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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베와 관련해 가장 눈길을 끌었던 사건은 젖병테러호빵테러였다. 아기들 젖병을 만드는 회사에 다니는 일베 유저가 성적인 의미로 생산제품에 손을 댔다는 사실이 알려져 직장을 잃을 위기에 처하고,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는 일베유저가 호빵찌는 기계에 담배를 함께 넣었다가 여론의 질타를 받고 부모님까지 사죄하는 일이 벌어졌다

 

일베는 2012년 내내 논란의 진앙지였다.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온갖 비하에서부터 박정희, 전두환 두 독재자에 대한 찬양까지. 특히 여성에 대한 일상적인 비하와 더불어 가장 큰 논란을 불러왔던 것은 광주 5.18의 희생자들에 대한 무차별적인 비하 게시물을 생산했던 일이었다.

 

이들은 온라인을 벗어나 오프라인에서 실제 행동에 나서면서 사회적 논란을 더욱 부추겼다. 최근 안녕하세요대자보를 연달아 찢고 이에 대한 인증을 한 것도 일베 회원이었다. 예전에도 컴퓨터 매장의 화면보호기 이미지를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내용으로 바꿔놓았던 게 논란을 불러오기도 했다. 이들의 활약’(?)이 어찌나 대단했던지, 방송에서 연예인이 일베 용어를 사용했다가 곤욕을 치르기도 하고, 일베에 글을 올렸다는 사실만으로도 인기에 영향을 미치는 일들이 발생하기도 했다. 인터넷의 특성상 이미지를 중심으로 한 일베의 콘텐츠는 급속하게 확산되며 영향력을 꾸준히 확인해내고 있다.

 

일간베스트 저장소. 디시인사이드에서부터 출발해 가장 재미있는 게시물들을 모아놓았던 스토리지 사이트였을 뿐인 일베는 어쩌다 이런 괴물이 됐을까. 저자는 일베를 촛불시위의 쌍생아라고 이야기한다. 20022008년 촛불시위가 현실의 국가권력을 국민주권의 이름으로 심판한다는 것이었지만, 거기서부터 인터넷(광장)에 모인 우리가 곧 국가라는 새로운 정치적 상상이 자립했다며 일베도 이 공식을 계승했다는 거다. 그러면서 촛불시위에서 드러난 급진성, 욕망의 정치, 윤리적 이상주의가 일베에서 반전된 형태로 계승됐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일베는 팩트만을 중요시 여긴다. 일베 이용자들은 대중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어떤 이상과 이념을 내세우며 행동하는 것을 가장 못마땅하게 여긴다. 특히 진보적인 의제를 이상적으로 내세우며 불분명한 팩트로 대중에게 호소하는 것을 감성팔이라 부르며 경멸한다. 국가와 사회를 향해 뭔가를 요구하는 대신 팩트를 무기삼아 좌우를 막론하고 누구든 조롱하는 합리성과 쿨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팩트를 강조하는 동시에 이들에게는 전체에 대한 성찰이 없다. 세계의 구조를 분석하고 개선하려는 의지가 이들에게는 없다. 다만, 이들은 마음에 들지 않는 누구라도 조소와 비난의 대상으로 삼는다. 실제 이들의 공격에는 보수정치인들도 예외가 없다.(물론, 박정희에 대해서만은 성역을 인정하는 분위기지만)

 

저자가 말하는 일베의 사상나는 누군가의 정체성을 혐오할 권리가 있다로 압축된다. 일베가 성별·지역·정치적 지향 등에 대한 편견을 거리낌 없이 드러내고, 회원들끼리 묘한 해방감을 공유하면서 정치·문화적 해방구로 기능하고 있는 현상에 대한 분석이다. 일베에도 나름의 사상적 의제가 있기 때문에 그것이 컬트문화로 그치지 않고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지은이의 생각이다.

 

이렇듯 동물화를 지향하는 일베에 대해 저자가 제안하는 해법은 어찌보면 매우 고전적인 방법이다. 청년들이 자신의 삶을 살아갈 또 다른 세계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일베가 사라지더라도 혐오에 기반한 온라인 활동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국가'도 인터넷도 아닌 현실세계에 만들어지는 실제의 공동체만이 이들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 될 거라는 게 저자의 진단이다. 좀 허무한 감이 없지 않으나, 일베에 상주하며 일베의 정체성을 탐구한 결과 흥미로운 사회적 논의를 야기시킨 것만은 틀림없어 보인다. 모쪼록 저 말초적이고 위험한 쾌락에 중독된 젊은이들이 현실세계에서 건강한 공동체의 일원이 될 수 있기를.(일베의 용어로 이야기하자면, 이건 그저 씹선비질(꼰대질 정도에 가까우려나?)일 뿐이겠으나!)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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