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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토마스 베른하르트, <비트겐슈타인의 조카>
베른하르트와 비트겐슈타인의 조카인 파울의 우정을 다룬 소설. 이미 베른하르트는 <몰락하는 자>에서 예술가로서 한 인간이 파멸하는 과정을 그려낸 바 있다. 이 책에서는 광기, 증오 속에서 피어나는 우정을 다뤘다고 하는데 과연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아직 읽어보지 않았지만 아마 책장을 덮을 때쯤엔 지금까지 생각해 온 우정과는 전혀 다른 생각을 해볼 수 있게 될 것 같고, 파울 같은 친구를 찾아 헤맬 것만 같은 느낌.
2.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오리지널 오브 로라>
나보코프의 창작 방식은 특이했다고 전해진다. 그는 인덱스 카드를 작성해서 수시로 배열을 바꾸고 수정했으며, 작품이 완성된 후에는 카드를 폐기하는 방식으로 소설을 완성했다. 사후에 불태워달라는 유언에도 불구하고, 드디어 빛을 보게 된 미완성 원고의 모습은 어떨까. 실제 카드의 모습도 담겨있다니 더 보고 싶어진다. 카프카의 <소송> 역시 불태워달라는 작가의 유언을 배신하고 무수히 많은 사람들의 손을 거쳐 출간되었는데, 작가의 입장에서는 불만족스럽겠지만 어쨌거나 그들의 유언이 실현되지 않아서 독자인 우리는 참 다행이다.
3. 김의경, <청춘 파산>
제2회 한국경제 청년신춘문예 당선작. 스스로 청년이지만, 청년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을 때가 많다. 그렇지 않은 척 하면서 철저히 고립되어 있다. '연대'가 불가능한 세대. 각자 더 좋은 스펙을 쌓아야 하고, 학자금 대출도 갚아야 하고- 그야말로 우리나라 청춘들은 파산 일보 직전이다. 생명력이 가득한 '청춘'이라는 단어와 죽음의 뉘앙스가 가득한 '파산'이라는 단어의 조합이 어색하지 않은 이유는 그것이 지금 우리나라 청춘들의 현 위치이기 때문이 아닐까. 막다른 골목에서 이 소설의 주인공은 어떻게 고군분투하는지를 보고 싶다.
4. 조해진, <목요일에 만나요>
입양아, 어머니를 잃고 동생마저 사라져 혼자 남은 여자, 다른 나라에서 이방인의 삶을 살아가는 외국인, 연인을 잃은 남자, 어린 시절의 상처로 마음의 문을 닫은 여자, 동성애자 등이 소설의 주인공이라는 것만으로도 이미 매력적이다. 버려지고 상처받았다는 공통점을 가진 이 주인공들이 소통을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게 된다면, 우리의 마음의 온도 역시 조금 올라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조금은 한가하고 특별하지 않은 어느 목요일에, 작가와 함께 타인의 꿈으로 들어가는 수많은 문을 열고 그들의 삶 속으로 조금 가까이 들어가 보고 싶다.
5. 안보윤, <비교적 안녕한 당신의 하루>
얼마 전 있었던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의 소설 버전이라고 할 수 있을까. 어떤 '안녕하지 못한'이들의 이야기가 있을지,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는 '안녕한' 자들의 시선을 작가는 어떻게 보고 있는지 궁금하다. 그 모든 '안녕하지 못한 것들'을 오래도록 응시하고 있어야만 했던 작가의 고통을 완벽히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만이라도 '비교적 안녕한 우리들의 하루'를 생각해 볼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요즘 우리는 너무 안녕해서 문제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