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
웨인 W. 다이어 지음, 정지현 옮김 / 토네이도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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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 가장 위대한 동기부여 전문가이자 심리학자, 영성가인 웨인 다이어가 죽기 전 이 세상에 마지막으로 남기고 간 작품 <우리는 모두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
그가 삶의 현자들을 만나고 다니며 얻은 지혜와 통찰을 한두페이지의 짧은 글들로 담아낸 책이다. 책장을 넘기기 전 제목만으로도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인간은 누구나 죽는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우리는 그 사실을 자주 잊고 살아가는것 같다. 하루하루가 죽음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 여정이라고 생각하니 삶의 유한성이 꽤 생생하게 와닿는다. 늘 죽음을 기억하며 살아간다면 삶을 허비하지 않고 가치있게 채워가게 되지 않을까. 저자는 영원하지 않은 삶을 살아가는 방식은 단 하나, 지금 이순간을 사는 것이라고 말한다.

“삶이 궁극적으로 닿아야 할 경지가 있다면 ‘초연함’이다. 초연함이란 현실에서 벗어나 그 어떤 것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것이다. 그 누구에도, 그 무엇에도 집착해야 할 필요성이 없는 상태다. 그것은 삶에 자유를 선물한다.”(p.26)

인생의 주인공은 나 자신임에도 불구하고 무의미하고 무가치한 일에 많은 시간과 감정을 쏟으며 살아가고 있는 내 모습이 떠오른다. 쓸데없는 고민과 걱정과 분노에 사로잡혀 인생을 허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저자는 자유가 없는 인생을 ‘분투’라고 표현한다. 머릿속 수많은 잡념의 스위치를 끄고 자유로워지고 싶다.

“삶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일이거나, 그렇지 않은 일이거나.”(p.46)

내게 큰 울림이 있던 말이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일이라면, 그것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그저 외면하면 되는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삶의 기술은 관심을 쏟는 법이 아니라, 제대로 외면하는 법이다. 잡념을 하나 둘 머릿속에서 비워내다보면 진짜 나를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같이 있는 자신이 마음에 들면 혼자 있어도 결코 외로움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따라서 외로움을 느낀다는 건, 자신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신호다. “(p.54)

나 자신과 친해지면 혼자 있어도 혼자있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고 한다. 나는 늘 다른 사람과의 관계는 신경쓰면서, 정작 나 자신과의 관계는 방치하고 있었던것 같다. 인생의 주인공은 나임을 명심하고, 그 누구보다도 내 자신을 최우선적으로 돌보고 아껴주어야겠다. 내가 사랑하는 내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먹는다고 생각하면 혼밥이 외로울 이유가 없지 않을까?

죽음의 문턱 앞에서 그동안 나로 살지 못했음을 후회하고싶지는 않다. 매순간마다 즐겁고 흥미진진한 삶을 살아야겠다고 다짐해본다. 머릿속에서 부정적인 생각은 비워내고 마음의 소리에 귀기울이는 내가 되기를, 나 자신을 투명하게 바라볼 줄 아는 내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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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카우유, 사랑해
모카우유 아빠엄마 지음 / 엔트리(메가스터디북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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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유튜브에서 반려동물이 주인공인 채널도 인기가 급상승 하고있는것 같아요. 저도 몇개의 채널의 구독하고 있는데요, 그저 귀여운 강아지 고양이들을 보는것 만으로도 지친 심신이 힐링되는것 같아요. 그 중에서도 오래전부터 꾸준히 애청했던 유튜브 채널 mokamilk 의 주인공 모카, 우유의 이야기를 책으로 읽어보았어요. 모카와 밀크는 무려 구독자 70만명 이상을 보유하고 있답니다. 영상에 담긴 모카와 우유의 모습 이외에도 더 자세히 모카 우유에 대해 알 수 있는 책이에요. 그럼 먼저 모카와 우유부터 소개할게요.

 

사진만 봐도 누가 모카고 누가 우유인지 딱 알겠죠?ㅎㅎ 정말 달콤한 모카라떼와 고소한 우유를 떠오르게 하는 매력만점 외모를 가지고 있어요. 사진만 봐도 심장이 아프네요. 모카는 2011년생으로 올해 9살, 우유는 2016년생으로 올해 4살이에요. 모카는 언뜻 포메라니안 같지만 다른 종이 조금 섞였다고 하네요. 우유는 사모예드구요. 모카는 사람처럼 행동하고 센척하기가 특기래요. 저 외모에 센척이라니 너무 귀여울것 같지 않나요? 우유는 취미가 하울링이고 만나는 사람마다 아는척 한다고 해요. 외모만 보면 모카가 더 어리고 겁도 많을것 같은데 반전 성격이네요.

