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름마치 1 - 진옥섭의 예인명인
진옥섭 지음 / 생각의나무 / 2007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노름마치 - 진옥섭


4무(武, 舞, 巫, 無)에 사무치다. 이 武이건 이 舞이건 이 巫무이건 모든 무가 이 없을 無로 화해버리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이 책에 나온 명인들은 절실했고 그것밖에는 없었다. 그것을 할 수 밖에 없었고 그걸 못하면 죽을 것만 같아서 어쩔 수 없다. 그렇게 사무치게 그리워하다 결국 먼저 저세상으로 가신 분들도 많이 있다고 한다. 이 책에 나오는 명인들은 모두 노름마치들이다.

노름마치는 '놀다'의 놀음(노름)과 '마치다'의 마침(마치)이 결합된 말로 최고의 잽이(연주자)를 뜻하는 남사당패의 은어다. 고수 중의 고수를 노름마치라 이름한다고 한다.

이 책은 읽기가 매우 쉽지 않다. 어렵다. 전통, 전통하지만 우리와는 정말 먼 시대의 일들이 아닐까 할 정도로 우리에게 낯설다. 그런데 작가는 전통의 예술에 사무치도록 허기가 져서 한사람한사람 찾아다녔다고 한다. 어르신들은 대부분이 일흔, 여든, 심지어는 아흔을 넘기신 분들도 계셨다. 찾아주는 이 없어 날마다 속에 있는 불같은 "끼"를 억누르고 힘없이 늙어가고 계신 것이다. 한분은 왜 이제야 찾아왔냐고 하셨다 했다. 그 분들은 무대에서의 리허설이 없다고 한다. 리허설이 필요 없다고 한다. 정형화된 춤 기법을 가지고 있는게 아니다. 다만 춤판이 시작되면 느낌대로 속의 것을 터뜨릴 뿐이다. 그것은 보는 이로 하여금 어느새 하나가 되어 장단 맞추고 추임새 넣게 하는 커다란 힘을 가진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정말 안타까웠던 것은 그 속에 내가 들어가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얼마나 신명나고 즐거운 일일지. 우리 민족임이 분명하기에 나도 그 신명속에 들어갈 수 있을텐데...아쉬웠다. 후학이 거의 없어 지금 생존에 계신 명인들이 거의 마지막 예능 보유자여서 안타깝다는 작가의 말에 정말 안타까웠다.

본문 중에
인류학자 레비스트로스는 [야생의 사고]에서 말했다. "모든 성스러운 것들은 다 제자리에 있어야 한다"고.
  - 2권 p132 중에서

이 부분을 읽는데 불현듯 얼마전에 읽었던 [바다에서 길을 읽어버린 사람들]에 나왔던 D의 말이 생각났다. "소말리아 사람은 여기 소말리아에 있어야 행복하고 한국 사람들은 한국에 있어야 행복한데 지금 억류되어 있는 사람들은 그렇지 못하니 불행한것이다"라고,, 뜻이 같은 말은 아니지만 불현듯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 있어야 할 위치도 제자리가 있는 것이고 제자리에 있어야 행복할 수 있듯이 우리의 성스러운 전통도 우리의 안에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하는. 점점 과거의 것이 되어버리는 것 같아 다시 한번 가슴 아팠다.

굿판은 그렇게 우리가 풀어내야 할 것을 풀어내게 한다. 몸속에서 피어오르는 신명 같은 것이 그것이다. 혈구의 앙금 앙금에 머물던 흥들을 풀어내지 못하면 멋대로 뭉쳐서 몸에 담석으로 남는다. 죽음에 이르는 병이 될지 모르는 그 응어리를 풀라고 굿판이 있는 것이다. 혈전이나 삶의 앙금이 다빠지는 피부 호흡의 체험. 이쯤이면 굿은 굿(Good)이다.  - 2권 p138중에서

굿은 굿이다. 말장난 같지만 얼마나 딱떨어지는 말인지.. 사실 나는 무당 굿,,점,,,사주 이런것 별루다. 미신이라 생각했고 사람과 사람의 인연을 그런걸로 좌지우지 한다는 사실이 맘에 들지 않았다. 나도 결혼을 한 사람이고 또한 사주 이런 걸로 신경쓰고 했던 과거를 겪었기에 정말 별로였다. 그렇지만 한국사람인지라 뭐해서 안좋단다...하면 사실 신경쓰고 걸려서 되도록이면 안할려고 하게 되는데 어쩔 수 없는 한국인이기에 그렇겠지...이런 신명나는 굿이란 것을 우리 조상들은 많이 했다는데.....음지가 아닌 양지라면 마음 두지 않고 즐겨보고 싶은 마음도 들더라.

또한,
"할머니 몸이 뭐에요?" 라는 어이없는 질문에
"장독대지..위장, 간장, 대장, 장자만 죄 모아놨으니 장독대"라 대답했다는 어느 할머니의 대답이 가슴친다. '가죽부대에 뼈다귀 담은 것'인줄 알았던 몸을 '장독대'라 했다. 아이 낳고 금줄을 걸었고, 장 담그고 금줄을 걸었던 어미였다. 그런 어미이기에 완성할 수 있는 정갈한 말이었다. - 2권 p161중에서

기나긴 삶을 살고 삶보다는 죽음에 더 가까울만큼 인생을 사신 분이기에 이런 말도 나올 수 잇겠지...
우리같은 사람들은 결코 생각할 수 없는 말일듯 싶어 인상깊다.

가장 인상깊던 명인을 꼽으라면 무당이 된 김금화 명인대목이다. 멋있다 멋있다 하며 읽어가다 김금화 명인 부분에선 결국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신을 받아들이기까지의 가슴아픔이 가슴을 치고 다가온다.
그리고 에필로그에서 눈물을 흘렸다. 도와주신 분들이며 전무후무라는 작품을 올리기까지의 과정을 기술해놓은 에필로그에서 눈물을 흘리게 될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는데 내 어미의 그 일로 먹고 살았지만 세상이 다 멸시하는 일이어서 마음을 닫고 서로가 아프게 살아왔는데 음지가 아닌 양지도 받아들여주는 세상이 되어서 인지...마음을 열고 손을 맞잡을 수 있게까지 됐다. 그분들이 정말로 행복하게 삶을 마무리할 수 있었으면 하고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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