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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에서 하늘 보기 - 황현산의 시 이야기
황현산 지음 / 삼인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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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말로 우물 안 개구리라는 말이 있다. 우물이라는 한정적인 공간에서 세상을 그 우물만큼만 안다는 것이다.

우물에서 하늘을 본다는 것은 이 의미와는 다르다. 어느 정도의 깊이인지는 모르지만, 우물이란 우리가 발을 내딛는 땅보다는 깊은 곳임에는 확실하다. 그 깊은 곳에서 가늠도 안 되는 하늘의 거리를 짐작 해 본다는 것.

 

 

 

비록 그 크기는 얼마 되지 않지만, 깊은 곳에서 깊은 곳을 바라보는 세계.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시의 세계다.

산문의 세계가 있고 운문의 세계가 있듯이, 서로 쓰는 말도 조금씩은 다르다. 시

라는 것은 간결하면서도 그 글자 속에 함축적인 말들이 꾹꾹 눌려 담겨 있다.

 

 

 

 

 

 

 

 

시를 해석하는 데 있어서 곳곳에 시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작가는 이렇게 답한다.

 

 

'시는 잃어버린 것을 마음에 묻어두고 다시 얻어야 할 것을 생각해낸다.'

'시는 이를 갈고 이 세계를 깨뜨려 저 세계를 본다. 시가 아름답다는 것은 무정하다는 것이다.'

 

 

 

 

 

 

 

시를 해석한다는 것은 서로 다른 세계가 충돌함을 의미한다. 의미의 본질을 찾아내는 것이 시를 잘 파악한다는 말이 될 수는 있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시는 그 자체로서의 세계관을 지니고 있음에 있다. 그래서 무엇을 말하는 가에 대해서 깊이 성찰하고 눈을 감아도 알 수 없는 것들이 존재한다. 그것을 너무 밝혀내려 하지 말고 염불처럼 흘려보내리라. 피아노의 아름다운 선율을 듣기만 해도 좋은 것처럼 말이다. 시를 보며 피아노 연주곡을 듣고 있으니 서로 다른 세계가 충돌하는 것이 아닌

정합[整合] 이 되는 것 같다.

 

 

 

 

 

 

 

 

예술가의, 특히 시인의 공들인 작업은 저 보이지 않는 삶을 이 보이는 삶 속으로 끌어당긴다. 그의 사치는 저 세상에서 살게 될 삶의 맛보기다. 그 괴팍하고 처절한 작업을 무용하게 만드는 것은 이 분주한 달음박질에서 한 걸음 비켜서서, 내가 왜 사는지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묻기를 두려워하는 지쳐빠진 마음이다. -p31-

 

 

 

 

미학적 재능은 그 일을 감행하는 재능이다. 다시 저 영화<베티 블루>로 돌아가면, 주인공 조르그는 제 삶을 불태워 파괴하고, 다른 삶을 열망하던 제 애인마저 죽이고, 더 정확하게 말해 이 삶에서는 행복과 제 열망마저 죽이고, 한 인간의 삶에서 작가의 삶으로 건너갔다. 한 사람이 작가로 성장한다는 것은 한 세상을 다른 세상으로 바꾼다는 의미인 것이다. -p41-

 

 

 

 

집시들은 처음부터 나라가 없기에 늘 없는 나라로 간다. 제 나라에서 가족과 함께 살 수 없었을 뿐더러 가난과 몰이해와 고독의 한계에까지 밀렸던 이중섭에게는 “따뜻한 남쪽나라” 밖에 다른 나라가 없었다. ‘길 떠나는 집시’의 가장과 ‘길 떠나는 가족’의 가장은 눈과 손으로 하늘을 더듬지만, 그들이 찾는 것은 거기 없다. -p150-

 

 

 

 

문학과 시가 헛된 것이 아니니, 약속은 아마 지켜질 것이다. 낡은 시간이 가고 맑고도 풍요로운 시간이 올 것이다. 그러나 그 시간은 시인들이 기대했던 모습으로 찾아올까? 혹시 그 맑고 풍요로움이 이 누추한 삶의 시간에 감쪽같이 스며들어, 그들이 알아볼 수도 없는 형식으로 찾아오는 것 아닐까? -p258-

 

 

 

시 쓰기는 끊임없이 희망하는 방식의 글쓰기다. 다른 말로 하자면, 시가 말하려는 희망은 달성되기 위한 희망이 아니라 희망 그 자체로 남기 위한 희망이다. 희망이 거기 있으니 희망하는 대상이 또한 어딘가에 있다고 믿는 희망이다. 꽃을 희망한다는 것은 꽃을 거기 피게 한 어떤 아름다운 명령에 대한 희망이며, 맑은 물을 희망한다는 것은 물을 그렇게 맑게 한 어떤 순결한 명령에 대한 희망이다. 시를 읽고 쓰는 일은 희망을 단단히 간직하는 일이다. -p262-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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