모카의 보호자인 부부는 신혼이자 학생이던 캐나다 유학시절, 모카를 입양했다고 해요. 단지 털 색깔때문에 이름이 모카인줄 알았는데 아기일때 신기하게도 입 안에서 정말 모카향이 났대요. 귀여운 모카에게 온 가족이 마음을 뺏긴 덕분에 보호자님은 살짝 질투가 나기도 하셨다네요ㅎㅎ 장모님, 처형까지 모카와 똑 닮은 포메라니안을 입양하게 되었으니 가족들의 모카사랑이 알만하죠?

 

유튜브 채널을 보면서 모카와 우유가 참 순해서 어떻게 교육시켰는지 궁금했었어요. 보호자님은 앉아, 기다려 외에는 특별한 교육을 시키지 않는다고 해요. 하지만 같은 말을 여러번 반복하면 눈치껏 알아듣는다고 합니다. 사람에게도 마찬가지인것 같아요. 말을 듣지 않는다고 조급해하지 않고 '언젠가는 알아듣겠지'라는 마음으로 꾸준히 기다려주면 아이들도 노력할거에요.

지금은 사이좋은 모카와 우유도 맨 처음 만났을때는 같은 공간에 있지도 못할만큼 서로 경계했다는 사실이 놀라웠어요. 둘은 성격이 너무나 달랐지만 우유가 점차 성장해가면서 지금은 평화를 유지하고 있어요.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으로 집안을 헤집고 다니는 우유를 상상하니 저절로 엄마미소가 지어집니다ㅋㅋ 에너자이저에 인싸 성격인 우유를 이해하고 받아들여준 모카가 새삼 기특하네요. 

 

보호자님이 정말 존경스러웠던 점은, 우유의 야뇨증을 수술하지 않고 매일밤 배변패드를 갈고 우유를 씻겨주었다는 것이에요. 건강상 꼭 필요한 수술이 아니니 수고로움을 감수하고 우유가 오줌싸개가 되어도 괜찮다는 마음가짐이 정말 존경스럽지 않나요. 보통 사람들 같으면 귀찮아서 수술시켜버렸을거에요. 보호자님의 마음을 알았는지 우유의 야뇨증도 점차 사라졌다고 해요. 또한 샵에서 미용을 받으면 스트레스를 받는 모카를 위해 셀프 미용을 고수해오고, 빽빽한 우유의 털을 매일 빗겨주는 수고로움도 기꺼이 감내합니다. 우유가 샤워를 하고 털을 말리는 데만 2시간 가까이 소요된다는데 저라면 정말 못할것 같아요..

모카 우유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훔친것은 다 보호자님 덕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엄마아빠의 사랑을 듬뿍 받아서인지 더 밝고 사랑스러운것 같아요. 물론 부지런한 외모관리도 한몫 했구요. 강아지를 '애완'동물이 아닌 '반려'동물로서 존중해주고 가족들처럼 대해주는 모습은 모든 반려인들이 본받아야 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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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 연애를 해라 - 자유롭고, 용감하고, 아름다운 딸에게
류수연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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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번의 연애를 거치며 연애 자체에 회의감이 드는 순간이 많았다. 연애가 끝나면 행복했던 추억보다는 힘들었던 마지막 순간이 더 오래 남았기 때문이다. 연애를 하며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기도 했고, 반대로 울고불고 매달리기도 하면서 사랑은 지긋지긋한 감정노동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다. 이제 막 성인이 되었던 20살 무렵에는 엄마도 나의 연애를 응원해 주었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내 연애를 아니꼬운 시선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또 헤어지고 결국 시간낭비만 하는 꼴이 되지 않을까 염려하셨다. 나도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새로운 사랑이 다가오면 또 마음의 빈자리를 내어주곤 한다. 현재도 여전히.

