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듀어 - 몸에서 마음까지, 인간의 한계를 깨는 위대한 질문
알렉스 허친슨 지음, 서유라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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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서 마음까지, 인간의 한계를 깨는 위대한 질문

"당신은 그만두고 싶은 충동과 맞설 힘이 있는가?"

 

'인듀어'는 나를 비롯하여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동화 끈을 고쳐 매고

뛰고 나가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도대체 어쩌다 우리는 이렇게 되었는지

되돌아보는 시간을 선물한다.

 

 

 

 

 

인듀어 Endure

 

'인듀어'에는 근본적으로 두 가지 질문이 존재한다.

도대체 인간은 얼마나 오래 견딜 수 있는가? 그 오래 견디는 힘과 정신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한계는 뇌가 만들어 낸 허상에 불과하다!"

 

더 이상 현재 페이스를 유지할 수 없거나 단 1초도 버틸 수 없는 순간이

찾아오는 이유는 무엇이까? 무엇이 인간의 한계를 결정하는 것일까?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한계를 결정하는 것이 심장의 크기, 폐의 기능 및

근력이라고 정의해 왔다. 그런데 이 조건들을 지배하는 더 근본적인 존재가

있다면 어떨까? 최신 연구는 기존의 관점을 완전히 전복하며 뇌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인듀어'는 인간의 한계와 지구력에 대한 다양한 과학 연구를 근거로 인간에게는

 

스스로 가능하다고 믿는 것 이상의 힘이 있다는 사실을 깨우쳐 준다.

 

 

 

'지구력의 한계'에 도달한다는 것은 지루할 정도로 뻔하지만 막상 설명하기에는 쉽지 않은 개념이다.

심장 박동 수가 최대치에 한참 못 미쳐도 젖산 농도가 정상 범주에 들어 있어도, 근육이 필요한 만큼

제대로 수축하는 상태에서도 인간은 한계에 부딪칠 수 있다. 생리학자들은 당혹스러운 와중에도 인내를

향한 인간의 의지가 특정한 생리적 변인에 전적으로 묶여 있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우사인 볼트선수가 레이스 막바지에 경쟁자들을 치고 나올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정답은 바로 지구력이다.

다시 말해, 그가 다른 선수들보다 감속기를 약간 천천히 맞이하거나 감속기 이후 줄어드는 속도의 폭이 조금 더

작은 덕분이다. 겉으로는 거의 드러나지 않았지만 그는 최상의 경기력을 유지하기 위해 200미터 내내 세심하게

에너지를 분배하고 페이스를 조절하며 달리는 것이다.

 

이것은 지구력의 생리학적 측면과 심리학적 측면이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한 사람의 최대 지구력을 측정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매우 단순하다. 달리기를 시켜 보면 되니까.

하지만 사실 달리기 기록은 페이스를 포함한 여러 가지 요소들에 의해 좌우된다. 만약 당신이 세상에서

제일 가는 지구력을 가지고 있다 해도, 초반 질주를 제어할 수 없는 낙천적인 기질의 소유주라면 경주

기록만 보고는 당신의 신체 능력을 온전히 측정할 수는 없다.

 

물론 이런 불확실성은 탈진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재는 방법으로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다.

기록을 재는 대신 속도가 일정하게 설정된 트레드밀 위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뛸 수 있는지 측정하는 것이다.

사이클 페달을 밟으며 일정 수준 이상의 전기를 얼마나 오랫동안 생산할 수 있는지 측정하는 것도 방법이다.

 

'인간의 작동 원리는 기계와 같다'라는 힐의 주장에 끝까지 반박하던 소수 의견은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1939년을 기점으로 완전히 사라졌다. 육해공군이 세계 각지에서 전투를 벌이는 동안, 하버드를 비롯한

연구 기관들은 더위와 습도, 고도, 탈수, 굶주림 등 다양한 요인이 전투력에 미치는 영향과 이 같은 환경 아래서

 

군인들의 지구력을 향상시키는 방법을 연구했다. 

 

 

 

현대에 들어서 인체를 기계와 동일시하는 관점은 힐이 맨 처음 제시했던 것과 조금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물론 선수들의 내부에는 단순한 화학작용을 뛰어넘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힐 또한 '정신적인' 요소의 중요성을 기꺼이 인정했다.

 

"가령 경험이나 결단력 같은 자질들은 한 선수가 다른 경쟁자들보다 더 오래 탈진 상태를 견디게 해 주는

원동력이 되죠" 그러나 측정할 수 없는 요소보다 눈에 보이는 요소에 더 강하게 매달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인간의 본능이다. 과학자들은 점차 VO2MAX에 에너지 절약이나 분배 능력과 같은 다양한 요소들을

더해 기존의 지구력 측정 모델을 정교하게 다듬어 나갔다. 마치 자동차의 성능을 측정할 때 단순히

마력뿐 아니라 연비와 연료통의 크기 같은 추가 요소들을 함께 고려하는 것이 원리였다.

 

 

 

'뇌가 지구력에 미치는 영향'은 스포츠과학 분야에서 가장 논쟁적인 주제일 것이다.

물론 아무도 뇌가 그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인체와 기계의 작동원리를

동일시하는 관점의 A.V. 힐과 다른 과학자들 역시 육상 기록이 단순히 빠른 속도에만 좌우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동의했다. 올바른 전략적 판단을 내리지 못하거나 페이스 조절에 실패하거나 아니면

단순히 고통을 참으려는 의지가 없는 경우에는 제아무리 발이 빠른 선수라도 좋은 기록을 내지 못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인간의 한계를 결정하는 것은 몸이지만 그 한계에 얼마나 가까이 다가갈지

결정하는 것은 뇌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1990년대 후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이사이자 과학자인 팀 녹스는 이러한 결론이 지나치게 성급하다고

비판하면서 뇌야말로 인간이 오랜 시간 운동을 할 때 찾아오는 육체적 한계를 설정하고

 관장하는 유일한 기관이라고 주장했다.

 

노력이 마코라의 정신생물학적 모델에서 마이너스 요소를 담당한다면, 동기는 플러스 요소를 담당한다.

운동선수들이 연습 중에 세계신기록은 물론이고 개인 최고 기록을 경신하는 것조차 매우 드문 까닭이 여기에 있다.

 

인간이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든 도대체 그 버티는 힘은 어디서 오는 것이든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인간은 어쨌든 오래 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이들에게 달리기란 '그래서' 하는 것일지 모른다. 시대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달리기 선수로 불리는

체코의 에밀 자토펙은 참으로 단순 명료하게 우리의 진화론적 정체성을 표현했다.

"새는 날고, 물고기는 헤엄치고, 사람은 달린다." 우린 사림이다. 고로 우린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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