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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고물 재봉틀 ㅣ 아이스토리빌 57
이규희 지음, 나오미양 그림 / 밝은미래 / 2025년 3월
평점 :
재봉틀. 다른 이름으로 미싱 또는 바느질틀. 일일이 손으로 해야 하는 바느질을 손쉽게 할 수 있기에 처음 등장했을 때는 획기적인 발명품이라 여겨졌다. 한때 생활 필수품으로 여겨졌던 재봉틀을 요즘은 보기 어렵다. 어쩌면 재봉틀을 골동품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재봉틀처럼 예전 물건이라고 그저 고물이고 불필요한 것일까?
이 책의 주인공 미수는 반 연극 발표회에 쓰일 무대 의상을 자신이 맡겠다고 말한다. 바로 집에 있는 재봉틀을 떠올리고 그렇게 말한 것이다. 할머니의 재봉틀이 아이들 연극 무대 의상을 만들어 줄 것이라고 여긴 것이다. 하지만 할머니에게 재봉틀은 지금까지의 힘겨운 노동의 증거이자, 어려운 삶을 떠오르게 하는 물건이다. 손 마디에 혹처럼 난 굳은 살처럼 재봉틀은 이제는 버려질 물건처럼 보였다. 하지만 손녀딸의 부탁에 할머니는 다시 재봉틀을 잡았고, 재봉틀을 통해 할머니는 단순히 돈벌이가 아니라 일하는 즐거움을 찾는다. 그뿐이 아니다.
할머니가 재봉틀로 일하던 시절에는 노동 환경이 극도로 열악했다. 그 속에서 꿈을 키우며 살았던 할머니에겐 마음의 짐이 하나 있었는데, 그게 바로 노동 환경을 개선하겠다고 앞장섰던 전태일 열사 같은 분들과 함께하지 못한 것이다. 그들의 손을 제대로 잡아 주지 못했다는 짐을 갖고 있던 할머니는 미수의 엄마이자, 자신의 딸이 콜센터에서 부당한 일을 당하자, 딸과 함께 당당히 거리에 나선다. 그리고 이러한 행동은 아직 어린 미수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학교를 위해 애쓰는 청소 아줌마가 열악한 휴게 공간에서 쉬는 것을 보고, 그것을 바꿔야 한다고 나서서 말하는 것이다.
이처럼 오래되고 낡은 재봉틀은 버려지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가진 시간과 경험이 현재와 미래를 바꿔 나가고 있다. 『할머니의 고물 재봉틀』은 지금 우리의 삶이 과거 많은 이들의 노력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느끼게 하며, 어린이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많은 이들과 함께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삶을 생각해 보게 될 것이다.
지금도 어디선가 부당한 대우를 겪고 있을 분들이 걱정이 되네요.
어쩔 수 없이 돈을 벌기 위한 행동이지만... 한번쯤은 일하는 분들의 대우에 대해 생각을 해줬으면 좋겠어요.
돈도 중요하지만... 일하는 환경이 좋아지면 더 멋진 세상이 될꺼라는 믿음을 가지고 말이에요
오랜만에 저도 몇년째 방치만 한 재봉틀을 꺼내서 닦고 작동을 시켜서
형편없는 솜씨지만 이것저것 만들어 보고 싶어지는 하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