"딸아, 연애를 해라" 내가 엄마에게 듣고 싶었던 말이다. 인생 선배이자 같은 여자로서 연애에 대해 누구보다 진솔하게 얘기해줄 수 있는 사람은 바로 엄마일 것이다. 이 책의 저자인 류수연 교수는 두 딸의 엄마이자 로맨스에 관해 오랜시간 연구해온 학자이다. 엄마인 저자가 딸에게 해주고싶은 진심어린 충고가 나에게도 전달된다면 조금 더 단단한 연애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연애에 실패하고 고통을 겪으면서도 다시 새로운 연애를 시작했던 이유는 지난 연애에서 받은 상처를 치료하고 싶었기 때문인것 같다. 누군가 메꿔주지 않으면 마음이 뻥 뚫려있는것만 같았다. 지난 사람이 주지 못한것을 이번 사람이 줄 것이라는 기대심리는 스스로를 더 불행하게 만들었다. 흉터가 없어질만한 충분한 시간을 갖고 다음 사람을 맞이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서 과거의 상처가 자꾸만 얼굴을 들이밀었다. 지금은 시간이 오래 지나 과거의 상처는 다 아물었지만. 충분히 아파했다면 더 성숙한 연애를 할 수 있었을텐데하는 후회가 남는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이별을 수없이 경험하지만 이별은 결코 익숙해지지 않는다. 그래서 연애를 하면서도 문득 미래의 이별을 상상하며 쓸데없는 걱정을 하기도 한다. 남자친구를 너무 사랑하지만 결혼까지 생각하기에는 글쎄-라는 못된 마음이 들때도 있다.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지금은 내 사랑에 최선을 다하고 싶은 마음이다. 저자는 이별할때는 충분히 방황하고 찌질해져도 괜찮다고 위로한다. 언젠가는 그토록 아팠던 이별도 시간이 치유해줄 것이라고.

또한 저자는 연애는 마땅히 해야하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버려야 한다고 말한다. 사랑이 버겁게 느껴진다면 잠시 모든걸 내려놓고 나 자신과 연애하는것도 좋은 방법이다. 맞아. 왜 나는 나의 행복을 남자친구를 통해서만 채우려고 했을까? 내 자신이 최고의 연애상대가 될 수 있는데 말이다. 행복을 느끼게 하는 가치는 연애 말고도 무궁무진하다. 연애를 하느냐마느냐가 중요한것이 아니라 내가 행복한지가 더 중요한 것이다.

나를 사랑할 줄 알아야 다른 사람도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을 이제야 조금씩 깨닫고 있다. 연애를 통해 부족한 내 자신의 모습을 시시때때로 마주하게 된다. 낮아진 자존감을 상대방이 채워주지 못했을 때 서운해졌고, 서운함은 싸움으로 번졌다. 먼저 나 자신을 사랑해야 상대방의 행동에 일희일비 하지 않고, 함께하는 연애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다. 연애는 나답게 살아가고, 당당히 즐길 수 있는 것이 되어야 한다는 저자의 조언이 깊이 와닿았다.

연애는 때로 아프고 힘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사랑만큼 강력한 행복을 가져다 주는것도 없는것 같다. 그렇기에 저자는 두려워하고 주저하며 망설일 필요도 없는 것이 사랑이라고 말한다. 내가 의심없이 사랑하고, 사랑받을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나를 포함한 연애가 두려운 모든 사람들이 빛나는 연애를 할 수 있도록 이 책이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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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보이 - 시크한 고양이 헨리의 유쾌발랄툰
벤지 네이트 지음, 조윤진 옮김 / 문학테라피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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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분이라면 한번쯤 내 반려동물이 사람이 된다면? 하는 상상을 해보았을것 같아요. 저 역시도 저희집 강아지가 아플때나 배고플때 사람처럼 말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이 책은 올리브라는 대학생 소녀가 키우는 고양이 헨리가 진짜 사람이 되어, 올리브와 보내는 일상을 그린 유쾌발랄 툰이예요. 사람처럼 말하지만 사고방식은 여전히 고양이인 헨리는 올리브에게 새를 선물하는 웃픈 상황을 만들어요. 또 고양이처럼 소변을 보면 발에 다 묻는 바람에 사람처럼 소변을 보는 연습을 하기도, 휴지로 화장실을 엉망으로 만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루밍 대신 샤워를 하고, 안맞는 옷을 입기 위해 다이어트를 시작하는 등 점점 사람같은 모습으로 변해가지요.

소심한 성격에 친구도 별로 없던 올리브는 헨리와 함께하면서 친구의 집들이에도 초대받고, 함께 그림을 판매하기도 하며 일상에 작은 변화가 생깁니다. 파티를 좋아하는 헨리는 요즘 말하는 ‘인싸’고양이 같아요. 자칭 백수 고양이인 헨리는 올리브의 권유로 펫시터 아르바이트를 시작합니다. 사람보다 더 일잘하는 고양이 헨리는 돈을 벌어서 올리브의 월세를 대신 내주는가하면 가구도 사줘요. 저도 이런 고양이가 있으면 소원이 없겠네요ㅋㅋ

책의 저자인 벤지네이트는 자신이 키우는 고양이들을 보면서 들었던 생각을 조금 비틀어 만화로 표현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만약 그들이 실제로 고양이 몸에 갇힌 사람이라면 좀 무서울까?’라는 엉뚱한 생각에서 시작된 것이었는데, 실제로 작업해보니 전혀 무섭게 느껴지지 않았다고 해요.

