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다. 한 밤에 끈적한 무언가 목을 감아 흐르기도 하고, 이마에 맺힌 무언가 또르르 굴러떨어져 잔뜩 찡그린 표정으로 잠에서 깨기 일쑤다.

땀이 나고, 공기는 덥다. 아무리 맑고 깨끗한 꿈을 꾸고 있었더라도, 한순간에 후텁지근하고 눅눅한 꿈으로 빨려들고 만다.


어릴 땐, 이렇게 잠도 오지 않는 밤이면 같이 잠들지 못한 친구를 깨워 이야기를 하곤 했다.

'이건, 내가 들은 이야긴데..낙산사 알지? 거기 찾아가던 두 여자이야기야. 혹시 들어봤어?' 잔뜩 겁먹은 목소리로 소근소근 이야기를 시작하면 저절로 목소리가 작아지고 눈동자는 빠르게 움직이고 몸은 잔뜩 앞으로 쏠리게 된다.

가끔 이야기를 하다말고.."왁~!"하고 소리를 질러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친구도 있었지만 말이다.

이제는 이렇게 모여앉아 같이 이야기를 나눌 겁많은 친구들도 없고, 왠만해선 놀라지도 않을 세상의 충격에 익숙해져버렸지만..<기담>이라는 제목 앞에선 저절로 손이 가고, 눈이 가게 된다.

특히..이렇게 덥고 집중 안되는 시기에는 말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이다. 그의 이름이 갖는 기대치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게다가, 이

     책은 두가지 표지 중 랜덤 발송이라고 한다. (온라인 구매시에만 그런거겠지?)

     어떤 색의 표지를 가진 책이 올 것인가를 기다리는 기분도 재미있을것 같다.

    마치..빨간 휴지 줄까..파란 휴지 줄까..를 묻던 몽달귀신에게 자주표지로 줄래? 초록 표지로       줄래? 를 역으로 묻는 것처럼 말이다.

   게다가 소세키의 책을 주는 이벤트도 한단다..멋지답!








<기담>이라는 이름으로 몇가지 떠올라주는 것들이 있다.















엠브리오 기담은 아이들에게도 재미있게 읽혔다. 파란 구슬 하나를 서로 전해주며 "오오오~~대박!"을 외치면서..길치인 그가  도착하는 모든 곳은 기이하고 황망한 일들이 일어난다. 길을 잃었다는 것 부터가 기이한 이야기가 시작한다는 전조인것처럼 말이다. 때론 길을 잃어야 재미있는거라고, 그래야 사람이 보이는 거라고..주장하고 싶기도 하다.

황천기담..사람과 사람사이의 애증과 시간, 욕심과 사랑..특정한 공간에서 특정한 사람들이 특별하게 만들어가는 이야기.

칠선녀주의 향이 너무나 궁금해지는 책이다. 임철우님의 건조한듯 자연스러운 이야기가 참 좋다.

살인과 미스테리..경성기담의 이야기가 있다. 쉽게 책장을 넘기겠지만 시간이 흐른 뒤 묵직하게 남는 만고기담도 있다.

그러고 보니..무슨무슨 기담..하는 책들이 꽤 많다.


요 대목에서 좋아하는 시인. 김경주님의 시집을 하나 올려보자면..































  김경주의 책과 글들은 모험이고 도전이다. 그래서 시원하고 아슬하며 짜릿한건지도 모른다.

  김경주의 시와 극은..그대로 기담이다. 정말 기이하고 멋지게 꿈을 꾸게 하고, 또한 서늘하게 한다  









아, 이렇게 김경주의 책을 늘어놓을 게 아니었다.

그의 시, <기담>을 보고 싶었던거다.


기담(寄談) 

지도를 태운다 
묻혀 있던 지진은 
모두, 어디로 
플러가는 것일까? 

태어나고 나서야 
다시 꾸게 되는 태몽이 있다 
그 잠을 이식한 화술은 
내 무덤이 될까? 

방에 앉아 이상한 줄을 토하는 인형(人形)을 본다 

지상으로 흘러와 
자신의 태몽으로 천천히 떠가는 

인간에겐 자신의 태내로 기어 들어가서야 
다시 흘릴 수 있는 피가 있다



기담이 땡기는 요즘이다. 매일 들리는 뉴스가 거의 기담급이지만..제대로 된 기담을 보고 싶다는 것 뿐..더위는 기담으로 잡아야 한다. 건담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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