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틀러의 철학자들]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히틀러의 철학자들 - 철학은 어떻게 정치의 도구로 변질되는가?
이본 셰라트 지음, 김민수 옮김 / 여름언덕 / 201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히틀러의 철학자들

이본 세라트│ 김민수 옮김 │ 여름언덕 │ 2014. 05 




의심하고 경계해야 하는 이유


공부하는 삶은 배움의 즐거움을 아는 삶이다. 책이나 새로운 경험을 통해 사고를 넓혀가고 촘촘한 논리를 갖추는 과정이 공부이기에 인간은 죽을 때까지 공부와 함께한다. 너무나 간절히 알고 싶던 몰랐던 사실을 알았을 때 혹은 피상적으로만 접했던 사실을 논리정연한 글로 만났을 때만큼 전율과 감동이 느껴지는 경우도 없을 것이다. 공부를 통해 막연하게나마 내가 생각해왔던 것들이 구체화되고 힘을 얻을때 삶은 희망을 얻고 용기를 가지게 된다. 하지만 여기엔 가장 기본적인 공부의 덕목이 있다. 바로 '의심'이다. 공부는 단순히 그대로를 습득하고 앵무새처럼 암기하는데 있지 않다. 진짜 공부는 의심과 비판이 함께한다. 어떠한 것을 볼 때 맹목적으로 혹은 한가지 기준으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닌 다양한 관점에서 거리를 두고 모든것을 의심하는게 중요한 것이다. 그래서 제대로 공부하는 사람은 분별을 두지 않는다. 한 가지를 다방면으로 보는 안목을 가졌기에 극단에 치우쳐 자신의 의견을 강요하고 피력하지도 않는다.


서두가 길었지만 이 책을 읽으며 어느때보다 공부의 기본을 되짚어보게 되었다. 책 '히틀러의 철학자들'은 히틀러가 나치즘을 만들고 유대인 말살정책을 펼치는데 공헌한 철학자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여기서 일단 첫번째 내 편견이 무너졌다. 바로 '철학'이라는 학문 역시 의심하고 경계해야 한다는 점이다. 철학이 가진 아우라와 무게감으로 우린 곧잘 모든 사상과 주장을 맹목적으로 떠받들곤 한다. 하지만 이는 진정한 철학도 공부도 아니다. 그저 앵무새처럼 복제된 생각을 떠드는 것일테니까. 당시 히틀러의 곁에서 나치즘을 위한 법과 철학을 만들었던 수많은 학자들 역시 그랬다. 그들은 히틀러의 뒤틀린 생각을 뒷받침해줄 탄탄한 논리를 대학이라는 현장에서 떠들어댔고 대중들은 그에 열광했다. 의심과 비판없는 주입된 의식이 2차 세계대전이라는 대재앙을 낳게 도운 셈이다.


두번째로 공부는 합리화가 아님을 다시 한 번 돌아볼 수 있었다. 히틀러는 민족주의를 내세워 게르만족의 위대함을 강조했고 이는 '유대인 대학살'이라는 극단으로 치닫는 계기를 제공했다. 그가 어떠한 죄책감도 갖지 못한채 무자비한 학살을 할 수 있었던건 바로 '합리화' 과정에 있었다. 과격한 정치행동으로 감옥에 갇혀있을 동안에도 그는 자신의 주장을 합리화하기 위해 부지런히 책을 읽어나갔다. 당시 읽었던 칸트, 니체, 다윈의 사상들은 그의 극단적 사상을 뒷받침하는데 사용됐다. 19세기의 근대 독일철학이 민족주의, 반유대주의, 독재를 몰아가는데 사용된 것이다. 결국 그는 자신의 주장을 보다 매력적이고 타당하게 보일 수 있는 수단으로서 철학을 이용했다. 자기 주장의 합리화를 위해 사용된 당대의 사상들은 지금 보면 히틀러와는 정반대의 정신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자유정신을 가진 초인을 말하는 '니체'를 히틀러가 열렬히 좋아했다는 건 이런 사실을 뒷받침해준다.


그래서 히틀러는 명민하게 철학을 이용했다. 그는 단순히 자신의 주장을 그럴듯하게 만들기 위해 공부의 힘을 빌리지 않았다. 히틀러는 군중 심리를 예리하게 꿰뚫고 있었다. 당대의 학자들에게 입김을 불어넣으면 대중들 역시 비판적 의식 없이 자신의 사상을 받아들일 것이라 판단한 것이다. 그래서 당시 하이데거와 카를 슈미트와 같은 학자들은 과거 위대한 사상가들의 사상을 적재적소에 이용해 나치즘을 정당화한다. 철학사에서 종종 보았던 낯익은 학자들이 오히려 학문을 독재와 인종차별을 위하여 사용했다는 건 충격적인 일이다. 히틀러의 뜻에 따라 적당히 버무려진 사상은 당시 사람들에게 철학으로 여겨졌고 그는 철학적 지도자로 여겨지기조차 했다.


철학이 수단이 되버린 사회, 그리고 그것에 별다른 비판과 의심없이 다수의 의견이 모두의 의견이 되는 사회는 위험한 사회다. 자유와 사랑을 긍정하고 차별에 반대했던 수많은 철학들이 히틀러라는 사람을 거쳐 어떻게 변질되었는지 우린 그 과정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책에 소개된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은 이를 잘 보여준다. 특히 책의 후반부에 소개된 탄압받는 유대인 학자들의 이야기는 진정한 지식인이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해보게 한다. 나치를 피해 도망다니면서도 끝까지 반대하고 뜻을 굽히지 않았던 발터 벤야민, 결국 나치에 의해 처형당했던 쿠르트 후버의 이야기는 책의 전반부에 실린 가짜 학자들과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가짜 공부를 했던, 그리고 그와는 반대로 온몸으로 진짜 공부를 했던 사람들의 모습을 책 속에서 만나보자. 그리고 어떤 길을 가야할 지 고민해보자. 그렇게 된다면 진짜 공부의 길에 한걸음 더 가까워져 있을 것 같다. 진짜 공부는 '의심'과 '비판'에서 시작된다.



by 슈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