하지만 저는 아직은 조금 낯설고 무섭게 느껴지는것 같아요. 책을 다 읽고, 반려동물은 동물일때가 가장 이상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람으로 변해버린 반려동물은 친구같다기보다는 조금 부담스러울것 같아요 ㅎㅎ 아마 제가 동심이 잃어서 그렇겠죠?

헨리의 스타일리쉬한 패션을 보는 재미도 쏠쏠했는데요. 저자인 벤지네이트는 그녀가 실제로 디자인해 쇼핑몰에서 판매하고 있는 옷을 캣보이에 입혔다고 합니다. 때론 반려동물 같고 때로는 친구같기도 한 헨리! 사랑스러운 고양이 헨리와의 유쾌한 일상을 엿보았던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벤지네이트가 캣보이를 어떻게 연재하게 되었는지, 캐릭터를 어떻게 생각해냈는지, 또한 그녀의 예술 제작 철학에 관한 자세한 인터뷰는 VICE.COM 에서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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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경찰의 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하빌리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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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계의 대표 거장 히가시노 게이고의 <교통경찰의 밤>을 읽어보았다. 이 책은 1989년부터 1991년까지 3년여에 걸쳐 문예지 주간 소설에 실었던 것을 1992년에 한 권으로 모아 출간한 책으로,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모두 교통사고가 일어난 후 사고의 원인을 추리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1985년 <방과 후>로 문단에 데뷔한 이후 오랜 무명생활을 거쳤던 것을 감안하면 이 소설은 그가 작품을 써봐야 팔리지도 않고 칭찬 한 줄 못 받았던 초창기의 작품이다. 그러나 히가시노 게이고가 최근 10년간 베스트셀러 작가에 오르면서부터 과거의 작품들이 줄줄이 출간되고 있고, 이 책도 그 중에 하나인것 같다.

시각장애인 소녀의 기적 같은 청각이 밝혀낸 교통사고의 전말과 오싹한 반전을 그린 《천사의 귀》
법망을 빠져나가려는 차와 걸려든 자, 지켜주지 않는 신에 대한 철저한 저항을 다른 이야기 《중앙분리대》
앞서가는 초보운전자를 재미로 위협한 뒷차에게 불어닥친 후폭풍을 속 시원히 전개하는 《위험한 초보운전》
길을 건너지 못한 한 남자의 비극과 고통스러운 집념 《건너가세요》
후지산 근처 호숫가에 별장을 가진 부유층과 그들에게 반감을 품은 자가 밤중에 주차장에 숨어들어 차를 긋는 이야기 《버리지 말아 줘》
10년 무사고 운전의 어이없는 사망사고와 진실을 마주한 교통경찰의 선택 《거울 속에서》

이 소설들이 쓰여진 시기는 일본의 자산이 일시적으로 폭등했다가 다시 급격히 하락해 거품 경기라고 불리던 시대였다고 한다. 때문에 무리한 대출 빚을 내서라도 차익을 얻으려는 투기 열풍이 전국을 휩쓸었고, 불평등도 점점 심화되던 사회였다. 이 소설에는 그 시절의 혼탁한 사회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천사의 귀>에서는 정식 직업이 없어도 외제차를 몰고 다니는 젊은이와 모피코트에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자친구가 등장하고, <거울 속에서>에서는 인기가수가 CD 한 장을 수억 엔을 벌어들일 때, 얄팍한 월급 봉투로 언제 집을 장만할 지 걱정하는 경찰 부부가 등장하기도 한다. 물질의 풍요만큼 정신이 따라가지 못하고,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들이 상대적 박탈감에 빠진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교통법규 위반이라는 일상에 만연한 범죄가 얼마나 큰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도 실감할 수 있었다. <건너가세요>에서는 무심코 저지른 규칙 위반이 어린아이의 생명을 앗아가기도, 행복한 가정을 무너트릴 수 있음을 보여준다. <위험한 초보운전>에서는 재미삼아 저지른 위협운전이 자매의 철저하고도 드라마틱한 계락으로 톡톡히 대가를 치르게 된다. 교통법규를 쉽게 위반하던 도로 위의 무법자들을 단죄하는 결말을 읽으며 교통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금 일깨우게 된다.

무려 30년 전, 요즘처럼 블랙박스나 CCTV가 없었던 시대여서 그런지 도로 위에 그려진 타이어 자국과 목격자들의 증언만으로 죄를 가려내는 과정이 조금 답답하기도, 흥미롭기도 하다. 추리소설의 거장답게 교통사고라는 일상적인 소재 속에서도 그만이 그려낼 수 있는 독특한 상상력을 녹여내어 각 작품마다 색다른 반전을 촘촘히 담아내었다. 짧은 글로도 순식간에 몰입하게 되면서 히가시노 게이고 필력의 진수를 엿볼 수 있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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