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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집중력 혁명 - 일과 삶의 모든 것을 결정하는 1% 차이
에드워드 할로웰 지음, 박선령 옮김 / 토네이도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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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 오롯이 집중하는 법을 알려준 책

<하버드 집중력 혁명>

 

 

 

사무실 책상에서 인터넷 브라우저 창을 여러 개 띄워 놓고 언제든 이 공간에서 저 공간으로 주의를 옮기기 용이한 환경에 빠져있는 레스는 업무에 온전히 집중할 수 없어 자신의 재능을 성과로 연결시키지 못하는 케이스다.

 

진은 거절을 하지 못하는 우유부단한 성격으로 타인의 요청에 대한 응답으로 점철된 하루를 산다.

 

애슐리는 생각이 마르지 않는 아이디어 창고 같은 사람이지만 어느 것 하나 완수하지 못하는 결정적 결함이 있다.

 

충분하고도 남을 만큼의 돈을 벌지만 '불안 유전자'를 물려받은 잭은 가공의 미래에 대한 끊임없는 걱정과 불안에 지배당해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만다.

 

기업의 커뮤니케이션 파트에 근무하는 메리는 다른 이들의 문제를 해결하느라 정작 자신은 돌보지 못하는 삶에 지쳐있다.

 

샤론은 자신을 패배자, 한심한 인간 등의 단어와 동일시하는 행위에 집착한다. 그런 혹독한 자책이 무능함에서 빠져나오는 길이라 믿으면 오히려 마음이 편해진다.

 

 

책에서 다룬 여섯 인물의 특징이다. 간략화하자면 다음과 같은 문제를 겪고 있는 사람들이다.

 

 

화면 중독 (전자기기 중독)

 

멀티태스킹

 

생각이 이리저리 튀는 사람

 

걱정이 지나친 사람

 

주변 사람들의 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사람

 

ADHD

 

 

 

  이 책은 사실 출간 당시 제목 앞에 유행처럼 붙었던 '하버드'란 명칭 때문에 다른 것들과 마찬가지로 기피 대상에 올려둔 책이고, 읽고 싶은 목록에도 넣지 않았던 책이다. 얄팍한 상술에 의미가 바랜 단어들이 몇 있는데 인문학, 하버드 같은 말들이 때아닌 뭇매를 맞고 있는 이유가 아닌가 싶다. 그렇다 해도 그 명성에 대한 조건반사처럼 동공이 커지고 귀가 솔깃해지는 명사들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읽고 보니 다른 이유 없이 단지 저자가 하버드대 교수라는 이유에서 따온 듯하여 김이 빠지긴 하더라. 원제는 <Driven to Distraction at work - how to focus and be more productive>로 일터에서 집중을 방해하는 요인들을 찾아내 생산성 향상을 꾀하는 데 의의를 두고 집필한 책인듯하지만 꼭 직장인들만을 위한 책으로 규정해 버리기엔 내게 돌아온 소득이 너무 크고 많았다. 특별히 '직장과 생산성'에 포커스를 맞춘 책이라 하기도 애매하다. 다시 말해 누가 읽어도 꽤 괜찮은 책이다. (제목은 다시 생각해도 NG다.)

 

  책 속 인물 가운데 마지막 사례자 (실제 ADHD 환자)를 제외하고는 모두 ADT 유형에 속하는 사례이다. 가장 극단적인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를 ADHD, '주의력 결핍 장애'를 ADD, 비약적 기술 발전을 이룬 현대 사회의 흔하고도 특징적 현상인 '주의력 결핍 성향'을 ADT로 정의한다. 스마트폰과 인터넷으로부터 분리된 생활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현대인들 대부분이 ADT 성향을 분명히 갖고 있으리라 여겨지기에 여러모로 도움받을 독자들이 많을 것으로 여겨진다.

  

  비록 가공이긴 하지만 실제 환자들의 사례를 뒤섞어 만든 인물들이므로 실제와 다름이 없는 인물들이다. 더욱 마음이 끌렸던 것은 인물들의 불안정한 성향의 깊숙한 곳에 저마다 지울 수 없는 상처가 자리하고 있더라는 것이다. (책 내용은 스포를 우려해 작성하지 않는 취향인데, 이해를 돕고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사례를 조금이나마 언급하는 게 좋겠다는 판단에서 다루어 보기로 했다.)  레스와 같은 중독에 빠진 사람들은 제약이 없는 인터넷 공간에 접속해 있는 '느낌'만으로도 자유를 향락할 수 있다. 그 순간만은 고통스러운 일상에 둔감해질 수 있는 것이다. 모든 상황과 사람을 받아들이며 남들의 인정을 갈구하는 진은 자신이 부모에게 받지 못한 애정을 아이들에게 (지나치게) 쏟으며 특별한 만족감을 느낀다. 자식을 엘리트 왕국에 들어서기 위한 열쇠쯤으로 여기는 엄마에게 여러 자식들 가운데 가장 보잘것없는 자식이었던 애슐리는 엄마의 부정적 성향과 늘 맞서야만 했고, 나치 강제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할아버지가 제안한 '신뢰 게임'에서 지울 수 없는 충격을 받은 잭은 평생 누구도 믿지 못하게 되었다. 할아버지는 5살짜리 손자에게 자신이 잡아줄 테니 걱정하지 말라며 계단 8층에서 뒤로 넘어져 보라는 제안을 한다. 어린 잭은 계단에서 굴러떨어져 머리를 찧었지만 할아버지는 아무도 믿지 말라는 교훈을 남겼을 뿐이었다. 폭력적인 아버지로부터 가족을 보호하는 법을 배운 영리한 아이 메리의 나이는 고작 4살이었다. 위험의 경고 신호를 파악하고 상대의 분노를 잠재우는 기술을 익히기엔 너무도 어린 나이였다. 샤론은 자신을 경쟁상대로 여기는 차갑고 비판적인 엄마로부터 평생 자신감을 짓밟혔다.   

