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맡기는 보관가게
오야마 준코 지음, 이소담 옮김 / 모모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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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하게 흘러가는 이야기들은 보관가게 《사토》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주인의 이야기에서 손님들의 이야기로 또다시 주인의 이야기가 엮이면서 진행된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총 5개의 이야기 중 하나만 서술자가 사람이고 나머지 4개는 서술자가 사람이 아니라는 점이다. 보이지 않는 주인공을 대신해 가장 순수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그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황들을 전해주고 있다.

추억이 깃들어 버리기엔 마음이 걸릴 때, 소중했지만 바라보고 마음 복잡해지는 물건, 쉽지 않은 결정을 해야 할 때, 생각과 마음이 정리가 필요할 때 적당히 거리를 두는 게 필요하다. 생각과 마음의 환기가 될 수 있게 말이다. 아마 그런 의미에서 《사토》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물건과 함께 마음도 맡겨놓고 가는 것 같다. 버릴 결심이 서지 않은 물건에 잠시 유예 기간을 주는 거다. 그리고, 그 시간 동안 자기 마음을 들여다 보기도 하고 생각을 정리하고, 어떻게 할지 답을 찾아간다. 그 과정을 통해 위로받기도 하고, 용기 내 앞으로 나아가기도 한다.

이야기를 따라 온기가 살포시 내려앉는 동화 같은 소설이라 이 봄에 참 어울리는 것 같다.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감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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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저녁의 연인들
서윤빈 지음 / 래빗홀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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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연한 설렘과 두려움이 동시에 찾아오게 만드는 건 현실과 맞닿은 한국형 SF 소설을 마주할 때다. 아직 경험해 보지 못한 미래를 어떤 시선으로 어떤 형태로 그리고 있을지에 대한 호기심 섞인 설렘과 구체화된 세계관이 문장들로 인해 머릿속에 생생하게 그려질 때 느껴지는 낯섦과 익숙함이 한 끗 차이로 느껴질 때다. 겉모습은 화려하고 혹 할만한 미래를 그리고 있지만 그 알맹이는 지금의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깨달았을 때 찾아오는 씁쓸함

그리고 나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마지막 페이지까지 끈질기게 따라붙었다.

버디와 임플란트 장기가 일반화된 세상에서 이론적으로 영생은 가능해 보였다. 그리고 그 영생은 돈이 있어야 성립되는 것이었다. 장기 임플란트 구독료는 개인의 나이와 건강 상태에 따라 계단식 누진 구조로 처음 삽입 장기와 초기 구독료 및 누진 1단계는 건강보험 적용으로 웬만하면 부담 없지만 누진 2단계부터는 '장수세'가 추가되면서 재산이 없음 버티기 힘든 상황이 된다. 충분히 부유하지 못한 노인들은 천문학적 구독료를 지급하지 못했고 예정된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이 시대에 죽음은 예기치 못한 상황이나 노화로 인한 자연스러운 끝이 아니라 선택의 문제가 되었다. 그리고 그 끝을 자신이 결정할 수 있었다. 다만 경제적인 부분이 결정에 100% 작용한다는 점이다.

죽음의 이유는 대부분 임플란트 구독 기간 만료로 인한 심정지 언제 어떻게 죽을지 불안한 것이 아니라 통장 잔고가 떨어지는 게 불안한 시대가 된 것이다.

주인공 '유온'은 가애라는 직업을 가진 인물로 장기 구독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죽음을 앞두고 있는 사람들을 유혹해 연인이 되고, 중개인(매켄지)가 운영하는 가게에서 데이트를 하며 많은 돈을 쓰게 만든다. 그리고 그 사람이 죽으면 유산을 받아 자신의 구독료를 충당하며 살아간다.

몸도 마음도 항상 긴장하며 보내야 하는 '가애' 일이 마무리되면 유온은 루틴으로 봉사활동을 가는데, 그곳에서 '성아'를 만나게 된다. 매 순간 계획적인 유온과는 반대로 의식의 흐름대로 말하고, 계획 없이 발길 닿는 대로 걷는 그녀를 보며, 유온은 잊고 있던 순수한 사랑이란 감정에 자신도 모르게 스며들게 된다.

