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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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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이라는 소설에서 말해진 불행은, 모두 여호와 때문에 벌어진 일 같다. 여호와는, 인간의 입장에서 인간을 위하지 않고, 오로지 신의 관점에서 인간을 판단하고 벌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 책에서 말해진 카인은 열심히 일했고, 공물을 바쳤는데도 여호와가 그것을 거절했고, 그래서 아벨을 질투하여 죽인다. 그리고 그 책임을 여호와에게 돌린다. 


주가 내 생명을 파괴하지 않았다면 나는 아우를 위해 내 생명이라도 주었을 것입니다. 그것은 너를 시험하는 문제였다. 주꼐서 직접 창조한 것을 왜 시험한단 말입니까. … 주에게 내가 아벨을 죽이는 것을 막을 자유가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것은 주께서 얼마든지 하실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그저 다른 모든 신들과 공유하고 있는 무오류성에 대한 자부심을 아주 잠깐 버리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고, 또 아주 잠깐만 진실로 자비를 베풀어 겸허하게 제 제물을 받아들이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카인 39p


책에 나오는 여호와는 카인의 이런 주장을 받아들여, 카인에게 표식을 준다. 그 표식은 카인이 아우를 죽였다는 증거이자, 여호와가 신 자신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증명하는 것이자, 그의 보호 아래에 있다는 의미가 되었다. 그리고 그는 그날부터 땅에 머물지 못하고 계속 떠돌게 된다. 그 이후, 카인은 구약성경에 일어난 모든 일들에 관여하게 되고, 결국 책의 마지막에서 신의 책임을 묻기 위해 노아의 방주는 무너진다. 


나는 책의 후반부로 갈 수록 카인의 행동, 말이 하고자 하는 바가 잘 이해되지는 않았다. 그가 묘사하는 여호와는, 강대하면서도 강대한 존재가 아니다. 자신에게 충성하고 있는지 아닌지 확인하기 위하여, 하지 않아도 될 시험을 하고, 그때문에 인간들은 죽고 고통받지만 누구에게서도 그 보상은 받지 못한다. 하지만 그 일들에서 ‘여호와’를 제외하고 나면, 남는 것은 신이 없는 세상에서 고통받는 우리의 운명에 관한 이야기이다. 신이 자신의 입장을 고수하고, 곁에서 우리를 지킨다는 명목으로 옆에 있지만, 결국 그 자신의 힘을 시험하는 대상인 것으로 이 책에서는 묘사되는데, 그건 ‘전지전능’하여 더 필요한 것이 없는 신이라서 그렇다기 보다는, 끊임없이 ‘인정’을 필요로 하고, ‘인정’이 없이는 살아있다는 감각을 느끼지 못하는 존재라서 그런 것처럼 보였다. 그건 인간처럼 보였다. 이 책에서 불리는 여호와는, 자비롭고 자애로운 신이 아니다. 예수처럼 한 쪽 뺨을 맞으면 다른 쪽 뺨을 내미는 신은 아닌 것이다. 고통받을 수밖에 없는 인간을 사랑으로서 껴안는 신은 아닌 것이다. 왜 이렇게 구약성경과 신약성경이 다를까? 성경은 신이 쓴 것이라 지칭되지만, 사실은 그 책을 쓴 것이 사람들이기 때문에, ‘신’을 믿지 않고서는 세상을 견딜 수가 없지만 ‘신’이 있고선 있을 수 없는 일들을 자꾸 겪기 때문에 ‘신’을 만들어내지 않을 수 없었던 사람들이 만들어낸 신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지나치게 주관적인 여호와의 입장을 카인을 통해 대면하면서, 그렇게 느꼈다. 그러면 카인의 논의가 무의미해진다. ‘신’은 더이상 전통적으로 생각되어진 ‘신’일 수 없기 때문이다. 신이 없는 세상에서 자신의 이익을 대변하되, 타자의 입장도 자신의 입장만큼이나 최대한 대변하려고 노력할 수 밖에 없는 인간의 숙제를 보여주는 것 같다. 이제 누구에게도 의지할 수 없으니까. 신에게도 기댈 수 없고. 실재로, 우리가 죽든, 진보를 겪든, 퇴보하든, 신과는 무관한 일처럼 보이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구약성경에 기대어 생각해보면, 카인의 입장을 이해할 수밖에 없다. 똑같이 인정을 원하는 존재들이, 한 쪽은 엄청난 힘을 휘둘러서 인정을 강제로 얻어낼 수 있고, 한쪽은 무조건적으로 복종해야만, 인정을 겨우 받아낼 수 있는 거라면, 이건 애초 시작부터 불공정하다. 인간답게 살려고 하는 모든 행위들에 반하는 사건이다. 상황이 이런 것을 믿으면, 인간의 모든 행동들이 수동적으로 변해버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근데 실상 삶을 살아보면, 내 뜻대로 되는 일보다, 내가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할 일들이 많다. 신이 실제로 있든 없든, 그건 나는 증명할 수 없고, 그렇기에 알 수 없다고 생각할 뿐이지만, 내가 설계한 일들이 설계한 대로 된 적보다, 그렇지 않은 적이 더 많다는 것을 안다. 이것을 모두 불공정하다고 여길 수는 없지만, 그렇다 해도 한켠에 가시지 않는 분노가 있다. 주제 사라마구는, 이런 인간의 운명에 대해 너무도 화가 났던 게 아닐까. 정말 신이 있다면, 당신이 당신의 책임을 좀 알라고, 인간이 이렇게 무력할 수밖에 없는 건, 당신 때문이라고, 신에게든, 운명에게든 화를 내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작가가 이렇게 전면에 나서서 자신이 어떻게 세계를 바라보고 있는지 보여주는데도 책이 흥미롭고 공감이 간다고 느낀 점은 처음이라, 역시 소설은 잘 쓰고 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작가가 앞으로 나서서 소설이 문제가 되는 게 아니라, 못 쓴 소설이 되어버렸기 때문에 그 작품을 읽는 게 그 작가의 주장을 읽는 것 같아서 부담스러운 거라는 생각도 해봤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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