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 영한 대역본> 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 영한대역 (영문판 + 한글판 + MP3 CD)
포리스트 카터 지음, 조경숙 옮김 / 아름드리미디어 / 201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좋아하고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한 번쯤 읽어봤을 것이라 생각한다. 첫 장을 넘기면서 처음 이 책을 읽었던 때가 떠올랐다. 중학생 시절에 필독도서 목록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 빌려봤던 때가. (아마 틀림없이 요즘 중학생 아이들의 필독서 목록에도 올라와 있지 않을까.) 지금 생각해 보면 한참은 어리고 또 그만큼 서툴고 미숙했었다 싶지만 한편으론 그 당시의 나는 문학작품이라면, 특히 소설이라면 무서우리만치 맹목적인 구석이 있어서 이 책에 푹 빠져들었고, 생각하고 느낀 만큼 글이 안 써지는 것을 아쉬워하면서도 열심히 독후감을 써봤던 기억도 있다. 아마 지금 다시 읽어 본다면 부끄러울 만한 글솜씨에 손발이 오그라들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다시 한 번 넘겨볼 그 글도 언젠가 잃어버리고 남아있지 않다는 사실만이 아쉽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시절의 나도 이 책속의 무수한 문장들 속에서 발견한 어떤 것에, 어떤 메시지에 분명 느낀 바가 있었다는 사실이고, 한 번 한권의 책에 의해 감정이 흔들렸던 자리는 아마도 평생을 갈 것이란 사실이다. 그 시절의 나는 아니지만, 그때보단 조금 더 넓게 보고 성장했을 거라 믿는 ‘지금의 나는 이 책에서 새롭게 무엇을 보고 느낄 수 있을까.’ 라는 조금은 부끄러운 생각과 중학생 시절의 향수가 불러일으킨 그리움이 뒤섞여 범벅이 된 속에서 첫머리를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은 인디언 보호 구역에 살고 있는 체로키 인디언 노부부와 그들의 어린 손자이자 화자인, 주인공의 이야기이다. 또한 그들의 시선에 비춰진 체로키 인디언들의 역사와 세상 이야기이기도 하다. 지금은 점점 사라져가고 있는 인디언들의 역사와 그들이 고수했던 삶의 방식은 이제까지 많은 매체들과 이야기와, 유행의 흐름 속에서 한 때는 왜곡되기도 암묵적으로 묻히기도, 또 다시 주목 받으며 재인식되기도 했다. 이제는 전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지나온 역사를 알고 있고 그들이 고수해던 삶의 방식을 이해하고 있으며 또 전해갈 것이다. 현대인의 대부분이 알고, 인정하며, 때로는 입을 모아 말하는 마치 지침과 같은 말들. 자연과 인간이 평화롭게 공존하고 사람과 사람이 더불어 사는 생활. 그들의 삶을 단지 일면이라도 지켜보는 것으로도 배우게 되는 여러 값진 교훈들.

이 소설도 모두가 생각하는 그런 철학적이기까지 한 메시지들을 담고 있다. 하지만 여타의 기록물이나 매체들 속에서 이 책에 주목하게 되는 이유는 아마도 전하려는 메시지와 하나가 되어 더함없는 진실성이 그 분위기와 어조와 함께 작품 전체를 관류하면서 더욱 가까이 체감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작가의 자전적 소설인 탓일까. ‘할머니’ 가 읽어주는 이야기에 나는 ‘작은나무’ 옆에 앉아 ‘할아버지’의 삐거덕 거리는 의자소리를 들으며 함께 귀기울이는 것 같고, 여우몰이의 한가운데에서 교활한 여우와 놀랄만한 블루보이의 움직임을 숨죽여 지켜보는 것 같다. 개척촌으로 내려가는 흙먼지가 피어오르는 길, ‘작은나무’의 종종걸음까지. 자연스럽게 문장과 문장을 쫓다보면 이야기의 경계가 희미해 지는 것이  모든게 내 바로 옆에서 일어나는 일인양 생생한 감정이 아련하게 흐른다. 그것은 평소라면 보통보다 조금 느리다 싶은 박자이다. 책을 읽으면서 처음엔 사소한 문제들로 어지러운 마음을 가장한채로 이야기를 쫓지만 금새 스스로가 부끄러워 질만큼 이야기의 흐름처럼 조금 느리고 평화로운 박자로 마음의 고동소리가 맞춰진다. 그리고 조잡하게 뒤엉킨 내 마음속의 문제들이 조금씩 걸러져 정화된다. 이것은 인디언들의 이야기이고 그들의 삶의 방식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꼭 그렇지도 않은 것이 근본적으로 어느 누구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도 그곳엔 이와 비슷한 모습뿐이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인간 본래의 삶의 자세가 이와 같은 게 아닐까. 단지 우리는, 혹은 나는 지켜내지 못한 것을 그들은 보존해 왔다. 그리고 저마다 방법은 다를지라도 우리가 남아있는 생 동안 함께 보존하고 전수하고, 스스로를 변화시킬 수 있는, 그 척도가 되는 가치 있는 삶의 방식이 아닐까 싶다. 상투적인 말이지만 이토록 마음이 따뜻해지는 책을 참 오랜만에 다시 읽은 것 같다.

 한 권의 책이 고전으로서 사랑받기란 참 어렵고, 그렇기 때문에 수많은 문학작품의 흐름속에서 서서히 고전으로서의 제 자리매김을 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훌륭한 문학작품은 가장 먼저 읽는 사람의 감정(感)을 움직일(動)수 있어야 하고, 더 나아가 단순히 감동을 일으키는 데 그치지 않고 잘 짜여진 언어구조 속에 공감을 일깨우는 분명한 메시지를 가져야 한다고 본다. 게다가 ‘문학작품으로서의 고전’이라면 그 속에 담고 있는 메시지는 몇 십 년, 몇 세기가 흘러도 퇴색되지 않을 공시적인 것이어야 한다고도 생각한다. 이런 지극히 개인적이고 짤막한 관점에서 볼 때에도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은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내게 다시없을 훌륭한 고전이고 내 손으로 마지막장을 넘기고 서평에 마지막 마침표를 찍은 후에 얼마만큼의 시간이 흐른대도, 끊임없이 재평가되고 새로운 의미를 부여 받으며 사랑받을 책 임이 분명하다고 감히 자신해 본다.

 덧 붙여서 특별히 이 책의 장점을 꼽아보자면 손대지 않은 원문 그대로를 함께 싣고 있단 점을 들고 싶다. 우리말로 훌륭하게 가다듬어 번역된 것도 좋지만 작가의 언어가 담긴 원문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또 다른 가치를 지닌다고 생각한다. ‘할아버지’ 특유의 어투, 그 속의 방언들과 우리말에선 표현해 낼 수 없는 때때로의 특유의 분위기, 정겨운 감정들을 전부 배로 감상할 수 있어서 좋았다. 게다가 부록 CD까지 있는 걸 보니, 학생이라면 영어 공부에도 도움이 될 듯 싶다. 간만에 참 알차고, 마무리가 잘 된 책을 본 것 같아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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