가독성 높은 짧은 한 편의 소설이지만 초고령화 시대, 물질 만능주의, 나이 듦, 영원히 기억하는 삶, 등 툭툭 던져지는 생각할 거리 덕분에 생기는 틈이 좋았다. 거기에 마냥 가볍진 않아 더 좋았다.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감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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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모토 산포는 내일이 좋아 무기모토 산포 시리즈
스미노 요루 지음, 이소담 옮김 / ㈜소미미디어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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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미노 요루 작가의 글을 읽어 본 적은 없지만, 나에게는 그 이름이 꽤 눈에 익은 작가였다. 파격적이라 생각했고, 어떤 내용일지 감 잡을 수도 없고, 책 제목을 한 번 보면 쉽게 잊을 수 없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배를 가르면 피가 나올 뿐이야≫ 등의 작가이기 때문이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는 도서뿐만 아니라 실사판 영화와 애니로도 제작이 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던 작품이지만, 어쩐지 스미노 요루의 작가의 작품과는 그동안 인연이 닿지 않았다. (책이 나를 선택할 수도 내가 책을 선택할 수도 있고, 책을 선택하는 이유는 아주 다양하기 때문에 어떠한(?) 계기가 있어야 비로소 책과의 인연이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세상엔 너무나도 읽을 책들이 많고 또 매일 같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일본에선 10대와 20대 젊은이들 사이에서 핫한 작가라고 한다. 그들의 감성을 건드리는 무언가가 있는 건가? 그들이 공감할 만한 주제일까? 아님 마음에 와닿는 문장들일까? 하는 호기심을 품고, 이 책의 주인공 <산포>를 만나게 되었다. 《무기모토 산포는 내일이 좋아》는 《무기모토 산포는 오늘이 좋아》의 후속작으로 2년 만에 독자들을 만나러 온 것이다. 작가 스미노 요루가 만들어 낸 '스미노 월드' 사상 최고로 귀여운 주인공이란 타이틀에 나는 격하게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다른 주인공들을 만나보지 못했지만,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산포의 매력에 빠져 나는 오늘이 좋아도 읽게 될 것을 말이다.



무기 모토 산포는 대학 도서관에서 일하는 평범한 20대 여성이자 3년 차 직장인의 시시콜콜한 일상이 담겨 있는 책이다. 자는 게 좋아로 시작해 내일이 좋아로 끝나는 12편의 단편적인 일상을 따라 읽다 보면 너무나 소소해서 귀엽고, 피식하는 웃음 포인트도 만나게 되고, 응? 하는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조금씩 산포들게 된다. 늘 버벅대고, 실수투성이에 엉뚱하고, 상상력은 무궁무진해서 어디로 튈지도 모른다. 그리고 마음의 소리가 무심코 입 밖으로 튀어나오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진짜 소설 속에 등장할 법한 독특한 요소들을 조심씩 모아둔 산포지만, 그 일상은 너무나 소소하고, 평범하다. 다만, 평범을 특별함으로 무장해버리는 산포!



아침에 일어나 출근하는 그 과정들이 너무나 싫지만 평생 출근하지 않고 살고 싶단 생각은 하지 않는다. 거기에 그런 생각을 하는 자신을 참 대단하다고 칭찬도 한다. 직장에서 실수로 인해 선배에게 혼나기도 하고 위로와 격려를 받기로 한다. 맛있는 음식에 한없이 행복해하기도 하고, 누군가와 관계를 시작하기도 하고 이별하기도 한다. 생각이 남들보다 많고, 엉뚱한 상상을 현실로 불러들이지만, 그만큼 주변 사람들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배려하려고 한다. 그렇다고 바보같이 착하거나 그로 인해 손해를 보는 일은 없다. 그들을 향하는 생각이나 마음이 굉장히 엉뚱하지만 그 본질은 다정하다. 좋아하는 걸 좋아한다고 말하고 자신의 일상을 좋아하는 것으로 채워간다. 자기답게, 산포답게! 다양한 산포의 모습들 중에서 나에게도 있는 모습을 발견하기도 하고, 자기만의 생각이 확고한 게 부럽기도 하고, 어쩌면 우리랑 맞닿아 있는 면을 조금씩 발견해 자꾸 마음이 가고, 응원하게 되고 공감과 위로를 받는 게 아닐까? 싶었다.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감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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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아 만든 천국
심너울 지음 / 래빗홀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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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이 존재하는 21세기 대한민국이라는 배경 설정에 어떤 판타지가 펼쳐질지 설렘 가득한 손짓으로 첫 페이지를 넘겼고, 마지막 페이지를 끝으로 내 눈에 들어온 문구는 "내 모든 걸 갈아 넣은 당신들의 천국"이었다. 그리고 읽는 내내 곱씹어 되뇌게 되는 책의 제목 《갈아 만든 천국》 읽는 내내 입안에 쓴맛이 가시질 않았다.

