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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기 소설 신간평가단을 마무리하며

이번 기수에 받았던 소설들도 정말 재미있게 잘 읽었다. 읽고 나서 할 말을 잃은 소설보다, 읽은 것을 어떻게 표현해야 좋을 지 모를 소설들이 더 많았다. 나는 될 수 있으면 별점을 후하게 주는 편이다. 소설을 쓴 사람이 느낀 고뇌가 독자에게 전달되지 않은 소설을 아직 신간평가단을 하면서는 접하지 못했다. 내가 준 별점은 너무 후한 까닭에(?) 책을 선택하는 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날을 지탱하는 것은 책임감이라고, 지금의 나는 믿는다. 죽지 못해 산 생명이라도, 살아있다면 산 생명을 산 생명답게 살도록 만들 책임이 있다. 그렇게 멋대로 생각해버리고 결정해버린 까닭에. 살아남는다는 것이 어떤 것일지 매번 생각한다. 그리고 수많은 것들을 짓밟으면서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럴 내 생명의 하찮음에 절망한다. 그래도 다시 죽지 못해 살기로 결심할 수밖에 없어서 비루하다고 여긴다. 

내게 생존은 큰 문제다. 생명력이라는 건 위대한 힘이라, 그것에 기대어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지만. 그래도 나와 같이, 상처받기 쉬운 사람에게는 매일매일이 생존의 문제다. 외부적 생존의 문제- 내일은 어떻게 밥벌이를 할 것인가.-와 내부적 생존의 문제 - 나는 왜 보고 싶지 않은 것들을 보고 느끼고 싶지 않은 감정들을 느끼며 삶의 기쁨을 만끽하지 못하는가. - 는 늘 나를 버겁게 한다. 산다는 것이 무엇일지 생각하게 한다. 글쓰기를 꽉 붙들게 만든다. 만약 글쓰기가 고도로 발달된 시대에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나는 정신병자로 취급받지 않았을까 하는, 자조 섞인 생각도 한다. 


그래도 15기 소설 신간평가단을 무사히 마쳤다는 게 기쁘다. 

비록, 만족스럽게 리뷰를 썼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이번에도 책을 읽고 뭔가를 말하고는 싶은데 허공만 겨우 짚다 앗 하는 사이에 여섯달이 지나버렸다. 구체적인 이야기를, 나만의 시선으로 긁어모아서 하는 일은 정말 어렵다. 숙련이 필요하다. 



내가 뽑는 나만의 베스트 5는 이렇다. 

내게 오래 남아 나를 괴롭혔던 소설들을 뽑았다.
순서는 무작위다. 먼저꼽았다고 더 좋은 소설이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익사

읽으면서 울었다. 담담하게 말하는 게, 너무 아팠다. 

나는 매일 붕괴되고 있지만 글조각 하나에 의지하여 살고 있다는 번역에.. 공감했다. 동감했다.

차분하게 한꺼풀씩 벗겨 진실에 도달하는 소설의 모양새도 마음에 들었고, 살아움직이는 인물들도, 문장들도, 가슴을 울렸다.  


용감한 사람들

평범하게, 행복하게 사는데 얼마나 많은 자기기만이 필요한지, 생각하게 된 소설이다.(정작 리뷰에는 쓰지 않은 이야기지만) 타자를 상처입히지 않고는 자기 자유를 실현하면서 살 수 없단 말인가. 인간의 생은 결코 한 번에 한가지 문제만 해결하라고 하지는 않는다. 골치아프다.


리모노프

아아, 카레르가 표현한 리모노프는 자기기만의 절정에 다다른 사람이다. 수많은 사람을 상처입히고도 에너지넘치고 한편으로는 비인간적인 방식이 아닌 삶을 살 수 있다는 게, 외부적으로는 비루해도 누군가에게 스타로 추앙받는다는게, 그 아이러니가 참 소설적이어서, 소설적 삶을 산 인물을 다룬 소설이어서, 놀라웠던 소설.


지평

내가 아무리 고독해도 누군가를 나 이상으로 사랑할 수 있을까. 고독하기 때문에 고독하게 남을 것이다. 나는 언젠가 곧 잊혀질 것이다. 사라질 것이다. 그것밖에 남지 않았으니, 최선을 다해 기억하고 , 최선을 다해 사라질 것이다. 지금 이 순간을 살려고 노력할 것이다. 사라지는 기억을 붙잡고 싶어서 안달이 나도록 만든 문체들. 예쁘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

지금을 살고 있는 나를 부끄럽게 만들었기 때문에 선택했다. 소설이 끊임없이 말하는 게 현재적인 문제였기 때문에, 제목부터 나를 움찔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선택했다.



나만의 최고의 소설은 '익사'이다. 붕괴 위기에서 지탱할 곳을 찾고 싶어서이다. 그것이 지향할만한 공동체이든 무엇이든. 

"These fragments I have shored against my ruins." 를

'나는 지금도 실제로 붕괴 위기에 처해 있고, 어떻게든 그 위기를 버티려 하는 것이라고. 그리고 여전히 이런 글 조각 하나가 의지가 되고 있다고.'

라고 번역한 부분이 (그것을 또 우리말로 번역한 부분이) 인상깊었다. 


이 구절이 책 내용을 대변하는 것 같지는 않다. 책의 내용은 앞으로 더 잘 이해하기를 바라면서. '익사'를 뽑았다. 내게는 한 권을 따로 뽑기는 다섯권을 뽑기보다 어려웠다. 


신간평가단이 되어 덕분에 즐겁게 읽었던 것 같다. 



> 감사합니다.


p.s. 너무 늦게 올려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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