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하늘 빨간지구》

기후변화라는 주제를 지구의 기원부터 변화 - 위기 - 대응 - 예측 순의 흐름으로 잘 설명하고 있다.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전문적 지식을 대중을 위해 쉽게 풀어쓰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경력 30년 이상의 대기과학자가 왜 이런 대중서를 썼을까하는 의문에 아마도 독자들에게 이런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서가 아닐까 하고 추측해본다.

“정신차려! 우리. 지금. 엄청. 심각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은 ‘골디락스 조건’에서 지구는 유기적 생명체가 살기 적합한 환경이 아주 우연히 만들어졌다. 빙하기-간빙기가 반복되다 약 1만년전부터 인류가 자연과 조화로운 완전한 시기라는 뜻의 ‘홀로세(holocene)’에 접어 들면서 문명이 탄생했다. 지금은 ‘인류세(anthropocene)’라고 불리는 시대에 살면서 인류가 지구에 끼치는 어마무시한 영향력으로 굵직굵직한 흔적을 남기고 있다.

살아 있는 지구는 스스로의 자기 조절 능력(음의 되먹임)으로 웬만한 것들은 상쇄 시켜가며 인류에게 호시절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그러나 46억 살의 지구에게 있어서 불과 수백년간 벌어진 환경 변화(특히 산업혁명 이후)는 완충 영역을 넘어서려고 한다. 비유하자면 내 몸에 박테리아 몇 마리가 살때는 신경도 안 썼는데, 오냐오냐 했더니 개체수가 불어서 식중독과 각종 질병을 가져온 꼴이다. 그럼 어쩌겠는가 항생제도 먹고 주사도 맞고(양의 되먹임) 해야 하지 않겠는가.

지구 온난화는 허구이며 그리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리고 기후변화에 무관심한 보통의 우리들도 별반 다를게 없다. 이런 배경에는 현재의 편리함과 물질적 풍요로움을 포기할수 없기 때문에, 설령 상황이 나빠지더라도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우리는 언제나 답을 찾을것이다. 늘 그랬듯이”라는 《인터스텔라》의 헛소리를 낙관적으로 믿고 있어서, 그마저도 아니라면 ‘내 생전까지는 괜찮으니까’라며 좋은건 내가 다 누리고 아무 잘못도 없는 미래의 후손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마음 때문일 것이다.

121페이지에 지금 현재 상황을 가장 잘 표현한 그림 한 장이 있다. 지구라는 구슬이 안정된 길로 굴러 왔는데 인류의 환경파괴로 인해 자꾸 옆길로 빠지고 있다. 정상궤도로 바로잡는건 지금 당장 해야지 조금만 뒤로 미루면 수정해야 할 노력과 비용이 배로 든다. 이대로 두면 손 쓸 새도 없이 한 순간에 뜨거운 지구로 떨어질게 뻔하다. 인류를 존속 시키기 위해 이타적이어야 할 ‘이기적 유전자’가 맞나 싶을 정도로 우리는 지금 현재에만 너무 이기적인것 같다.

문득 모래폭풍이 부는 《인터스텔라》의 최악의 지구가 그리 먼 미래가 아니며 바로 내 딸이 겪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벤저스 - 인피니티워》의 빌런 타노스는 자원과 개체수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생명체의 절반을 없애 풍요로움을 되찾고자 한다. 솔직히 무자비한 악당이라기 보단, 오히려 가장 사랑하는 것을 포기하면서까지 대의를 이루고자 하는 정의의 사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끝으로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저자의 방대한 지식과 자료, 일관된 주제의식에 놀랐다. ‘지구 온난화’, ‘물 부족’, ‘미세먼지’, ‘인공강우’ 처럼 안다고 착각했던 것들을 제대로 알려 주었고, ‘중세 마녀사냥’, ‘프랑스 혁명’, 그리고 지금의 ‘난민 문제’까지 다른 책들과는 달리 기후변화 관점에서 설득력 있는 배경 설명을 해준다. 내가 책을 쓰게 된다면 이렇게 탄탄한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기후변화의 문제는 후손의 후손에게 넘겨져, 결국 인류는 멸망을 자초하게 된다. 이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행위다. 지금 황금을 더 많이 가지기 위해, 미래에도 황금을 계속해서 생산할 수 있는 기후환경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p.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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