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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복숭아 - 꺼내놓는 비밀들
김신회 외 지음 / 글항아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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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이란 뭘까. 숨기고 싶은 무엇일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이 알면 곤란한 것일 수도 있겠고, 생각해보면 꽤나 다양한 스펙트럼이 나오는 단어다. 하긴 모든 단어가 다 어느정도는 그런 면이 있겠지만.

글항아리에서 나온 <나의 복숭아>는 9명의 작가들이 말하는 '나의 비밀'에 대한 이야기다. 이미 이렇게 활자로 박혔으니 더이상 비밀은 아니겠지만 자신에 대한,어쩌면 내밀할 수도 있는 이야기를 조곤조곤 풀어내게끔 만든 기획의도는 꽤 신선하다. 물론 작가들에게는 난감했을지도.

어떤 사람에게는 별일 아닌 것도 경우에 따라 어떤 이에게는 꽤나 숨기고 싶은 사건일 수 있다. 이 책에 실린 아홉명의 에세이스트들의 '비밀'들을 읽다보면 누구나에게 있음직한, 숨기고 싶은 나의 약점들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의 비밀은 각양각색이지만 공통점이 있다면 자신의 비밀(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가만히 바라보고 인정하고 끌어안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있는 모든 작가들의 비밀에 공감할 수 있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마주하는 태도와 사유, 솔직함에 대해서는 공감하게 된다. 담담하게 써 내려간 결핍, 노력으로 되지 않는 어떤 능력, 내 속에 있는 또 다른 나의 모습, '불안감을 땔감으로 일하는 것'의 버거움 등등이 책 곳곳에서 빛난다. 읽다보면 타인의 비밀을 통해 위로받게 되는 뜻밖의 경험을 하게 된다.

이 책은 북클럽 문학동네 멤버십 대상 가제본 서평단 이벤트를 통해 읽게 되었다. 책에 관한 다양한 이벤트는 독서생활에 상당한 활력을 준다. 아직 세상에 나오지 않은 책을 먼저 읽고, '이 책의 근사함을 가장 먼저' 알아 볼 수 있다는 점은 북클럽의 매력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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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막바지로 치닫는 무렵, 감화원의 소년들을 안전하게 격리시키기 위한 집단소개가 시작된다. 미치광이 어른들이 전쟁으로 광분하던 시대, 대수롭지 않은 악행으로 수감된 소년들은 자신들을 기피하는 농촌사람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으며 이동해야만 한다. 드디어 자신들을 받아줄 마을에 도착했지만, 그곳엔 전염병의 기운이 돌고있다. 감화원 소년들에게 죽은 가축들을 묻도록 시킨 마을 어른들은 소년들만 남겨둔채 몰래 마을을 빠져나가고, 그들이 마을을 벗어나지 못하도록 감시자까지 둔다. 의도치 않게 자유의 몸이 소년들은 먹을 것을 찾기위해 마을의 빈집을 뒤지다가 어머니의 시체 옆에서 울고 있는 소녀와 조선인 소년 만난다. 어른들이 없는 마을에서 소녀에게 음식을 갖다주며 친밀감을 쌓고와도 우정을 나눈다. 불안에 떨던 소년들은 차츰 기운을 되찾고 활기를 찾기 시작하는데....


1994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오에 겐자부로는 정치, 사회적인 목소리를 끊임없이 작가로, 전후 일본 젊은이들의 갈곳잃은 울분과 방황, 절망감을 그로테스크한 이미지로 표현해왔다고 알려져있다. 그가 23세때 발표한 장편 <새싹 뽑기, 어린 짐승 쏘기>(문학과 지성사, 2018) 오에 문학의 초기 걸작으로 꼽힌다


