츼초의 인간
알베르 까뮈


모든 인간은 다 어느 만큼은 <주워온 아이>이다.
모든 인간은 스스로 그리고 혼자서 자신의 삶에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타인에게로 <눈뜨며> 다시 태어나야하는 <최초의 인간>이다.

- 김화영. 최초의 인간 번역


그의 마지막 작품.
그의 자전적 소설.
완성도 못한 완전하지 못한 작품
그래서 그의 민낯을 그대로 보는 듯한 작품.
다음을 알수가 없기때문에 더 궁금한 작품.
이 다음 그는 어떻게 자신을 보여줬을까.

아버지의 부재와 어머니의 침묵
무.
결핍이 아니라
무.
생의 시작.

자동차를 싫어하고 자동차에 의해 죽는것이 최악이라고 했던 그의 죽음.
삶의 부조리.

다시 무

까뮈가 보이고 뫼르소가 보이고
그 어디에도 끼지 못한 무의 인간들이 보인다.
나도..

근데...
문장 호흡이 왜이리 길어~~ 읽어도 읽어도 마침표가 안 보여..
요즘 간결. 건조체 문장에 너무 익숙해져버렸나? ㅎㅎㅈ
문장이 끝내준다
수식어도 끝내준다.
그래서 일까
그들의 가난이. 그들의 절박함이. 그들의 처절함이
강요가 아닌 담담하게 보이는것이.
말 그대로 생활 그 자체로 느껴지는 것이..
노골적으로 아파야 하는데.
삶이 힘들다고 전쟁이 무섭다고 죽기싫다고 소리질러야 하는데 까뮈는 긴 호흡의 문장들로 이 아우성들을 누르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묵직하게 그들의 삶이 느껴진다
우리는 그냥 산다고...
삶은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살아내는 거라고..




스물 아홉 살.
그 자신은 마흔 살이었다. 저 묘석아래 묻힌 사람은 그의 아버지였지만 그 자신보다 더 젊었다.
그러자 그때 문득 굽이쳐 와서 그의 가슴속을 가득 채워놓은 정다움과 연민의 물결은 고인이 되어 버린 아버지를 향하여 아들이 느끼는 영혼의 충동이 아니라 억울하게 죽은 어린아이 앞에서 다 큰 어른이 느끼는 기막힌 연민의 감정이었다.
여기에는 이치에 맞지않는 무엇인가가 있었다. 아들이 아버지보다 나이를 더 많이 먹었으니 솔직히 말해서 이치고 뭐고 없었고, 있다면 오직 광기와 혼돈이 있을 뿐이었다. 눈에 잘 들어오지도 않는 무덤들 사이에 꼼짝 않고 서 있는 그의 주위에서 시간의 연속성이 부서지고 있었다. 세월은 끝을 향하여 흘러가는 저 도도한 강물을 따라 순서대로 배열되기를 그쳐 버리고 있었다. 세월은 오직 파열이요 깨어지는 파도요 소용돌이일 뿐이었다.
자크 코르므리는 그 속에서 고통 그리고 연민을 부둥켜 안고 몸부림치고 있었다 -- 42p

그러나 그는 그 이름과 그 연대에서 몸을 뗄수가 없었다. 저 묘석 밑에 남은 것은 재와 먼지뿐이다. 그러나 그에게 있어서 아버지는 기이하고 말 없는 생명으로 다시 살아난 것이었다. -- 44p

그녀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테면 죽음을 살고 있었다. 사실 문명의 절정에 이르러서야 꽃피게 마련인 그 장례신앙은 일반적인 알제리 사람들도 눈 앞의 관심사나 집단적인 운명때문에 갖지 못하고 있지만 할머니에게는 그들에게보다 더 눈앞의 궁핍이 절실했다. 앞서간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그들에게 있어서 죽음은 극복해야할 시련이었고 결코 내 놓고 말은 하지 않지만 그들이 인간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삼고 있는 용기를 보여주려고 노력하는 세계, 그러나 당분간은 잊어버린채 멀리하려고 노력하는 세계였다. -- 207p



지중해는 내 마음속에서 두개의 세계를 갈라 놓고 있었다. 추억들과 이름들이 정연한 공간속에 간직되어 있는 세계가 그 하나이고 모래바람 광대한 공간들 위에서 인간들의 자취를 지워버리는 세계가 그 다른 하나이다. 그는 무명에서 벗어나려고 했으며 가난하고 무지하고 아집에 사로잡힌 삶에서 벗어나려고 했었다. .그는 말 한 마디없는 당장 눈에 보이는 것 이외에는 아무런 다른 계획이 없는 그 맹목적인 인내의 차원에서는 살 수가 없었다. 그는 세계를 돌아다녔으며 존재들을 세우고 창조하고 불태웠으며 그의 하루하루는 터질듯이 가득했었다. 그렇지만 그는 이제 생브리외와 그것이 대표하는 것이 자신에게는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것을 마음 속 깊이 알고 있었다. 그리하여 그는 자신이 이제 막 보고 온 비바람에 닳고 퍼런 이끼가 끼어있는 무덤들을 생각하면서, 죽음이 그를 진정한 고향으로 다시 데려다 주는가 하면 이번에는 세상의 첫 아침 빛 내리비치는 행복한 바닷가에서 아무런 도움도 받지않고 보살핌도 없이 가난 속에서 자라고 뜻을 세운 다음 혼자서 기억도 신앙도 없이 자기 시대의 인간세계와 그 끔찍하고도 열광적인 역사에 접근하고자 했던 그 괴물같고 진부한 인간의 추억을 그 엄청난 망각으로 뒤덮여 버리는 것에 이상한 쾌감을 느끼면서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 25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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