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생활사박물관 1 - 선사생활관 한국생활사박물관 1
한국생활사박물관 편찬위원회 지음 / 사계절 / 200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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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가 있기 때문에 현재가 있고, 지금이 있기에 미래가 도래하는 거지만 어쩐지 박물관을 가거나 역사책을 보면 굉장히 딴 세상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래도 조선시대까지는 가깝게 느껴지지만 구석기, 신석기 시대는 공상과학 영화를 보는 것 처럼 이질감이 드는게 사실이다. 발굴 되는 유물과 집터 등을 통해 그 시대 사람들의 생활상을 파악할수는 있지만 사진이 있는게 아니니 최소한의 정보로 최대한의 상상을 발휘해야만 할 것 같다. 옛 조상들의 생김새를 그림을 통해 보면서도 "정말 이렇게 생겼을까?" 라는 의문도 든다.

 

그렇게 나와는 상관없는 아주 오래전의 일로만 여겨졌던 구,신석기 시대를 유물과 각종 자료들을 통해 생생하게 복원한 이 책은 좀 더 가깝게 그 시대를 알 수 있게 해준다. 현재의 우리와는 다른 생활 패턴을 보이지만, 나와 같은 땅에서 살았던 먼 옛날 조상들을 이해하고 어떻게 인류가 살아왔는지를 포괄적으로 알게 해준다.

 

 

구석기 시대하면 '원시인'이라는 말부터 먼저 생각나는데 그 시대 사람들은 자연에서 최대한으로 얻고 영향을 받으며 살아갔다. 생활과 사냥에 편리한 도구들도 아직 제대로 갖추지 못한데다 집이라고 해봤자 자연이 만들어준 동굴만이 안식처 였는데, 동물에게도 유일한 보금자리였던 터라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만 했다. 도구가 없었기 때문에 덩치가 큰 동물과 싸우는 것도 힘드니 다른 포식동물이 먹다 남기거나 잡은 먹이를 가로채는 정도의 사냥을 했다. 거기다 농사를 지을 줄 모르니 동굴 근처에서 식량을 채집할 수 밖에 없었고, 음식이 다 떨어지면 다음 장소를 찾아 이동하는 생활을 해서 정착은 꿈도 꿀수 없었다. 그래도 동물과 달리 불을 이용할 줄 알았고, 돌도구를 사용하면서 손의 감각을 발달시키고 두뇌를 사용하게 되면서 조금씩 발전해가게 된다.

 

 

이런 구석기 시대가 끝나고 신석기 시대가 도래한 가장 큰 원인 중의 하나는 바로 자연이었는데,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자 정착 생활을 시작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정착 생활은 사람들의 일상을 여러 면에서 바꾸어 놓았는데 한 곳에 터를 잡고 살게 되면서 여유 시간이 많이 생겼고 이를 도구와 기술을 개발하는데 쓸수 있었다. 특히 간석기와 빗살무늬토기를 끊임없이 개발하고 움집을 지었으며 개와 돼지를 집짐승으로 키우게 됐다. 무엇보다 농경의 시작을 특별한 변화고 꼽을수 있는데, 여전히 채집과 고기잡이가 식량 확보에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지만 새로운 도구들이 개발되고 농사를 지으며 삶은 훨씬 더 윤택해지게 됐다.

 

 

최초의 인공주택이라 할 수 있는 움집은 대부분 땅이나 조개 더미를 파고 지은 반지하 주택이었다. 추위를 피하고 지붕을 만들기 위한 기둥을 세우기 위해서 땅을 팠는데 아직 냉난방을 조절할 줄 몰랐기 때문에 움집은 꽤 합리적인 주거형태라고 할 수 있다. 입구엔 도구를, 제일 안쪽엔 각종 토기들과 식량을 넣는 구조 였는데 이렇게 움집을 중심으로 마을이 생겨났다. 이들은 혈연으로 맺어진 하나의 큰 가족인 씨족사회로 불리우는데 마을 회의를 하고 장례를 치르는 등 모든 걸 함께 하는 생활 방식을 보였다.

 

구석기와 신석기 시대를 생생히 그려내며 각 사회의 특징과 대표 유물등을 설명해 전반적인 사회의 모습을 알게 해준다. 야외전시, 구석기실, 신석기실, 특별전시실, 가상 체험실, 특강실, 국제실로 코너를 나누기 때문에 실제 박물관에 간 듯한 재미있는 구성을 보여준다.

 

 

이 땅에 살았던 조상들의 생활상을 배운 후엔 그 당시 세계 곳곳에서 나온 유물들의 공통점도 비교해보는 시간을 갖는데 바위 그림이 대표적이다. 옛 사람들은 자신들의 생활 모습이나 후대에 전해줘야 할 문화를 이렇게 바위에 그림으로 그려넣었는데 이 그림들을 보면서 바위에 새겨 넣었을 그 누군가를 상상해보게 된다. 돌에 무언가를 새기는게 참 힘들었을텐데 장인처럼 한땀한땀 수 놓았을걸 생각하니 기분이 묘해지고 아주 오래전에 있었던 역사가 무척 가깝게 느껴져서 신기했다. 우리나라엔 울산리 대곡리의 반구대에 새겨진 거대한 바위그림이 있는데 우리나라 선사인 의 삶이 그려진 역사기록 이다. 1970년대 초 인근의 댐 공사로 수장될 뻔한 시기에 발견해서 국보 285호로 지정했지만, 이 국보 그림은 여전히 불어난 태화강 물 속에 잠자고 있다고 하니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그렇다면 유물과 터 는 어떻게 발견되고 관리되는 것일까? 유물은 그렇다쳐도 내가 제일 신기하게 생각하는 건 집터를 발견하고 발굴하는 과정이다. 그동안 수백, 수천 세대가 살아온 곳에서 옛 조상들의 집터를 발굴한다는게 아무리 봐도 신기한 일 같다. 이런 과정을 실제 있었던 과정을 통해 알기 쉽게 설명해주는데 1978년 4월, 서울대학교 고고인류학과 고 김원룡 교수가 미 육군 기상예보대 소속 그렉 보웬으로부터 전곡리 한탄강 유원지에서 우연히 발견한 구석기 4점을 받는 일을 예로 들고 있다. 이 유물 가운데에는 동아시아에서는 발견된 적이 없던 주먹도끼가 있었는데 5월에 본격적인 발굴작업에 들어갔다고 한다. 치밀한 기록과 보존이 뒤따르는 발굴과정은 신중한 작업 단계를 거쳐야 하는데 유물의 연대를 측정하고 분류가 끝나면 실측과 촬영을 한다. 그런 과정이 끝나면 학계에 보고해 성과를 공유하고 차원 높은 연구를 이끌어 내는 노력이 뒤따르고 있다. 유적의 현장을 보존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이렇게 발굴되는 유물을 통해 우리는 기록으로 남겨져 있지 않은 오래전 역사의 빈 공간을 채울 수 있는 것이다. 지금도 한반도 어딘가엔 발굴되지 않는 귀중한 유물들이 많이 있을거라는 상상을 해 보는데, 빨리 발굴되어 옛 조상들의 삶의 모습이, 비어있는 퍼즐이 맞춰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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