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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치킨전 - 백숙에서 치킨으로, 한국을 지배한 닭 이야기 따비 음식학 1
정은정 지음 / 따비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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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치킨展

정은정 지음 │ 따비 │ 2014. 07





"내가 먹는게 나다." 치킨공화국 대한민국 국민은 치킨이다.


음식은 그 나라의 문화를 담아낸다. 그에 더해 요리는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를 보여주기도 한다. 그렇기에 2014년 한국 사람이 곁에 두고 함께하는 음식은 무엇인지 살펴보는 일은 중요하다. 어떤 맛을 좋아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만들어진 음식을 주로 먹는지 살펴 본다면 우리네 삶 역시 그와 비슷한 궤도를 걷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한국인의 대표 메뉴인 '치킨'에 대해 두루 살펴본다. 한국에서 치킨이 걸어온 길을 살펴봄으로써 그에 얽힌 경제,사회,문화 등 다양한 요소에 접근할 수 있다. 


본격적으로 치킨이 한국 사회에 나타나기 시작한건 1970~80년대다. 물론 이 시기엔 '통닭'이라는 이름이 익숙했다. 84년도에 처음 KFC가 오픈하기 이전 기름에 튀긴 닭은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메뉴였다. 물론 당시 월급에 비해 상당히 비싼 가격이었던 통닭은 고급메뉴였다. 전쟁을 겪고 어려운 시절을 지나온 한국인에겐 기름에 튀긴 닭은 잔칫날에나 볼 수 있는 호사스러운 음식이었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40대 이상에겐 치킨이 하나의 향수로 남아있다. 물론 초기 한국 치킨은 오늘날 흔히 볼 수 있는 후라이드 치킨과는 다르다. 미국 남부의 흑인 노예들이 먹었다고 알려진 후라이드 치킨이 한국에 건너와 지금의 모습을 갖춘건 80년대가 와서야의 일이니까.


후라이드 치킨의 핵심은 바로 '튀김'이다. 많은 기름을 이용해 딥프라이한 닭을 튀긴게 후라이드 치킨이다. 물론 여기엔 닭에 묻히는 염지제와 파우더가 핵심이다. 이 두 가지를 거치지 않으면 제대로된 후라이드 치킨의 맛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프렌차이즈마다 그만의 염지법과 특별한 비법을 가지고 있다. 치킨이 유난히 프렌차이즈의 성격이 짙은데엔 이러한 요소가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 책 속엔 프렌차이즈별 치킨의 특징 및 마케팅이 소개되어 있어 다양한 한국 치킨을 두루 살펴볼 수 있다.   


프렌차이즈 치킨집이 급증하기 시작한건 90년대 말 IMF가 터진 후다. 이후 2000년대 초엔 월드컵 붐을 타고 치킨의 인기 역시 껑충 뛰었다. 야구와 같은 스포츠를 보며 치킨을 먹는건 이젠 아주 당연한 일이 되버렸다. 늦은 밤, 스트레스를 풀어줄 야식으로 치킨을 찾는가 하면 불금엔 '치맥'을 외치며 기름진 밤을 보낸다. 기름에 듬뿍 담근 튀긴 맛에 달큰한 무는 환상의 짝궁이다. 모두가 함께 먹을 수 있는 음식, 그리고 한껏 배부른 음식이 치킨 아닐까, 그렇기에 은퇴한 직장인들이 가장 눈여겨보는 사업 역시 치킨집이다. 위에서 언급했듯 치킨사업은 결국 프렌차이즈이기 때문에 여기서 오는 문제점 역시 만만찮다.


치킨을 둘러싼 문제를 들여다보면 '갑의 횡포'를 만날 수 있다. 수많은 가맹점을 둔 프렌차이즈 회사는 자신들의 기술력을 앞세워 높은 창업자금을 요구한다. 점포를 연 뒤엔 본사에서 터무니 없는 판매량을 요구하거나 이윤이 남지 않는 무분별한 마케팅을 강요하는 등 '갑질'의 향연이 시작된다. 이는 책 뒷편에 소개되는 닭 사육 현실에서도 여실히 들어난다. 닭하면 떠오르는 브랜드인 '하림'의 경우 본사에서 각 종계장에 병아리와 사료를 공급하면 각각의 사육장은 이를 1.5kg 정도가 될때까지 키워 출하한다. 이 과정에서  하림은 높은 이윤 창출을 위해 양계 농민의 등골을 빼먹는다. 결국 치킨안엔 갑의 횡포로 얼룩진 한국 사회가 보인다.


그래서 책을 덮은 뒤 '내가 먹은게 나다'라는 문장이 마음으로 느껴졌다. 치킨이라는 음식안에 담긴 한국인의 정서, 애환 그리고 그 과정을 지배하는 자본의 논리는 날카롭게 현실을 꼬집는다. 이윤창출을 위해 움직일 틈도 없는 공간에서 키워지는 닭, 그리고 그 닭이 프랜차이즈와 만나 치킨이 되는 과정은 지금 한국인의 삶과 참 닮아있다. '치킨'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결국 이 문제는 우리 사는 세상을 어떻게 촘촘히 살펴볼 것인지를 묻는 것과 같을 것이다. 그래서 저자가 남긴 마지막 문단은 유난히 따끔한 질책으로 다가온다.


" 그런데 먹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맛있게 먹고 그걸로 끝인 세상. 그런 세상을 만들면서 우리 또한 맛의 지옥에 갇힌 채 살고 있지는 않은가. 늦은 시간까지 노동을 하고 그 노동의 고통을 치맥으로 달래다 결국 치킨집 사장님의 삶에서 내 미래를 간보고 있는 중이지 않은가. 오늘 한 마리의 치킨과 한 잔의 맥주가 결코 즐겁지만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


by 슈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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