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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자신을 속이도록 진화했을까? - 진화생물학의 눈으로 본 속임수와 자기기만의 메커니즘
로버트 트리버스 지음, 이한음 옮김 / 살림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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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자신을 속이도록 진화했을까>는 자기기만에 대한 이야기다. 로버트 트리버스는 살아있는 최고의 진화심리학자 중 한 명이라고 한다. 진화심리학은 인간을 설명하는 가장 최신의 방법론 중 하나. 진화심리학에서는 인간의 행동양태를 수백만년 동안 진척되어 온 육체적/사회적 진화와 상대적으로 뒤늦게 진행된 마음의 변화의 격차로 설명한다. 이는 마치 사회적 생산력과 생산관계가 완전히 달라졌음에도 추수를 기준으로 하는 명절을 기념하느라 온 나라가 들썩거리는 다분히 시대착오적인 사이클과 많이 닮았다. 사회학에서는 이런 일을 아노미 현상이라고 부르던가. 급격한 시스템 변화에 마음이 따라가지 못하는 것. 진화심리학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주장은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인간의 마음은 이백만년 전 수렵시대에서 크게 변하지 않았다. 우리는 오늘, 그리고 내일을 무엇을 먹고 어떻게 죽지 않고 살아남을까 생각하느라 머리가 터질 지경이었다. 왜 사는지, 인생의 의미는 무엇인지 따질 겨를이 없었던 거다. 이제 와서 그런 걸 따지고 헤아리는 것이 인간의 뇌에 얼마나 낯선 일인지 생각해 보면, 그런 문제들이 왜 해결되지 않는 어려운 일들인지 알게 된다.”

 

농구에선 노룩패스란 기술이 있다. 패스를 받을 같은 팀 선수에게 전혀 시선을 던지지 않은 채 공을 던져 상대방의 수비를 교란하는 방법이다. 말하자면 기만술이다. 그런데 이게 너무 완벽하다보면 공을 받을 선수마저 자신에게 패스가 될 거란 생각을 하지 못해 공을 놓쳐버리는 경우가 생긴다. ‘자기편마저 속인다라고 한다. 자기기만이 꼭 그렇다. 자신마저 사실과는 다른, 현재 진행되고 있는 상황과는 다른 정보를 스스로에게 입력해두는 것. 책에서는 자기기만이란 결국 남을 더 잘 속이기 위한 방편으로 인간에게 발달한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인간만이 아니다. 각종 동물들도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기만술을 사용한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면 인간만큼 자기기만에 능한 종족도 쉽지 않다. 세상 거짓말의 90%는 돈과 섹스에 관한 것이라 했던가. 자기 이익을 위해 남을 기만하고, 남을 더 잘 속이기 위해 자신 스스로 왜곡된 인식을 진실인양 믿게 되는 상황은 인간에게 비일비재한 일상과도 같다. 이것이 개인의 일이라면 그나마 낫다. 더 큰 조직일수록 자기기만의 결과는 파멸적이다. 나사의 자기기만은 챌린저호를 폭발시키는 대형사고를 불러왔고, 이라크 전쟁에서 보인 대량살상무기라는 미국의 자기기만은 수많은 이들의 목숨을 앗아갔다. 이들의 자기기만은 자기확신과 직결된다.

 

생각해보면 왜곡된 자기확신처럼 위험천만한 것도 없다. 아리안족의 우수성을 증명하고 싶어 안달이 난 한 화가 지망생의 망상은 하필 그에게 주어진 연설능력과 정치력 덕에 세계에서 가장 힘센 나라 중 하나를 그와 그의 일당들의 손아귀에 떨어지게 했고 수백만명의 무고한 이들이 학살당하는 미증유의 비극을 불러왔다. 이 화가 지망생의 이름은 물으나 마나 2차 세계대전의 주역으로 600만의 유태인을 학살한 아돌프 히틀러다. 자기기만은 결국 대가를 치르기 마련이다. 미국은 이라크전으로 국제적인 망신을 당했을뿐더러 두고두고 대외정책 운영에 부담을 안게 됐다. 히틀러는 결국 벙커 안에서 권총자살로 최후를 마감해야 했다. 결국, 남을 속이기 위한 자기기만이라는 것은 자신을 망치는 지름길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을 인식할 때, 기만이라는 달콤한 덫을 벗어날 수 있는 계기들이 열릴 것이다. 이 책은 자기기만의 숱한 사례들을 매우 흥미롭게 보여주어 자기기만이라는 진화의 부작용을 우리가 냉정히 바라볼 수 있도록 거들어주는 미덕을 가졌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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