그들은 우리에게 발치에서 날아오르는 같은 공포를 일으켰으나 아직은 골짜기 저편, 바리케이드 뒤로 엽총을 그러안고 우리를 거부하는 어른들, 외부의 비열한 어른들보다는 우리에게 가까웠다. 밤이 와도 누구 하나 우리를 부르러 죽음의 거리에서 달려 나오는 상냥한 목소리를 가진 사람들이 없었으므로, 우리는 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입을 다문 참으로 오랫동안 흙을 계속 밟아 다졌다.”(p.115)


비정한 세계에 내팽겨쳐진 소년들의 순수함은 어른들의 비열함과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조선인 소년 리와의 만남 또한 그렇다. 다툼으로 시작했지만 우정을 쌓아가며 함께 사냥의 축제를 벌이기도 하는 모습은 이해관계를 뛰어넘은 소년들의 인간애를 보여준다. 그에 비해 아픈 소녀를 위해 고립을 뚫고 찾아온 주인공에게 마을 의사는 무자비한 대접으로 소년을 쫓아보낸다. 다시 돌아오는 마을 사람들도 소년들에게 적대적이다. 감화원의 소년들을 버리고 달아났다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촌장은 주인공을 얼르기도 하고 윽박지르기도 하며 자신의 뜻대로 하려든다. 하지만 주인공은 두려움을 떨치고 한층 어두운 숲속으로 들어간다.


소설은 내게 있어 가장 행복한 작품이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소년시절의 기억을 괴로운 것부터 감미로운 것까지 솔직한 형태로 소설의 이미지들 안에서 해방시킬 있었다. 그것은 쾌락적이기도 했다. 이제 소설을 쓰면서 쾌락을 동반한 해방을 느끼는 일은 없다.”(p.235)


작가는 소년시절의 상처받기 쉬운 연약함과 순수함, 그런 속에도 피어나는 강렬한 의지를 작품에 녹여낸다. 이야기는 전쟁상황속에서 펼쳐지지만 굳이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아니더라도 고립된 상황속에 소년들이 가지는 연대감, 어른들과의 대립이라는 설정은 어린시절을 지나오면서 한번쯤 상상하게 되는 상황이다. 여기에 적의를 갖고 다가오는 적들은 제목처럼 새싹을 뽑고, 어린 짐승을 쏘듯이 죽이는 편이 낫다고 까지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밖을 향해 달아나는 소년의 모습은 긍정의 메시지를 전해준다. 또한 주인공 동생(죄가 없이 감화원에 맡겨진), 소녀와의 만남에서 느껴지는 다정함과 연약함, 관능은 소설의 또다른 매력이다. 오에 겐자부로가 가장 행복한 작품이라고 하는 소설로 그의 세계에 입문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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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방에 히어로가 너무 많사오니
장강명 외 지음 / 황금가지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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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가 돌아왔다! <이웃집 슈퍼히어로>이후 3년만이다. SF 장르중에도 슈퍼히어로를 내세운 작품은 우리나라에서 드문편인데전작에 이어 여전히 다채롭고 재기발랄한 히어로 이야기를 만날  있다.<이웃집 슈퍼히어로>에서 ‘영웅이란 무엇인가 대한 여러 작가의 다른 생각들을 접할  있었다면이번 <근방에 히어로가 너무 많사오니> 거기에 더해 그동안 우리가 겪었던 사회적인 변화가 스며든 작품들이 많다는 것을 알수있다.


영웅이 있다면 빌런도 있다바꾸어 말하면 악당이 있기 때문에 영웅도 있는 우리는 영웅에 열광하고 그가 물리쳐야  빌런들을 비난한다.  그렇다면 빌런은 대체 어디에서 오는가그들은  악당이 되어야만 했나임태운의 <근방에 히어로가 너무 많사오니>에서는 히어로앱의 별점인기에 집중하는 히어로 ‘리얼맨 이야기가 등장한다레드링이라는 우주현상에 의해 ‘인류의 2할에 육박하는 자들이 저마다의 초능력을 각성시키면서 비범한 능력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은평구의 프로스트퀸영등포구의 레인보우걸마포구의 리얼맨.... 히어로앱을 구동해 호출을 하면 해당 히어로가 나타나 문제를 해결해주고사용자들은별점으로 인기순위를 매긴다이러한 구조속에 빌런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보여준다필립 딕의 <마이너리티 리포트> 근육질 히어로물이 결합된 듯한 작품이라고 한다면 너무 나간걸까?