   

  이 책을 읽으며 난데없는 정체성의 혼란으로 정신이 혼미했다. 한참을 정체성(正體性)의 바다에 표류하다 물 밖으로 몸을 던지고 보니 지긋지긋한 정체성(停滯性)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삶의 원인을 불현듯 깨우쳤달까. 마치 청이와의 재회 순간 심학규의 눈이 거짓말처럼 뜨였듯 말이다. 너무 깊이 침잠한 나머지 보이지 않았던 상처를 찾아내고야 만 것이다.

- 이 와중에 한 마디 사족을 달자면 누구도 기억에서, 특히 상처로 남은 기억에서는 결코.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으니 훗날 누군가 생을 내려놓는 순간까지 당신의 존재가 원망으로 명명되지 않으려면 상대가 아무리 어리고 연약하다 해도, 친구, 형제, 부모, 자식, 동료, 하다못해 성조차 모르는 남일지라도 그들의 인생에 함부로 개입해 쑥대밭을 만든다거나 반대로 자신의 삶을 학대하고 포기해서도 안 된다. 관계로 얽힌 세상에서 개인의 삶은 단지 개인에 국한된 것이 아닌 같은 공간에 맞물려 돌아가는 톱니바퀴와 같으므로. 상대의 움푹 팬 홈에 끊임없이 간섭하며 서로 밀고 밀려나야 회전하는 톱니바퀴처럼 아무리 개인주의를 외친대도 궁극엔 타자의 삶에 개입되는 것이 인간의 삶인 것이므로.-

다시 이전의 상황으로 돌아가서, 가공의 인물들에 깊은 감정이입이 되는 단계를 넘어 나 또한 ADHD의 극단적 성향을 갖고 있는 게 아닐까 진지하게 고민했음을 고백한다. 성인의 경우 과잉 행동으로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하니, 내 경우는 소극적인 ADHD가 아닐까 하는 의구심에 한동안 마음이 잡히지 않고 공기 중의 먼지처럼 붕붕 떠다니다 흩어지기를 반복했다. 성인 ADHD 환자 중 75%가 자신이 ADHD인 줄도 모르고, 정확한 진단도 받지 못한 채 살고 있다 한다. 성인의 경우 진단을 확실히 받아 치료 과정을 거치면 인생이 확연히 좋은 방향으로 바뀐다는 말을 들으니 당장이라도 의사 앞에 의자를 끌고 가 손을 붙들고 싶었지만 ADHD를 확실히 진단할 수 있는 의사는 세계적으로 몇 없는 데다 보통 ADHD 진단에 야박한 편이라고 하니 내 고민을 누구와 상의해야 할지 아직까지 막막하다. 제시된 해결책들도 (저자가 인정한 것처럼) 어찌 보면 지극히 뻔한 것들이어서 무언가 획기적인 대안을 찾아야 할 것만 같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 내 지나온 삶을 반추해 보니 지극히 당연한 명제를 풀지 못한 데는 지극히 뻔한 방법 조차 대입해보지 않은 이유가 있었음을 깨달았다. 내 경우 '체계'를 세우지 못 하는 결정적 문제를 통감하게 된 좋은 경험이었고, 가장 많은 필사를 했던 부분에서 유추할 수 있었듯, '지나친 걱정과 불안'이 내 삶의 전부를 대변하는 단어라 해도 과하지 않음을 또한 뼈저리게 느꼈다. 아무도 '네 문제는 이거야'라고 말해주지 않는 세상에서 입에 극약을 문 독하지만 진실한 친구 하나를 얻은 듯한 기분이었다. 이제 답은 뻔하고 유일한 한 가지만 남았다. "깨달았으면, 실행하라."

 

 

p.s. ​읽는 내내 번역이 참 좋다고 느꼈다. 박선령 님의 다른 번역서나 저서가 있다면 찾아 보고 싶은 마음에 성함을 따로 적어 두었다.

 

2015-07-25

글.사진 ⓒ무꽃

筆名. 청연(淸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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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27 23: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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