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섬으로 - 독일 문학 다림세계문학 17
클라우스 코르돈 지음, 김소연 옮김, 수잔네 쉐베 그림 / 다림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책의 앞 표지엔 푸른 바다와 초록빛의 시원한 야자수, 그리고 이 책의 주인공인 질케의 뒷모습이 그려져있다. 아무도 살지않는 무인도를 배경으로 한 그림은 가슴을 확 트이게 만들고 가보고 싶게 만든다. 그런데 뒷표지를 보면 금세 마음이 우울해진다. 삭막해보이는 공장 굴뚝에선 쉴새없이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와 하늘을 가려버렸기 때문이다. 숨이 턱 막히고 콜록콜록 기침을 해버릴것만 같은 곳. 이런곳에 산다면 건강하던 사람도 시름시름 앓을것이다.
 
독일에 살고있는 질케는 대규모 공업 단지 부근에서 살았고, 바로 뒷 표지 그림처럼 검은 연기를 마셔야만 했다. 그 영향 탓인지 어느날 병이 들어 기침을 하게됐고 증상은 멈추질 않았다. 아이의 병이 호전되지 않자 피트 부부는 병원을 찾게 되는데, 뜻밖에도 검사 결과는 심각했고 이 년을 못 넘길거라는 의사의 말을 듣게 된다. 아이가 불치병에 걸렸다는 절망적인 진단 앞에서 부부가 할수있는건 아무것도 없었다.
 
부부는 남은 시간을 아이를 위해 살기로 했다. 그래서 질케에게 어마어마하게 큰 소원을 말해보라고 했고 아이는 남쪽바다로 여행가고 싶다고 대답했다. 그것도 비행기가 아닌 범선을 타고서 말이다. 예상치도 못한 아이의 말에 순간 당황한 부부. 하지만 아이의 소원이었다. 만약 이 소원을 들어주지 않는다면 나중에 크게 후회할 게 분명했다. 그래서 부부는 그때부터 여행 준비를 시작한다. 어렵게 마련한 집을 팔고 그 돈으로 배를 샀고, 아빠와 엄마는 항해술과 해도 보는 법을 익혔고 영어공부도 했다.
 
아이에게 최고의 시간을 선사해주기 위한 부모의 결단은 참으로 놀라웠다. 이 모든 일이 말로하기엔 쉽지만 실천하긴 어려운 사안이다. 또 여행을 갔다온뒤엔 어떻게 살아야 할지도 막막했고, 처음하는 바다 여행은 여러모로 위험했다. 하지만 단호한 결심을 하고 행동을 취하게 되자 모든것이 척척 준비되었고 자신감이 생겼다. 무엇보다 사랑하는 질케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수있었다.
 
질케는 배의 이름을 이웃집 할머니의 이름을 따 '브로이어 할머니 호'로 지었다. 그리고 새로운 곳에 도착할때마다 할머니에게 엽서를 쓰기 시작한다. 그리고 아빠는 가족 몰래 해상 일기를 쓴다. 여행이 끝나는 날 아내와 딸에게 보여줄 생각으로. 이들의 여행이 참으로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쏟아지는 별을 보며 잠들고 작은것에도 행복해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때로는 의견 충돌도 일어나지만 여행이 진행될수록 서로에 대한 사랑은 깊어진다. 그리고 새로운 경험들은 여행을 하기 잘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브로이어 할머니 호'로 밀항한 코스타스 와의 만남은 잊을수 없다. 이 그리스 소년은 무슨 이유에선지 이 배에 몰래 숨어 들어왔고 결국 질케 가족과 여행을 하게 된다. 독일어도 할줄 몰라 의사소통도 안되고, 여권과 비자가 없어 항구에 정박할땐 몰래 숨어있어야 했지만 점차 가족과 뗄레야 뗄수없는 사이가 된다. 무엇보다 질케에겐 친구이자 오빠로서 말동무가 되어줬다. 처음엔 반대했던 피트씨 조차 코스타스의 도움을 받으며 친해지게 된다.
 
또 쌍둥이 자매 사라와 마라와의 만남은 여행 중에 만난 인연이 얼마나 좋은지를 알려준다. 비록 국적도 문화도 언어도 달랐지만, 3일간의 거센 폭풍우를 겪을땐 서로 상대방 배가 안전한지 걱정을 해주었고, 우연히 다시 만났을땐 서로 무사함에 기뻐했다.
 
다양한 나라에 잠깐씩 들러 시장구경도 하고 다른 문화권도 경험한 질케. 아마 여행을 떠나지 않았으면 이 모든걸 보고 듣고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는데, 그건 질케가 각 나라 현지인들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약간 부족해 보인다는 거였다. 특히 질케가 인도에서 겪은 일은 거의 다 안좋은 것이었는데, 이는 이 책을 읽는 아이들에게 인도에 대한 선입견을 심어줄수도 있었다. 해양공무원의 뇌물 요구, 교통을 무시하는 빠른 택시, 아빠의 지갑을 훔쳐 달아나는 아이들의 모습등 말이다.
 
인도에서 지갑을 뺏기고 돈을 많이 쓴 부모는 무인도를 찾아 그곳에서 잠깐 보내기로 한다. 그리고 마침내 아름다운 무인도에 도착하게 되는데, 색깔도 다양한 온갖 크기의 도마뱀들을 보고 도마뱀섬 이라고 이름 붙인다. 이곳에서 그들은 무려 6주간 생활을 하며 유유자적한 시간을 보내게 된다. 물고기를 낚시하고 수영을 하고 바비큐 파티를 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런데 어느날 피트 부인은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며칠전부터 질케가 기침을 멈추게 된 것이다. 부부는 그 길로 당장 병원으로 갔고 의사는 놀라운 소식을 전해준다. 깨끗한 공기가 아이의 병을 낫게해주었다는 기적같은 진단이었다.
 
이 년 밖에 못산다는 아이였다. 그런데 해양기후는 질케의 병을 낫게 해주었다. 과학적으로 증명할순 없지만 분명한 사실이었다. 이보다 더 기쁜일이 또 어디있을까. 하지만 문제는 다시 독일로 돌아가면 나쁜 공기에 질케가 노출되고, 병이 악화될수도 있다는 거였다. 이제 돈이 떨어지면 어쩔수없이 고향으로 돌아가야 하는 부모는 고민에 휩싸인다. 하지만 그들은 결심한다. 아이가 살수 있는, 공기 좋은 곳에서 살기로!
 
작가는 일본 소녀 토모코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고 한다. 토모코를 질케로, 일본을 독일로 옮겨 기적같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아마 6주간의 무인도 생활을 뺀 나머지는 허구일 것이다. 코스타스도 말이다. 하지만 픽션이면 또 어떠랴. 이 책은 독자들에게 환경오염의 폐해와 자연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데 말이다.
 
지금도 토모코와 질케처럼 나쁜 공기 때문에 병에 걸리는 사람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자연은 병원에서 치료못하는 병도 이렇게 치료해준다. 이는 우리에게 깨끗한 공기와 자연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준다. 내가 사는 동네는 전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공기가 나쁜 편이다. 그래서인지 시골에 내려가면 코가 뻥 뚫리고 가슴이 시원해짐을 느낀다. 좋은 공기 하나만으로도 건강한 삶을 살수있겠다는걸 느끼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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