이야기는 그의 이름이 왜 '허무한'인지로 시작된다. 마력이 존재하는 21세기 대한민국. 그는 작은 어촌 마을 마력이 전혀 없는 부모 사이에서 마법적 재능의 상징인 보랏빛 안개를 뿜어내며 무려 A-급 마력을 가진 마법사로 태어난다. 촌구석의 외각 바닷가에서 나고 자란 그는 모두의 기대를 한몸에 받으며, 자랐고 가진 마력 덕분에 쉽게 in. 서울 입성. S대 응용 마법 학과에서 대학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그리고 욕망과 불평등한 삶에 대한 결핍, 결핍을 채우기 위한 자신감의 수단으로 <돈>을 선택한순간. 자존심이었고 긍지의 근원이었던 것을 내어놓는 선택을 한순간. 그는 한순간에 끝을 알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져 버린다. 되돌릴 수도 없고, 다시 돌아갈 수도 없는 현실을 시작으로 그날의 선택은 모두에게 저주로 남게 된다.

선택의 연속인 인생에서 나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혹여나 내가 한 선택이 최선이었다 합리화하지는 않았는지?

다양한 군상의 사람들이 등장하고 모두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하지만 그 선택의 출발선 자체가 빈익빈 부익부이다. SF의 탈을 쓰고 지독하게도 현실적인 부분들 때문에 씁쓸해지지만 빠르게 넘어가는 페이지를 멈출 수가 없다. 마법이란 특수성이 존재하는 만들어진 소설 속 천국에서조차 재능과 노력으로는 더 이상 열리지 않는다. 평범한 사람들이 갈아 만들었지만 특권층에게만 열리는 곳, 모두에게 공평한 기회를 주는 천국이란 곳도 현실과 맞닿으면 예외가 아닌 듯하다.

허무한의 이야기로 시작해 이준, 임현채, 서지현, 서영락, 김혜정 그리고 다시 허무한의 이야기로 얽히고설키며 그들의 욕망은 돌고 돈다.
흥미진진한 세계관과 맞닿은 현실이 씁쓸하지만, 재미와 충분한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심너울 작가표 SF는 나에겐 호(好)였다.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감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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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시 - 지금이야, 우리의 소원이 이루어질 시간!
에린 팰리갠트 지음, 김지연 옮김 / 너와숲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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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창립 100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작품인 "위시"는 소원이 이루어지는 마법 왕국 <로사스>를 배경으로 꿈 많고, 총명한 주인공 소녀 '아샤'를 중심으로 진행되는데, 애정하는 '로사스'에 도움이 되기 위해 모두가 존경하는 '매그니피코왕'을 찾아가지만, 그의 숨겨진 비밀 계획과 모습을 우연히 보게 되고 혼란 스러워한다. 이 후 '아샤'는 하늘에 간절한 도움을 청하고, 그 부름에 무한한 에너지를 품은 아주 특별한 '별'이 하늘에서 내려온다. 사랑스럽고 귀염뽀짝 염소 '발렌티노'와 함께 진심이 담긴 소원과 용기가 얼마나 큰 힘을 가졌는지 증명하기 위해 강력한 힘을 가진 왕에게 용기 있게 맞서게 되는데?!

마음에 와닿은 영화를 보고 나면 그 감동과 느낌을 간직하고 싶어 기억에 남는 대사는 핸드폰에 적어보기도 하고, 검색을 통해 다시 한 번 종이에 옮겨 적어보기도 한다. 그런데 《위시 : 소원을 이루어지는 마음 대사 100》 이 있다면 그런 수고스러움은 필요 없다.

100개의 한글 대사와 영어 대사를 한 번에 볼 수 있고, 그 대사가 등장하는 장면까지 함께 적혀 있어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언제, 어디서나 장면과 대사가 자동으로 재생 되는 힐링 버튼이 된다. 영화를 보지 않았다고 해도 걱정 없다. 희망, 용기, 꿈 키워드가 고스란히 담긴 대사들이라 따라 읽고, 써본다면 따뜻함과 긍정 에너지로 가득차는 느낌적 느낌이라 부담없이 즐기기에도 좋다.

어릴적 소원이 생기면, 밤하늘에 두 손 모아 꼭 이루게 해주세요. 라고 작고, 소소하지만 간절히 바랬던 많은 소원을 빌었던 것 같은데 어느 순간부터 그 순수했던 의식을 하지 않게 되었다. 소원이 사라진 건 아닌데 말이다.

누구에게나 있었던 소원이나 꿈.. 분명 소중한 무엇이었을텐데 현실에 치어 그저 살아가기만 하는 건 아닌지? 아름다운 이야기의 명대사를 곱씹으며 잊고 지냈던 소중한 삶의 한 조각을 다시금 떠올려본다. 간절히 원하면 특별한 힘을 지닌 "별"이 야사를 찾아왔듯이 다시 한 번 꿈을 꾸고, 용기와 희망을 가지고 천천히 나아갈 힘을 내볼테니 나에게도 "별"이 찾아와 주기를 바라본다.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감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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