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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 연인
다이라 아즈코 지음, 김은하 옮김 / 글램북스 / 2016년 1월
평점 :
절판
<B급 연인>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얼핏 보면 그저 ‘별난 사람’들처럼 보인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어쩐지 익숙한 냄새가 난다. 자기 안에 있지만 부정하거나 감추고 싶은 내밀한 욕망의 조각을 키워서 특정한 형상으로 빚으면 이런 인물들이 나올 것 같다.
좀 못났어도 아주 밉지는 않은 인물들이 풀어놓는 맛깔스럽고 경쾌한 대화를 슬렁슬렁 따라가다 보면 금방 마지막 페이지가 나온다. 300페이지가 넘는 책인데도 앉은 자리에서 쭉 완독하는 데 채 두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나는 여행차 부산으로 내려가는 기차 안에서 전부 읽었는데, 각 단편마다 개성이 뚜렷한 인물이 최소 한 명씩은 나와서 읽는 내내 그들이 바로 옆자리에 앉아 재잘재잘 말을 걸어오는 듯했다. 그 낯설고도 익숙한 말동무들 덕분에 긴 이동 시간이 절반으로 줄었다.
유쾌하게 웃고 싶은 주말이나 가볍게 나선 여행길에 읽기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