또한 김보영의 <로그스 갤러리,종로>에서는 테러리스트가  초인이 등장한다전작 <세상에서 가장 빠른 사람>에서 속도 초능력을 가진 주인공이 처연할 정도로 분투하는 상황을 보여줬다면 이번작품은  후의 이야기다초인의 사회적 지위가 땅에 떨어진 상황에서 테러리스트가   밖에 없었던  초인과 그에 맞서는 새로운 세대의 충돌을 묘사한다전작의 주인공 ‘번개 어떤식으로 희생을 강요받았는지 알고 이번 이야기를 본다면 좋을것이다.


히어로라고하지만 그들도 역시 사회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구병모의 <웨이큰>에서는 가상공간에서일어난 사고를 해결하기 위해 투입된 계약직 플레이어가 테러범에게 공격당하게 되면서 뇌사상태에 빠진다.  기업이 어떤식으로 안전을 등한시하고 이윤만을 추구하는지 과정에서 개인은 어떻게 희생되는지 필리핀인인 아내의 서툴지만 진정성있는 목소리로 전달된다이런 비리는 미래세계에만 있는것이 아니다곽재식의 <영웅도전>에서는 신라 청해진의 해적을 소탕하기 위해 조정의 높은 벼슬아치들이 어떤식으로 대처하는지 보여준다현장의 상황은 고려하지 않고 책임자만을 추궁하는 탁상공론은 결국 해적들의 통쾌한 복수극으로 이어진다


 밖에도 dcdc ‘경기 히어로 연대’ 시리즈  두번째 작품 <주폭천사 괄라전>, 장강명의 <알골>, 이수현의 <저격수와 감적수의 관계>, 듀나의 <캘리번등등 기상천외한 세계관을 가진 이야기들이 펼쳐진다장르의 특성상 작품  설정과 세계관을 파악해야만 하는 단계가 필요하지만 장벽만 넘으면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흥미진진한 여행이 시작된다반복되는 일상으로 따분해진 뇌를 자극하기에는 SF소설 읽기만큼 좋은 운동도 없을것이다. <근방에 히어로가 너무 많사오니> 잠자던 뇌를 깨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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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엔 카프카를 - 일상이 여행이 되는 패스포트툰
의외의사실 지음 / 민음사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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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트웨인은고전이란 누구나 찬사를 늘어놓지만 실은 아무도 읽지 않은 이라고 정의 내린바 있다. 그만큼 읽어내기 쉽지 않은것이 고전이라고 있겠다. 하지만 바꿔 생각하면, 오랜 시간의 무게를 이겨내고 지금까지 생명력을 가졌다는 것은 분명 이유가 있다. 작가 의외의사실이 그리고 웹툰 <퇴근길엔 카프카를> 13권의 세계문학에 대한 작가의 시선을 담고 있다. 단순한 소개를 넘어 작품을 바라보는 작가의 개성적인 해석을 그림과 함께 보는 즐거움이 있다


책은 단순한 소개의 책이 아니다. 따라서 다이제스트식의 작품의 나열을 생각하고 읽게 된다면 생각과 다르다는것을 금방 알게 것이다. 도시에서 살아가는 개인의 외로움이 옅게 배어나오는 작가의 그림은 건조하면서도 동시에 친근함을 느끼게 한다. 무엇보다 읽는 있기 때문이다. 때로는 작품의 주인공들과, 때로는 작가들과 소통하면서 앞으로 나아간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에서 라스콜리니코프의 마지막을 묘사하며 작가는 순간이 젊음이 끝나는 순간이라고 말하며 쓸쓸하게 퇴장한다. 때로는 많은 말보다 한장의 그림이 남기는 여운이 때가 있는 법이다.


