지 않았다.

 

 

지금도 잊을만 하면 불안은 내게 찾아온다. 아니, 좀 더 명확하게 말하자면 때때로 빼꼼히 고개를 내미는 불안과, 나는 함께 살아가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는 없었다. 다만 그때와 지금 내가 달라진 것이 있다면, 항상 불안 속에 살아가던 내가, 지금은 내 속 어딘가 작은 곳에 불안을 놓아두었다는 것이다. 한창 힘들었던 당시, 내가 간과했던 것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로, 내게 왜 ‘불안’이란 것이 찾아왔는지, 그리고 그 ‘불안’이란 무엇인지 하는 것이었다. 감정에 사로잡혀 정확한 사태를 파악하기 어려웠던 나는 정작 그 근본적인 불안에 대해서 알려고 하지 않았던 것이다.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백전백승’이라는 말이 있지 않는가. 조금만 쉽게 생각하면 알 수 있다. 불안에서 조금이라도 달아나고 싶다면 가장 먼저 그 불안이 무엇인지를 알아야한다.

 

 

나는 의사도 심리학자도 사회학자도 과학사가도 아니다. 이런 직업을 가진 사람이 불안에 대해 글을 쓴다면 나보다 훨씬 학술적 권위가 있는 글을 쓸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 글은 종합이자 르포르타주다. 역사, 문학, 철학, 종교, 대중문화, 최신 학술 연구에서 불안에 대한 탐구들을 한데 모으고, 이걸 정말로 나의 전문 분야라고 할 수 있는 불안의 직접 경험과 함께 엮으려 한다. (41쪽)

 

 

스토셀은 평생을 불안과 함께 살아왔다. 불안이 없는 삶은 그에게 낯선 삶이 되어버렸다. 어린시절부터 시작된 그의 불안은 떠날 기미도 없이 오늘날 그의 곁에 여전히 머물러 있었다. 끝없는 막막함 속에서 그가 할 수 있었던 일은 바로 ‘불안’을 파헤치는 것이었다. 개인의 사례에서 부터 의학적이고 전문적인 부분들까지 어느새 그는 불안의 대가가 되어 있었다. 불안에 대한 그의 두려움은 모든 분야에 걸쳐 불안에 대한 모든 것을 총망라하기에 이른 것이다. 어쩌면 이 한권의 책은 불안에 대한 에세이라기 보다는 불안에 대한 백과사전과 같다.

 

 

그는 내게 위로하지 않는다. 불안에서 헤어나갈 수 있을거라고, 너무 두려워말라고 말하지 않는다. 다만 불안이 무엇인지, 어떻게 조금 더 불안을 이해하고 안고 나아갈 수 있는지 나지막히 알려줄 뿐이다. 사실 불안이라는 것은 눈에 보이는 대상도, 우리가 직접 만지고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마음먹는대로 쉽게 떨쳐버릴 수는 없다. 그래서 대부분의 불안을 겪는 사람들은 좌절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스토셀은 거꾸로, 어떻게든 떨쳐버릴 수 없는 것이라면 어떻게 유쾌하게 끌고 가야할지를 내게 알려줬다. 불안을 겪었던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 전문적인 이야기들을 통해, 내가 겪는 불안이 마냥 막막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조용히 전해준다.

 

 

불안은 영원한 인간의 조건이다. (401쪽)

 

 

나는 불안과 함께 살아가기로 마음먹었다. 불안을 거절하고, 거부하고, 부정하기 보다는 나라는 존재가 불안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려는 것이다. ‘불안’과 ‘우울’에 대해 이야기하는 많은 책들은 내게 모든 것을 내려놓고, 떠나고, 마음가짐을 바꿀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해답은 그것이 아니었다. 그냥 그것을 인정하는 것, 불안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낯섦을 이해하는 것이다. 나는 나의 불안함을 인정한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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