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양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59
다자이 오사무 지음, 유숙자 옮김 / 민음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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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을 동경한 적도 없고 사랑조차 알지 못했다. 지금까지 세상의 어른들은 혁명과 사랑, 이 두가지를 가장 어리석고 께름칙한 것이라고 우리에게 가르쳤다. 전쟁 전에도 전쟁 중에도 우리는 그런 줄로만 믿었으나, 패전 후 우리는 세상의 어른들을 신뢰하지 않게 되었다. 무엇이건 그들이 말하는 것과 반대쪽에 진정한 살 길이 있는 것 같았고, 혁명도 사랑도 실은 이 세상에서 제일 좋고 달콤한 일이며, 너무 좋은 것이다 보니 심술궂은 어른들이 우리에게 포도가 시다며 거짓을 가르친 게 틀림없다고 여기게 되었다. 나는 확신하며 거짓을 가르친 게 틀림없다고 여기게 되었다. 나는 확신하련다. 인간은 사랑과 혁명을 위해 태어난 것이다. p.109

세상이란 알 수 없는 거야.
난 모르겠어. 아는 사람이 있으려나?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모두 어린애야. 아는 게 아무것도 없어. p.118

사람은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어떡해서든 끝까지 살아야만 한다면, 이 사람들이 끝까지 살기위한 이런 모습도 미워할 수 없는 게 아닌가. 살아 있다는 것. 살아 있다는 것. 아아, 이 얼마나 버겁고 아슬아슬 숨이 넘어가는 대사업인가! p.136

사양을 읽으면서 전에 읽은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과 비교하게 된다. 비슷하면서도 다른 두 소설.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
소설 속 화자인 요조. 남성의 이야기로 써내려간 서서히 너무나 처절하게 파멸해가는 그의 이야기.
다자이 오사무의 <사양> 속 가즈코.
그녀는 패전 후 몰락해가는 귀족 집안의 장녀이며 쇠약해진 '마지막 귀부인' 어머니와 함께 삼촌의 도움으로 조촐하게 살아간다. 그리고 남동생 나오지가 전쟁터에서 돌아오지만 술과 마약에 빠져 집안의 돈을 탕진해간다.

삶을 살아가는 것을 버거워하는 동생 나오지와 소설가 우에하라의 모습은 <인간 실격>의 요조의 모습이 겹쳐지고 그래서 여성의 목소리로 그려지는 <사양>과 다른 듯 하면서 비슷하게 느껴졌다.
인간 실격을 읽으면서 처절한 요조의 삶이 안타까웠지만 그의 선택은 이해할 수 없었다. 이 소설에서 요조와 닮은 나오지의 선택 또한.

귀족 집안의 딸. 결혼 실패로 이혼녀가 되어 돌아온 기즈코. 그녀는 왜 계속 아이에 집착한걸까? 힘든 삶에서 왜 굳이 더 힘든 삶을 선택하려는건지.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며 생각했다. 기즈코는 힘든 삶에서 살아갈 이유를 찾으려는게 아니였을까?

요조의 목소리로 파멸을 이야기 한 <인간 실격>의 삶은 처절했고, 기즈코의 목소리로 몰락을 이야기 한 <사양>의 삶은 서글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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