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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남쪽 나라에서 살아보기 - 한껏 게으르게, 온전히 쉬고 싶은 이들을 위한 체류 여행
김남희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5년 12월
평점 :
품절


  얼마간 떠나있다보면 너무나도 돌아오고 싶은 서울이기는 하지만 평생 이곳에서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숨이 막힌다. 이미 한 번 도망친 전적도 있고, 이 복잡한 곳에서 살다보면 귀도 아프고 머리도 아프고 그렇다. 삭막해지는 겨울에, 흰색 눈 말고 회색 눈을 보고 있노라면 누군들 이곳을 떠나고 싶지 않을까. 나는 항상 도망을 꿈꾼다. 나만 꿈꾸는 것은 아닐 것이라 위로하면서.

 

  저자는 매년 겨울 따뜻한 나라로 찾아간단다. 며칠 단위가 아니라 몇 달 단위로 날아가서는 그곳이 일상인양 산책을 하신단다. 당신은 전생에 엄청난 덕을 쌓으셨군요! 이 책이 너무나도 마음에 들었던 것은 그녀의 삶에 대한 부러움 때문만은 아니다. 꿈꾸는 삶이지만 실현시키고 싶은 삶이냐 묻는다면 대답을 주저할 테다. 나는 그녀가 가진 생각과, 여행지를 바라보는 시선과, 그리고 그러한 삶을 위해 포기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가 좋다.

 

  여행 작가의 슬픈 숙명은, 정말 사랑스러운 곳을 찾아도 그곳을 소개하기가 마냥 기쁘지만은 않다는 점이다. 소개하는 순간부터 사람들이 몰리겠지. 사람이 몰린다는 건 내가 사랑했던 점들이 서서히 사라져갈 것이란 뜻이다. 서울의 많은 곳들이 모두 같아져 버리는 것처럼 전 세계가 같아지고 있다는걸 여실히 느끼는 참이다. 저자가 소개한 네 군데의 장소 또한 이미 변화가 진행 중이고, 그 변화에 아쉬워하는 마음에 조용히 공감한다. 이제 세계 어느 한 구석도 남아나지 않을지 몰라.

 

  여러 매체가 라오스의 '탁발'을 소개했다. 정말 걱정이 되었다. 솔직히 처음 탁발이란 것이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에는 나도 가서 그 신성함을 느끼고 싶었다. 그러나 1년이 채 되기도 전에 탁발에 대해 몇 개의 책과 TV 프로그램이 소개하는 것을 더 보았다. 겁이 났다. 눈에 선했지. 저 문화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고요한 라오스 사람들이 제발 천천히 변해가기를, 어줍잖은 나 한 명이라도 끼어들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책에는 이미 관광지인 양 변해버린 길이 있다는 소식이 있다. 모든 길이 다 망가져버리지는 말았으면, 탁발을 받아가는 아이의 마음에 관광객으로 인한 수치심이 피어나는 날이 절대 오지 않기를 간절히 빈다.

 

  그럼에도 계속 이 이야기를 듣고 싶다. 욕심인가? 산책을 하고, 괜찮은 까페에 가 커피를 마시고, 요리를 배우고, 책을 읽는 시간. 나는 이렇게 살 수 없을거다. 책에서도 언급된 것처럼, 이렇게 산다면 가족을 만들기는 어렵다. 이런 고요한 시간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충분히 알지만 나는 고요가 가져다주는 외로움을 오래 견디지 못한다. 그래서 도망을 꿈꾸기만 할 뿐, 진짜 도망을 치겠다고 발걸음을 떼지는 않는다. 그래서 조용히 대리만족을 한다. 내 마음인양, 도망가고 싶은 날엔 배낭 대신 이 책을 챙길테다.

 

  최근 몇 년간 수많은 여행 에세이를 읽었다. 이해는 하지만 내 마음같지는 않았다. 마냥 여행이 좋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여행지에 대한 아쉬움, 혼자일 때의 외로움을 가감없이 이야기해주어서 좋았다. 그녀의 다른 이야기들도 찾아보려고 한다. 이 책 오래오래 읽어야지. 좋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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