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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은 속삭인다
타티아나 드 로즈네 지음, 권윤진 옮김 / 비채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남편과 이혼하고 혼자 살게 된 파스칼린이 새로운 아파트로 이사를 오게 되는데,알고보니 몇 해 전 연쇄살인범에게 강간당한 후 살해당한 여자의 집이었다는 걸 알게 되면서 그녀의 아픈 상처가 다시 떠오르게 된다. 사실,그녀도 15년 전에 딸 엘레나를 겨우 생후 6개월 만에 떠나보낸 아픈 트라우마가 있다. 그것도 남편의 부주의 때문이라는 걸 알고 이혼하게 된 것이다. 그 사실 때문에 파스칼린은 이 집의 살해당한 여성을 포함하여 동일한 살인범에게 희생된 총 7명의 여성들의 사망일,장소,연쇄살인범이 갇힌 교도소까지 직접 방문한다. 거기에서 그녀는 살해당한 여성들에게 동정심을 가지게 되고 교도소 방문도중 살인범의 탈영은 엄청난 일을 발생시키게 된다.

 

200페이지가 되지 않는 짧은 소설임에도 그 소설 안에 들어간 내용의 깊이는 상상을 초월한다. 이 작품보다 먼저 <사라의 열쇠>를 읽었는데,그녀의 집과 벽에 대한 관심은 이 작품에서도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작품에서 여주인공 파스칼린은 피해를 당한 7명의 여성의 살해장소를 하나하나 방문하는데,과연 왜 그랬는지가 이 작품의 주요 핵심이다. 물론 작가는 그것을 여주인공 파스칼린의 딸의 죽음으로 구체화시키고 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녀는 위로를 받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위로를 해줘야 할 남편은 그녀에게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한다. 작품 마지막에 파스칼린이 이혼한 남편의 집을 찾아가는 부분이 나오면서 끝나는데,그 이후 이야기가 좀 더 나왔더라도 파스칼린의 마음의 상처를 해소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이 작품보다 <사라의 열쇠>를 먼저 읽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벽은 속삭인다>에 나오는 사라와 시대적 배경에 참 반가웠다. 그래서 그녀의 다른 작품이 기다려진다. 어떻게 보면 이 작품이 <사라의 열쇠>보다 훨씬 충격적이고 이야기가 좀 더 강렬하다는 느낌이 있다. 그러나 주인공의 사건에 대한 해소방식이나 결말에 있어서는 오히려 <사라의 열쇠>가 낫지 않나 생각해본다. 왜냐하면 <사라의 열쇠>가 이 작품보다 더 많은 시공간을 지나면서 이야기를 펼치고 있고,결말에서 감동적인 부분을 선사하고 있다. 그래서 이 작품이 왜 짧을 수 밖에 없었나 하는 아쉬움을 강하게 가진다. 여기에 좀 더 이야기가 추가되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을 평가한다면 이 작품에서 모티브를 얻은 <사라의 열쇠>와 두고두고 비교될 작품임에 틀림없다. 위에 쓴 부분들 뿐 아니라 주요 모티브라든지,주인공의 해소방식이라든지 여러 부분에서 비슷하거나 아니면 약간 줄어든 부분이 나오기 때문이다. <벽은 속삭인다>는 비록 주인공의 직접 경험을 주요 소재로 삼은 것은 아니지만 주인공이 사는 곳에서 과거에 일어난 사건이 주인공에게 엄청난 영향을 끼치는 스토리를 통해서 인간의 내면에 숨겨진 공포와 슬픔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는지를 나름대로 잘 보여준 작품이다. 군더더기 없는 문체에다 빠른 전개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있는 재미를 발견해낼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사라의 열쇠>보다는 이 작품을 먼저 읽는 게 나아보인다.

 

20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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