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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모토 산포는 내일이 좋아 ㅣ 무기모토 산포 시리즈
스미노 요루 지음, 이소담 옮김 / ㈜소미미디어 / 2024년 3월
평점 :
스미노 요루 작가의 글을 읽어 본 적은 없지만, 나에게는 그 이름이 꽤 눈에 익은 작가였다. 파격적이라 생각했고, 어떤 내용일지 감 잡을 수도 없고, 책 제목을 한 번 보면 쉽게 잊을 수 없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배를 가르면 피가 나올 뿐이야≫ 등의 작가이기 때문이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는 도서뿐만 아니라 실사판 영화와 애니로도 제작이 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던 작품이지만, 어쩐지 스미노 요루의 작가의 작품과는 그동안 인연이 닿지 않았다. (책이 나를 선택할 수도 내가 책을 선택할 수도 있고, 책을 선택하는 이유는 아주 다양하기 때문에 어떠한(?) 계기가 있어야 비로소 책과의 인연이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세상엔 너무나도 읽을 책들이 많고 또 매일 같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일본에선 10대와 20대 젊은이들 사이에서 핫한 작가라고 한다. 그들의 감성을 건드리는 무언가가 있는 건가? 그들이 공감할 만한 주제일까? 아님 마음에 와닿는 문장들일까? 하는 호기심을 품고, 이 책의 주인공 <산포>를 만나게 되었다. 《무기모토 산포는 내일이 좋아》는 《무기모토 산포는 오늘이 좋아》의 후속작으로 2년 만에 독자들을 만나러 온 것이다. 작가 스미노 요루가 만들어 낸 '스미노 월드' 사상 최고로 귀여운 주인공이란 타이틀에 나는 격하게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다른 주인공들을 만나보지 못했지만,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산포의 매력에 빠져 나는 오늘이 좋아도 읽게 될 것을 말이다.
무기 모토 산포는 대학 도서관에서 일하는 평범한 20대 여성이자 3년 차 직장인의 시시콜콜한 일상이 담겨 있는 책이다. 자는 게 좋아로 시작해 내일이 좋아로 끝나는 12편의 단편적인 일상을 따라 읽다 보면 너무나 소소해서 귀엽고, 피식하는 웃음 포인트도 만나게 되고, 응? 하는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조금씩 산포들게 된다. 늘 버벅대고, 실수투성이에 엉뚱하고, 상상력은 무궁무진해서 어디로 튈지도 모른다. 그리고 마음의 소리가 무심코 입 밖으로 튀어나오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진짜 소설 속에 등장할 법한 독특한 요소들을 조심씩 모아둔 산포지만, 그 일상은 너무나 소소하고, 평범하다. 다만, 평범을 특별함으로 무장해버리는 산포!
아침에 일어나 출근하는 그 과정들이 너무나 싫지만 평생 출근하지 않고 살고 싶단 생각은 하지 않는다. 거기에 그런 생각을 하는 자신을 참 대단하다고 칭찬도 한다. 직장에서 실수로 인해 선배에게 혼나기도 하고 위로와 격려를 받기로 한다. 맛있는 음식에 한없이 행복해하기도 하고, 누군가와 관계를 시작하기도 하고 이별하기도 한다. 생각이 남들보다 많고, 엉뚱한 상상을 현실로 불러들이지만, 그만큼 주변 사람들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배려하려고 한다. 그렇다고 바보같이 착하거나 그로 인해 손해를 보는 일은 없다. 그들을 향하는 생각이나 마음이 굉장히 엉뚱하지만 그 본질은 다정하다. 좋아하는 걸 좋아한다고 말하고 자신의 일상을 좋아하는 것으로 채워간다. 자기답게, 산포답게! 다양한 산포의 모습들 중에서 나에게도 있는 모습을 발견하기도 하고, 자기만의 생각이 확고한 게 부럽기도 하고, 어쩌면 우리랑 맞닿아 있는 면을 조금씩 발견해 자꾸 마음이 가고, 응원하게 되고 공감과 위로를 받는 게 아닐까? 싶었다.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감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