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료의 생각 없는 생각 - 양장
료 지음 / 열림원 / 2025년 6월
평점 :
책을 읽는 동안, 햇살이 잔잔히 스며드는 창가에 앉아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료의 생각 없는 생각"은 크고 특별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대신 작고 조용한 감정들,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순간들을 붙잡아 놓는다. 그래서 더 오래 머물게 되고, 마음이 천천히 젖어든다.
료는 일상을 다르게 바라보는 능력이 있다. 같은 풍경도, 같은 대화도, 그가 써내려가면 뭔가 다르게 느껴진다. 그의 문장은 크지도 화려하지도 않지만, 단단하고 은근하다. 그런 문장들을 따라가다 보면, 나도 내 일상의 틈새를 조금 더 들여다보고 싶어진다. 그냥 지나쳤던 골목, 말없이 함께 있는 가족, 따뜻했던 커피 한 모금 같은 것들.
또 흥미로웠던 건 료가 단지 감성적인 이야기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브랜드를 운영하며 지역과 함께 숨 쉬려는 고민, 공간을 통해 사람과 사람을 잇고 싶다는 진심이 책 곳곳에 배어 있다. 그가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책임감과 태도, 그것이 더 큰 울림이 되었다. 단순한 에세이가 아니라, 삶의 방식에 대한 고백처럼 다가왔다.
다만 읽으면서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감각적인 문장들이 반복되면서, 때로는 비슷한 느낌이 겹쳐 보이기도 했다. 저자만의 내밀한 이야기가 중심이 되다 보니, 공감의 폭이 조금 좁게 느껴지는 지점도 있었다. 어떤 문장은 더 이어졌으면 했고, 어떤 장면은 조금 더 깊이 들어가 주길 바랐다. 좋은 감성일수록, 그 안에 담긴 질문이나 통찰도 더 밀도 있게 만났으면 싶었다.
그럼에도 이 책은 분명히 어떤 사람들에게는 꼭 필요한 위로가 될 것 같다. 말은 하지 않지만 무언가 쌓여 있는 날, 아무 이유 없이 가라앉은 오후 같은 시간에 꺼내 읽으면 좋을 책. 따뜻하고 감각적인 문장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만족할 만한 에세이다.
"료의 생각 없는 생각"은 말 그대로 ‘생각 없는 생각’처럼 가볍게 읽었으며, 나에게 작은 여운을 남겼다. 삶을 바라보는 태도에 대해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해준 고요한 생각의 기록이었다.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