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회사 히어로즈
기타가와 에미, 추지나 / 놀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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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의 인생이든, 평생에 히어로 한 명쯤은 존재한다


주식회사 히어로즈

기타가와 에미 장편소설 / 추지나 옮김

다산북스(놀)




평범한 당신의 가족도 누군가에게는 

단 한 명의 '인생 히어로'일 수 있습니다.


주식회사 히어로즈에서 오늘도 히어로가 되기 위해,

혹은 당신을 히어로로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들을 소개합니다.






전광판에서는 그날과 마찬가지로 도조 하야토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극장판 [톤 앤 톤]을 홍보하고 있다.

멍하니 영상을 보고 있는데 내 앞으로 한 남자아이가 깡충깡충 뛰며 지나갔다.

횡단보도의 하얀 부분만 밟으며 걷는 놀이. 운을 시험해 보는 그 놀이는 내가 어릴 때도 자주 했던 것이다. 





책가방을 멘 소년의 뒷모습을 이유도 없이 눈으로 좇았다.

소년은 아까 나에게 혀를 찬 금발 남자 바로 옆을 부딪힐 듯 말 듯 바싹 붙어 지나갔다.

소년은 횡단보다 끝에 다다를 때까지 하얀 부분만 밟으며 건넜다.

오늘은 소년에게 행운의 날일 것이다.

행운이 따른 소년은 누구에게도 야단맞지 않고 무사히 맞은편에 도착했고,

행운이 따르지 않는 나는 깜빡거리는 초록색 신호에 건너기 위해 달리는 사람과 부딪혔다. 

그때 '끼이이익'하고 요란하게 자동차 급브레이크를 밟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

금발 남자는 사람들 한가운데에 있었다.

누군가를 지혈하고 있는지 검붉게 물든 셔츠를 손에 쥐고 러닝셔츠만 입은 채 상대에게 필사적으로 말을 걸고 있었다.

또 똑같은 꿈을 꾸었다. 머리부터 등까지 식은땀으로 흠뻑 젖었다. 



 

 

말 그대로 평범하기 짝이 없는 인물 20대 중반의 회사원 다나카 슈지 이전에는

한 금융회사에 근무했으며 근무 태도는 지극히 성실했다. 
애인도 있고 꾸준히 돈을 모아 애인과 결혼할 계획도 있었지만... 한 사건으로 그의 생황이 180도 뒤집어졌다.






평소처럼 출근하기 위해 버스를 탔다. 

곧 내릴 때가 되어 손잡이를 놓고 몸을 돌렸을 때였다.

"이제 그만 좀 하세요!"

내 등 뒤에서 한 여고생이 외쳤다.

그녀는 눈물이 괸 눈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으며, 주변 승객의 시선은 일제히 나에게 쏠렸다.

"이 사람, 치한이에요!"

세일러복 입은 소녀는 분명히 나를 향해 소리쳤고, 소녀의 얼굴은 낯이 익었다. 


버스기사가 다가오자 그는 아니라고 오해라고 필사적으로 호소했지만 증명할 방법이 없었다. 

결국 여고생 엉덩이를 상습적으로 만진 치한으로 내몰리고,

결혼을 약속한 애인에게는 빰을 맞고, 믿고 따랐던 선배에게는 뒤통수를 맞는다.

결국 직장에서는 해고 통보를 받고, 며칠 뒤 진범은 잡혔으나 회사로 복귀하는 것은

어려워지고 결국 그는 버스만 봐도 정신을 놓아버리는 '버스 트라우마'에 시달리게 된다. 



어째서... 나는 아무 죄도 없는데. 진범도 잡혔잖아.

어째서, 어째서 아무도 나를 믿어주지 않는 거야.

내가 어떻게 해야 사람들이 나를 믿어주지?



그런 살던 집에서 도망치듯 이사를 하고 가족과 연락도 끊어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살아가고 있는데,

어느 날 불성실한 동료 아르바이트생에게 '주식회사 히어로즈'라는 회사를 소개받게 되어

일하게 되면서 그의 인생도 히어로즈가 되기 위해 바뀌어 가게 된다. 






"나도 나 자신을 가장 소중해요. 이를테면 배가 침몰해 두 사람이 남겨졌다고 해보죠.

구명보트에 탈 수 있는 사람은 둘 중 한 사람밖에 없어요.

그럴 때, 나는 과연 다른 사람에게 '타세요'하며 자신의 인생을 양보할 수 있다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몇이나 있을까요."




인간은 생각하기를 폭한 순간, 인간이 아닌 게 됩니다.

그때는 다른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자신을 향한 말이었던 건가. 



누구든 히어로즈에 의로하는 사람은 희어로가 될 수 있다.

인간으로 태어났지만 인간답게 살기가 참 힘든 세상, 죄를 짓지 않아도, 누군가를 괴롭히지 않아도,

내 의지가 아니더라도 종종 인간이기를 포기하는 그런 순간이 있다.






 

누구에게나 히어로가 필요하다. 누구나 특별하고 재미있는 인생을 꿈꾸지만,

막상 살아보면 아무 일 없는 것처럼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이 가장 행복한 인생이라고 느끼게 된다. 

 

'아무런 재미도 없는 인생이었어.'


90년이라는 엄청난 세월을 거쳐온 할아버지는 무슨 생각을 하며 그렇게 말했을까.

나는 할아버지의 나이가 되었을 때, 병원 침대 위에서 주삿 바늘을 꽂은 채 어떠한 생각을 할까.

 


현실에는 슈퍼맨, 배트맨, 아이언맨 히어로즈 영화 속 인물처럼
꼭 어떠한 능력이 있어야만 히어로즈가 되는 것은 아니다. 
나의 용기 있는 행동, 아니 인간다운 행동을 하였을 때 바로 히어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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