칙릿 소설이라는 평가가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요?"
나는 기자에게 되물었다.
칙릿 소설이 뭘 말하는 건가요?"
숨소리가 두어 번 들려온 뒤, 젊은 여성이 쓴 젊은 여성들의 이야기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나는 다시 물었다.
"그럼 젊은 남성이 쓴 젊은 남성들에 대한 이야기는 뭐라고 부르나요?"

사회가 민주화되었기 때문이다. 한 명의 영웅이탄생하기 위해서는 그가 비인간적으로 대했던 아랫사람들,
함부로 대했던 여성들의 이름이 지워져야 하는데, 이제 이세상에는 그렇게 ‘지워버려도 되는‘ 이름이 없기 때문이다.
이제야 인류는 한 명의 영웅을 세우기 위해 많은 이들의 존재를 지워버리기보다 살아 숨 쉬는 모든 인간의 존엄성을지키는 데에 심혈을 기울이게 되었다.

이런 시대에 베스트셀러 순위에 에세이가 자주 오르는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제 독자는 자신과 비슷한 사람의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의 이야기를 보고 싶어한다. 이런 독자에게 공감받는 에세이를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있는그대로‘ 쓰면 된다. 진솔하게, 구체적으로, 내 앞에 펼쳐진삶을 쓰면 된다. 내가 부여받은 하루하루에 내가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진솔하게, 구체적으로, 써내려가면 된다. 솔직함과 디테일, 이 두 가지가 핵심이다.

근거를 대야 한다는 당위 없이 초고를 썼더랬다. 논픽션의 대가인 스승을 만나 근거를 보강해야 함을 배운다는것은 원고를 총체적으로 다시 쓰는 것을 의미했다. 가건물처럼 올린 엉성한 초고의 뼈대를 하나씩 빼낸 뒤 새로운 뼈대를 놓았다. ‘근거‘라는 탄탄한 콘크리트로 감싸인 뼈대를.
주석도 부지런히 달았다. 익숙지 않은 과정이었다. 세 줄짜주석을 달기 위해 한 권의 책 전체를 읽다보면 어느 세월에 이 원고를 완성할까 싶어 불안해졌다. 이런 식으로 근거를 대는 게 논리적 정합성이 있는가? 하는 의심도 가슴 한구석에서 부글거렸다

이런 종류의 사람들을 만나면 궁금해진다. 이 사람에게 ‘앎’은 어떤 경로를 통해 오는가? 이들은 누군가가 건넨직설적인 한마디 말에서 뭔가를 퍼뜩 깨닫는가? 인생의 변화를 일으킬 만한 동력을 전달받는가? 습득한 정보를 곧바로 활용해 제 인생을 비옥하게 만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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