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월일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10월
평점 :
품절


동전은 오래됐는지 초록색 녹이 잔뜩 슬어 있었다. 초록색 녹을 문질러 닦아내자 동전의 한 면에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반대 면에도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마을 사람들 가운데 누구도 양쪽 다 글자가 새겨져 있는 동전을 본 적이 없었다. p.153

 

중국에서 가장 폭발력 있는 작가.
전 세계가 극찬한 현대 중국 문학의 거장이자 가장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의 옌롄커가 직접 고른 네 편의 작품이 수록된 단편집.

 

처음 읽은 옌롄커의 소설은 처절했다.
가뭄, 굶주림, 장애, 가난의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인간의 모습들은 분명 글자를 읽고 있음에도 눈 앞에 그 모습이 그려졌고 그들의 처절함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네 편의 작품들 중 가장 재미있게 읽었고 그래서 더 가슴아팠던 작품은 표제작 <연월일> 이었다.

 

최악의 가뭄. 먹을 것이 사라져 사람들이 모두 마을을 떠나갈 때 홀로 남은 셴 할아버지와 제물로 바쳐진 후 태양 빛에 눈이 멀어버린 개 장님이.  할아버지는 가뭄 속에서 살아남은 한줄기 옥수수를 지키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타오르는 태양과 처절한 싸움을 시작한다.

 

꽤 오랫동안 연월일 단편을 읽었다. 셴 할아버지가 처절해질수록 가슴이 아파 책을 덮었고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읽었을 때는 전보다 더 처절한 현실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할아버지 자신을 위해서가 아닌 마을로 돌아올 사람들을 위해 목숨을 걸고 옥수수를 지키려 한다는 것, 마지막까지 자신의 옆에 있어준 장님이를 위한 할아버지의 사랑은 너무나 감동적이었다. (밤에 책 읽다가 엉엉 울어버린 사람)

처음 만난 옌롄커의 작품은 마지막까지 처절했고 그래서 가슴 아프고 슬펐지만 그만큼 감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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