작가의 관점으로 작품들이라 책으로 책들을 읽은듯 느낌을 수는 없다. 하지만 챕터의 마지막에 덧붙인 본문중 묘사와 작가 이야기, 작가와 관계된 인물도 등은 해당 작품의 좋은 정보가 된다. 해당 작품을 읽은 사람이라면 작가의 독특한 해석이 담긴 그림을 보며 자신의 독서를 되새겨볼 있다. 부제인일상이 여행이 되는 패스포트툰이라는 말처럼 고전을 향한 패스포트의 역할을 책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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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노트 쏜살 문고
로제 마르탱 뒤 가르 지음, 정지영 옮김 / 민음사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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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카노 후미코 작 <노란 책>(북스토리,2018)에는 <티보가의 사람들>의 주인공 자크에게 깊이 공감하는 여주인공이 등장한다. 고등학교 졸업을 코앞에 둔 그녀는 진로에 대한 고민과 함께 젊은이가 갖는 설렘과 불안, 사랑 등의 감정을 자크를 통해 보여준다. 소설속의 자크를 따라가며 그녀는 젊은이가 가질 수 밖에 없는 미래에 대한 동경과 현실에서 오는 괴리감을 느끼며 그 시기를 통과해간다. 자크는 불완전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아름다운 젊은시절을 대표하는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로제 마르탱 뒤 가르의 <회색노트>(민음사,2018)는 <티보가의 사람들> 시리즈의 1부에 해당한다. 1922년에 쓰여진 이 책을 시작으로 약 20년에 걸쳐 8부 <에피소드>까지 이어지는 <티보가의 사람들>시리즈는 작가의 대표작이다. 1937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한 뒤 가르는 발자크로 시작된 프랑스 사실주의 작품의 계승자라고 할 만하다.

엄격한 카톨릭 집안의 자크와 자유로운 개신교 집안의 다니엘은 회색노트를 통해 남다른 우정을 나눈다. 열네살 소년들의 열정어린 우정은 고스란히 노트에 담기고, 이를 보게되는 어른들은 소년들의 관계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보게 된다. 급기야 둘은 함께 가출을 실행한다. 자크와 다니엘은 마르세유에서 알제리로 가는 배를 타려고 시도하지만 결국 잡혀서 집으로 돌아온다. ‘파리명사록’에 실릴 정도의 재력가인 자크의 아버지는 아들을 사랑하지만 결코 겉으로 표현하지 않고 그런 아버지를 보는 자크는 상처입는다.

“나는 고민하고 사랑하고 희망하기 위해 태어났고,또한 희망하고 사랑하고 고민하고 있어! 내 일생의 이야기는 단 두 줄로 요약할 수 있어. 나에게 살아가는 힘을 주는 것은 사랑. 그리고 나에게는 단 하나의 사랑이 있을 뿐인데, 그건 너야!”(p.82)

열정적인 자크는 고집불통이면서 또한 상처입기 쉬운 내면을 가진 소년이다. 그의 열정이 그대로 담긴 회색노트의 글 들은 뜨거운 여름을 연상하게 한다. 누구나 한 번쯤 가지게 되는 젊은이의 열정어린 시간을 작가는 자크를 통해 표현해 낸다. 동시에 어쩔수 없이 갖게되는 불안함과 불안정성. 뜨거울수록 깨지기 쉬운 예민한 시기는 우리가 지나갈, 또는 지나온 시간을 생각하게 한다. 그 시간들은 사랑스럽다.

시리즈로 구성된 <티보가의 사람들>이지만 이번 책은 1부 격인 <회색노트>라는 제목으로 민음사 쏜살문고로 출간되었다. 한손으로 들수 있는 간편한 외장은 책을 좀더 쉽게 휴대할 수 있게 한다. 1980년대에 출간된 학원사판 <티보가의 사람들>로 시작해 여러 버전의 같은 책이 있지만, 이번 출간된 포맷이 제일 마음에 드는 이유다. 다음 권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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