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한 야곱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1
캐서린 패터슨 지음, 황윤영 옮김 / 보물창고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성서의 '에서와 야곱' 이야기를 읽었을때 에서가 참 불쌍하고 안됐단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 리브가도 야속하게 느껴졌다.  아무리 야곱이 더 예뻐도 그렇지, 에서도 자기 자식 아니겠는가. 물론 아버지는 에서를 더 좋아하긴 하지만, 남편을 속이면서까지 야곱을 위하는 모습은 언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장자의 특권도, 아버지의 축복도 받지못한 에서. 그의 인생에서 축복이란 없는 것 처럼 느껴진다. 하나님조차도 그를 미워했으니.

쌍둥이 언니 사라는 그런면에서 에서와 판박이 이다. 동생 캐롤라인보다 조금 일찍 태어난게 '자신이 살면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순간'이라고 말하는걸 보면 그렇다. 몸이 약하게 태어난 캐롤라인은 온 가족의 관심을 받았지만, 건강하게 태어난 사라는 그렇지 못했다. '넌 착한 아기였어. 단 1분도 걱정하게 만들지 않았단다' 라는 엄마의 말이 사라를 더 슬프게 했다. 아버지도 사라를 아들처럼 거칠게는 아니더라도, 분명 캐롤라인과는 다른 방식으로 대했다.  

바닷일은 남자의 일로 여겨지는 섬 분위기에서 사라는 아버지를 따라 게를 잡는 등 열심히 돕는다. 부모님은 집에 보탬이 되는 사라에게 언제나 고마워 하고, 사라도 그 점을 자랑스러워 한다. 하지만 사람들의 모든 관심은 사라가 아닌 캐롤라인에게 쏠렸다. 피아노, 노래에서 뛰어난 실력을 보이자 부모님은 성악 레슨에 드는 교통비를 지원했고 재능을 키워주었다. 사라는 그런 동생이 자랑스러우면서도 한켠에선 서운함과 질투가 쌓이기 시작했다.

캐롤라인이 드라마 여주인공 이라면  사라는 행인1 이나 마찬가지였다. 사라 본인은 그렇게 생각했다. 농담도 제대로 못 알아듣는 콜 만이 유일한 친구였고 학교 생활도 재미가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오래전 이 섬에서 살았던 월리스 할아버지가 오면서 콜 외의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게 된다. 처음엔 독일 간첩이 아닐까 했지만 얘기를 나누며 서서히 친구가 되어간다.  

하지만 선장 할아버지를 콜에게 뺏긴 듯한 기분을 맛보게 되고, 자신의 재능을 찾지 못한 실망감 등 최악의 일들이 연이어 벌어진다. 더 최악인건 선장 할아버지에게 묘한 감정을 느끼기 시작했고 그것을 할머니가 알아챘다는 것이다. 이런 사라의 마음을 알리없는 캐롤라인은 선장 할아버지에게 재혼을 생각해보라고 했고, 이번에도 캐롤라인에게 좋아하는 사람의 관심을 뺐겼다고 생각한 사라의 슬픔과 혼란스러움은 계속 된다.  

특히 선장 할아버지가 캐롤라인에게 좋은 일을 베푼 순간은, 사라를 더 절망하게 만들었다. 왜 모든 사람들이 캐롤라인에게 뭘 못해줘서 안달인걸까, 옆에 있는 나는 보이지 않는걸까? 선장 할아버지마저 자신을 버렸다고 생각한 사라. 그 와중에 할머니는 "내가 야곱은 사랑하고 에서는 미워했다"라는 구절을 내뱉는다. 저주스러울 정도로 지독하게.. 

'늘 확신에 차 있고 어딜가나 존재하며 굉장히 밝고 황금처럼 빛나는 존재'인 캐롤라인은 자신의 꿈을 향해 섬을 떠났고 성공한다. 하지만 사라는 어머니가 내민 제안(본토에 있는 학교로 가는 것)을 거절하고 묵묵히 아버지를 따라 게를 잡고 굴을 딴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했지만 섬을 나가고 싶은 마음, 자신의 현재 상황에 대한 괴로움이 느껴진다. 그 불안함 마음이. 그래서 눈물이 난다.  

"여기에는 내가 있을 곳이 없어요. 그렇다고 도망칠 곳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라는 사라의 말에 선장 할아버지는 "아무도 네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고 말하지 마. 기회는 남이 주는 것이 아니라 네 스스로가 만드는거야. 하지만 먼저 네가 원하는 것이 문지를 알아야 한다"라고 조언한다. 그 말은 사라로 하여금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생각하게 만들어줬다.

그리고 엄마와의 솔직한 대화는 사라를 다시 태어나게 만들었다. 섬을 떠나게 해달라는 사라의 말에 "물론 떠나도 돼. 네가 한번도 떠나고 싶다고 말한 적이 없었을 뿐이잖니" 라는 엄마. 그때서야 사라는 깨닫는다. 섬을 떠나기를 두려워 하는 마음이 커서 부모님,라스 섬, 심지어 할머니에게까지 꼭 달라붙어 있었던 거라고. 

네가 이 섬을 떠나면 아빠와 엄마는 너를 보고 싶어할 거라고, 캐롤라인보다 훨씬 더 많이 보고싶을거라는 말에 사라는 다시 태어난다. 좋은 성적으로 학교를 졸업했고, 작은 마을에 간호 조사원으로 가게 됐다. 다시 의과 대학문을 두드릴 때까지 머무를 생각으로 말이다. 그러다 그곳에서 아이가 셋 있는 남자와 결혼하고 예쁜 아들도 낳는다.  

그렇게 이 마을에 정착하게 되는데 마치 엄마의 젊은 시절을 보는 듯하다.  마지막 장면에서 사라는 쌍둥이 출산을 돕고, 그 중에 한 아이의 생명이 위독한 상황을 맞이하는데 사라와 캐롤라인의 탄생과 비슷하다. 그래서일까. 사라는 잠시 잊고 있었던 건강한 아이를 뒤늦게서야 챙긴다. 자신과 같은 운명으로 태어난 아이를 보며 "그 아기를 할수 있는 한 오래 안아주세요."라고 말한다.  

언제나 사랑을 갈구했던 사라가 이제는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을 베풀고 이해하고 있다.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지 않고, 누군가가 자신을 이끌어줬으면 했던 아이가 자신의 길을 선택해 가고 있다. 사라의 성장을 보면 결국 자신의 의지가 중요한 것 같다.  

사라가 섬을 떠난 후의 이야기가 많이 있었으면 했다. 혼자 겪은 마음의 고통을 치유할수 있을만큼의 행복한 이야기가 많이 있었으면 싶었다. 사라가 아닌, 내 자신에게 위로가 필요해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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