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공부 - 자기를 돌보는 방법을 어떻게 배울 것인가
엄기호 지음 / 따비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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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란 무엇인가. 초등학교 입학부터 우리는 공부로 만들어져왔다. 왜 공부하는가 생각해보기도 전에 공부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 몰려 10년 이상을 줄기차게 달려야했다. 오랜만에 보는 친척어른들의 첫마디는 ‘공부 잘 하고 있니?’였고, 부모님들은 자식들이 공부 잘 하는 것을 최고의 효도로 삼았다. 공부는 학생이 성취해야할 과제인 동시에 평가의 수단이었다. 머리가 굵어지면서 비로소 왜 공부를 해야할까 고민하기 시작했었고, 시험과 멀어지게 되면서 동시에 공부와도 거리를 두게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 되었다. 엄기호의 <공부 공부>를 읽으니 이제 그 시간들이 드디어 시간의 역사속에서 객관성을 띠고 보여진다. 


공부의 변천사는 ‘신분상승의 도구’에서 출발한다. 1990년대 이전, 사회는 공부를 잘하면 누구나 잘 먹고 잘 살수 있다는 믿음을 주었고, 학생들은 공부를 통해 출세하려는 의지를 불태웠다. 교육이 신분상승의 통로가 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경쟁에서 밀려난 학생들은 공부에 대한 의지를 상실하게 되면서 학교에 반항하는 문화를 만들어 낸다. 1990년대 소비자본주의의 시대가 되면서 학교 밖에서 욕망을 자극하는 상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청소년이 문화적 소비적 주체가 된다. 학교 밖에서 즐거움을 찾는 탈학교 현상이 나타나고 교실붕괴 담론이 등장한다. 그렇다면 지금은? 심화된 경쟁으로 ‘탈락’이 일상화되어 하위권 학생은 하위권대로, 상위권 학생은 상위권 대로 좌절감과 무기력속에 괴로워한다. 성과를 강요하는 사회분위기에 자아실현을 위한 ‘노오력’은 자신을 소진하고 자기파괴로까지 이어진다. 그 결과 무기력에 빠진다.


해도 안 된다는 생각은 패배자의 자세가 아니라 새로운 길을 모색하기 위한 전환점이 되어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한계를 극복하기위해 몸부림치는 것이 아니라, 한계를 인식하고 다루어야 하는 대상으로 생각해야 한다. 해녀학교에서 제일 먼저 가르치는 것은 ‘물속에서의 나의 숨의 길이’라고 한다. 타인과의 경쟁으로 누구의 숨이 제일 긴지를 가려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한계치를 알고 거기에 맞춰 자신을 배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자신의 한계를 알기 위해서는 우선 자신에게 집중해야 한다. 나를 알고 배려하는 자세는 살아가는 힘을 주는 원천이 된다. 


우리는 왜 공부해 왔고 앞으로도 무엇 때문에 공부할 것인가. 저자는 많은 사람의 이야기들을 통해 공부에 대한 사회 인식과 효용, 목적의식, 학교와의 관계 등에 대한 변천사를 촘촘하게 엮어놓았다. 평소 학교와 공부, 청년들의 입장을 대변해온 저자는 우리가 지향해야 할 공부의 자세, 나아가 삶의 방향에 대해 이야기한다. 입시, 출세, 생존의 목적을 위해 어쩔수 없이 공부해 왔다면 이제는 세상의 아름다움을 향유하는 기예로서 공부에 접근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식의 쓸모는 먹고사는 것을 넘어 세상의 아름다움, 우주와 역사의 아름다움을 향유하는 데 있다. 이렇게 향유하는 삶이 멋진 삶이다. 딱 한 번 주어진 삶, 멋지게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p.276)


그런데 과연 이것이 가능할까? 지금의 사회적 배경에서 쉽지 않은 일이다. 끝없는 경쟁과 스펙쌓기에 쫒기듯 살아가고 있는 지금의 젊은세대들에게 가장 필요한 말이면서도 가장 멀리있는 듯 느껴진다. 나만 뒤처지면 어떻하지?라는 공포는 자기파괴적인 ‘노오력’을 그만두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학교, 나아가 사회에서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 가능한 많은 사람이 (이 책을 읽고) 어떤 것이 우리를 죽이고 어떤 것이 살리는 공부인지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 아무쪼록 많은 사람들이 읽고 자신을 돌보는 삶을 찾기를, 그리고 우리사회가 자기배려의 공부를 지향하는 사회가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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