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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리고, 세우고, 지키기
이지훈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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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가슴 뛸 준비를 하자.



경영서도 이런 풍부한 감상을 자아낼 수 있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이따금 행간에서 눈을 돌려 잠시 멈춰 생각하는 시간이 즐겁도록 많았던 책이다. 그래, 글맛이란 '무엇'을 쓰는지에 더해 '어떻게' 쓰는지에 달린 문제였으리라. 군더더기 없이 유려하게 흐르는 문장들이 과연 기자 출신 저자임을 증명하듯 막힘이 없었다. 이제는 비문학 분야에 있어 단순히 특정 분야의 지식만을 무기로 한 집필과 출판은 올드 패션드(old-fashioned) 한 느낌이다. 실용서에 문학이 담기고 경영서에 인문학과 철학이 공존한다. 이러한 접목이 논지 전개와 논리의 설득력에 힘을 보태는 순기능을 톡톡히 수행함은 물론 독서 편식을 지양하는데도 일조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므로 독자의 입장에선 언제나 환영할 만한 시도이며 변화다.


 

세계적인 경영 대가들을 수없이 마주하며 얻어낸 경영의, 그리고 삶의 정수를 담아낸 빛나는 기록들을 언제고, 몇 번이고 다시 꺼내 들고 싶은 벅찬 마음과 함께 한 글자 한 글자 가슴에 녹여 담았다. 읽던 자리를 다시 이어가려 책을 펼쳐든 어느 밤, 남편의 TV에서 흘러나온 [블랙스완]의 대사가 순간 머리를 때렸다.


"너는 지난 4년간 모든 안무를 완벽히 하는 데만 집중했어. 몰입해서 자신을 버리지 못 하고 말이야.  (...)  

저 애의 동작을 봐. 부정확하지만 힘을 들이지 않아. 가식이 아니니까."


버리고 몰입해야만 태초의 알 껍질로부터 유래하였음에도 억눌려있던 본질이 비로소 양 어깨를 뚫고 나와 찬란하게 대미를 장식할 수 있는 것이었다.  정신분열에까지 이르러선 안 되겠지만 무언가에 미치도록 빠져들 수 있는 어떤 이의 갈망이 새삼 시큰하게 부러웠다.

 


 

저성장의 특징으로 대표되는 정보의 공급 과잉 시대에 지식과 노하우는 더 이상 특별 계층만의 전유물이 아니며 물건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재화의 비교가치는 이제 그 의미를 상실했다 할 수 있다. 지식도, 상품도 이제는 경쟁력을 갖지 못 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과잉 공급의 배설물들이 엉키고 뒤섞여 복잡함으로 점철된 가운데 정작 가치 있다 여길 만한 것들은 배설물 속에 묻히고 마는 모순의 시대인 것이다. 애플, 구글, 이케아 등 굴지의 기업을 이끌어온 경영자들의 경영철학을 통해 이 시대의 진정한 혁신은 바로 '단순함'을 만드는 것임을 깨닫는다. 그리고 나아가 조직뿐 아니라 개인 또한 행복과 성공을 나란히 하기 위해서는 집중하는 삶, 몰입하는 삶에 촉수를 곤두세워야 함을 통감한다. 복잡하기 보다 단순하기가 더 어려운 세상. 그래서 조악함이나 복잡함 가운데 단순함이 더욱 빛을 발할 수밖에 없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섭리일 것이다. 더 많이 취해야만 앞서 걸을 수 있다 믿어왔던 시간들의 밀도만큼이나 무수히 쌓이고 단단히 엉겨버렸을 많은 것들, 그 가운데 오롯한 한 가지만 남을 때까지 부수고 깨뜨려 쳐 내는 일은 살을 도리는 고통을 수반할지 모른다. 하나 이제는 다른 어느 때보다 변화에 귀 기울여야 할 때다. 시대의 요구를 읽어내야 할 때다.



 

'선택에 집중하고 흔들리지 않는 자세' 야 말로 비움의 미학을 완성하는 궁극의 경지로 이르는 길일 테다. 무의미함 속에서 유의미한 가치를 찾기 위해, 내 안에 가득 채워둔 속 빈 돌맹이들을 버리고, 버리고, 또 버려 더 이상 뺄 것이 없는 '최후의 옥석'에 집중하겠다. 그 옥석을 날마다 꺼내 들고 마른 천에 구멍이 나도록 닦고 매만져 내 것들 중 가장 빛나는 돌이 되는 그날, 나는 비로소 단(單)의 의미를 깨달았노라 이야기하겠다. 출발선 앞의 웅크림이 설레듯 나를 발견하고 완성하는 과정 또한 날마다 가슴 뛰는 여정이길 기대한다.

 

 

 

 

 

 

글.사진 ⓒ무꽃

筆名. 청연(淸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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